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평화의 소녀상 ‘누진’이 사라졌다! 그리고 아이러니...
독일 평화의 소녀상 ‘누진’이 사라졌다! 그리고 아이러니...
조아진 / I will Protect you / 90.9 x 72.7cm / digital painting / 2023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바로 다음날, 독일의 카셀대학교(kassel university) 측은 어떠한 사전 통보도 없이,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추모 문화 발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캠퍼스 내에 세워졌던 평화의 소녀상 ‘누진(Nujin)’을 기습 철거했다. (누진은 카셀대 학생들이 소녀상에 붙여준 이름)
카셀대학 측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평화의 소녀상 철거에 대해 일본의 전 세계적 외교적 압박은 늘 있어왔고 현지 시민활동가들의 의견 또한 다르지 않았다고 들었었다.
이 소식은 독일 코리아 협의회를 통해 평화의 소녀상 작가인 김서경, 김운성 부부작가에게 전해졌고 한국의 작가들에게도 알려져 독일 현지에서 항의 집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품들을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그린 작품이다.
나치 독일은 이탈리아, 일본과 함께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전 세계의 평화를 유린하고 인권을 짓밟은 전쟁범죄국가이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하는 일본과는 달리 학살자 히틀러가 저지른 만행을 철저히 사죄, 반성, 가담자를 처벌하고 있었기에 우리가 전범국 일본을 상대할 때 항상 기준이 되는 국가로 여겨져 왔었다. 그런데 그런 독일이 평화의 소녀상 누진을 강제 철거하여 숨긴 것이었다.
급히 작품을 보내야 했는데 어떤 작품을 그려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일본은 전쟁범죄 국가로서 희생된 국가나 국민들에 대한 사죄는커녕 부정과 은폐, 조작, 부인을 일삼고 있다. 특히 평화의 소녀상의 모델이 되는 우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서 “강제동원은 없었다. 자발적 매춘이었다. 이미 그 당시에 급여를 지급했다. 미성년자는 없었다.” 등과 같이 거짓 주장을 펼쳐왔다.
평화의 소녀상이라는 이미지만으로 독일 현지에서 항의시위가 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나는 바로 우리나라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녀들과 같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의해 전쟁범죄 피해를 입은 유럽의 대표적인 희생자 여성 캐릭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독일 현지에서 하는 시위에서 사용하는 이미지이므로 반드시 유럽 여성 희생자여야만 했더랬다.
한참을 자료 조사를 하던 도중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로 유명한 아우슈비츠(Auschwitz)에서 살아 돌아온 두 쌍둥이 자매의 실화가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의 이름은 ‘I will protect you' 그리고 책 제목의 아래에는 'A true story of twins who survived auschwitz'라고 쓰여 있었다.
책 표지 그림은 어린 소녀 둘이 손을 꼭 맞잡고서 정면을 응시하는 오래되고 낡은 흑백사진의 형태를 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그 두 소녀의 이름은 에바 모즈 코(Eva Mozes Kor)와 미리암 모즈 코(Miriam Mozes Kor). 신기하게도 뒤에 Kor이 붙어서 이것도 인연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이미 유럽에서는 유명한 책이었고 에바 여사님 또한 2019년에 돌아가실 때까지 유명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셨던 것 같았기에 난 책 표지 일러스트 연출을 그대로 빌려 쌍둥이 자매 중 하나를 평화의 소녀상으로 바꿔 그려 넣기로 했다.
왼쪽에는 에바의 소녀 시절의 모습과 배경으로는 나치 독일의 전범기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를 배치했고 오른쪽에는 평화의 소녀상의 주인공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소녀 시절 모습과 일본의 전범기인 욱일기(Rising Sun Flag)를 배경으로 그려 넣었다. 그리고 전면에는 감옥의 창살 그림자를 넣어 마치 그 두 소녀가 전쟁범죄라는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그리고 작품의 하단에는 이렇게 글을 써넣었다.
Are you going to repeat the war crimes of the past?
과거의 전쟁범죄를 되풀이할 것인가?
사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의미의 작품을 그리려고 자료조사를 하다가 얼마 전 독일의 카셀대에서 누진의 가면을 쓴 시민들과 학생들의 시위가 있었다는 뉴스를 듣고서 문득 참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다 있나 싶어서 옆길로 샌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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