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고추전

조아진 2022. 9. 9. 14:41

고추전

 

 

사무실에 있다가 11시 반쯤 어무이가 점심 먹으러 오라고 카톡을 주셨다.

 

나는 대충 짜장면 먹고 그림 그리려고 했지만 어무이께서 힘들게 밥 차려놨는데 또 내가 짜장면 먹는다고 안 가겠다고 하기가 좀 뭐해서 12시쯤 집으로 갔다. 그런데!! 어무이는 열심히 전을 부치고 계셨다.

 

순간 아...... 하면서 잠깐 머릿속이 하얘졌는데 어무이가 청양 고추전을 막 시작하셨던 터였고 정작 본인은 매운 것을 못 드시는 분이 나머지 가족들이 좋아하니까 매워서 기침을 콜록콜록 하시면서도 전을 부치시는 모습을 또 그냥 멀뚱멀뚱 보고만 있기는 좀 또 뭐해서 비키시라고 하고 내가 뒤집개를 집어 들었다.

 

예전엔 명절 때마다 전을 산더미같이 부쳐서 친척들에게도 나눠주고 했었는데 서로 힘드니까 이젠 전 부치는 건 그만하자고 결정을 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전을 조금씩은 부치셨고 오늘이 그날이었던 것이다.

 

명절이라고 그래도 찾아오는 친척들 때문에 전을 붙이신 것 같긴 한데... 전이야 있건 없건 명절이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또 반나절 내내 허리도 못 펴고 전을 부쳐야 했던 내 지난 과거를 돌아보자면 온종일 기름 냄새를 맡아가며 전을 부치고 나면 오히려 전을 쳐다도 안 보게 되더라는 웃픈 현실이 새록새록 하다. (이상하게 전을 부치고 나면 꼭 라면이 땡기더라...)

 

뭐 아무튼 양이 적어서 금방 부칠 수 있었고 금방 부친 고추전을 고추장에 찍어서 밥과 함께 정말 맛나게 먹고 다시 사무실로 왔다.

 

뭐 아무튼 때깔은 참 곱다...

 

 

#고추전 #명절일기 #전부치기 #추석 #한가위 #명절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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