왜 사는가? 해마다 이맘때면 가족들과 함께 남동생과 할머니께서 잠들어 있는 경춘공원엘 다녀온다. (남동생은 대학생이던 시절 의료사고와 더불어 의사들이 파업을 하던 해에 상황이 악화되어 하늘나라로 떠났는데 정확히는 2000년 8월 15일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에게 8월 15일은 빛을 되찾은 날이 아니라 빛을 잃은 날로 기억된다. 산소는 경춘공원 묘지의 산꼭대기에 있어서 이런저런 짐을 지고 오르다보면 벌써 숨이 차고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언덕길인데 마지막 꼭대기의 계단을 오를 땐 꽤 단단해진 종아리가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다. 저 아래서 여동생이 “내년에는 진짜 묘를 옮기던지 해야지”라며 푸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와서 보니 묘 주변에 심어 둔 사철나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