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조아진 2018. 5. 22. 04:37

잠이 안 온다.

이런저런 잡념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해.

결국 같은 자릴 맴돈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 아니 사실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지 않다.

언제까지 할까, 언제까지 했으면 좋겠니?

결국 선택은 내가 해야겠지만.

사실 그 선택조차도 별로 내키지 않을 일일 걸 알고 있지.

그만두는 걸까 아님 도망치는 걸까.

아니. 어쩌면 지독한 회의 때문일지도 몰라.

생각하는게, 결정을 내리는게 너무나도 지겨워졌지.

의미를 찾아 어느덧 십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 버리고 있네.

비가 왔음 좋겠다.

비냄새가 맡고 싶다.

빗소리가 듣고 싶고 하늘이 쪼개질 듯한 천둥소리도 듣고 싶다.

하나님은 지금 무얼하고 계실까.

한진이는 잘 지내려나.

천국에서도 비는 내릴까?

맡고 싶고 듣고 싶고 보고 싶다.

오늘도 문득 삶에 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 골목을 달리며 적막을 깨우는 오토바이 소리, 자동차 소리.

그들은 지금 어딜가고 있을라나. 어딜 저리 잠도 못 이룬채 달리고 있나.

찬바람을 쐬고 싶다.

찬바람에 온몸이 쪼그라들어 작은 점이 되고 싶다. 그리고 이윽고는 소멸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아무래도 좋다.

어느샌가 잠도 별로 그립지가 않네.

붓을 들기엔 짜장이가 깰까봐 미안해서 그러지도 못하겠네.

술도 별로 반갑지가 않고 티비도 음악소리도 모두다 그저 그렇네.

빗소리가 듣고 싶다.

빗소리가 듣고 싶다.

빗소리가 듣고 싶다.

맑고 축축한 찬공기가 마시고 싶다.

갑자기 십년도 더 전에 바닷가 마루에서 바닷바람 안주삼아 마시던 쏘주가 생각나네.

그건 좀 그리운 것 같기도 하네.

미안했던 사람들 얼굴도 희미하게 떠오르네.

내일은 뭐하지? 뭘하지? 무얼하지?

최선을 다해 사는 것도 별로 재미없어. 그렇다고 흐릿하게 보내기도 송구하지.

쓸데없이 또 망상, 상상, 망상, 상상

쉰다고 맘먹으면 쉴 수 있나?

일한다고 맘먹으면 일해 지나?

만약. 만약에. 혹 어쩌면.

내일은 비가 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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