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꿈 1 (애니메이션 배경 감독 / animation background director)

조아진 2020. 3. 22. 13:37

1 (애니메이션 배경 감독 / animation background director)


지난 번 옛날 그림 - 카투니스트 (cartoonist) 꿈에 관한 글에 이어 두 번째 꿈이었던 애니메이션 배경 감독을 꿈꾸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적어 보려고 한다.


2001년 대학에 복학하기 한 달 전쯤 휴가를 나왔다가 동기였던 이지혁이라는 친구의 부탁으로 그 친구의 애니메이션 졸업 작품인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작품의 배경 감독을 맡게 되었다.


그 당시 난 동생도 하늘나라로 간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상태였고 아직 군에서 제대를 한 상황도 아니었는데 뭔가 홀린 것처럼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냥 내 정신적 상황이 뭔가에 집중해야만 했었던 것 같고 또 한편으론 미야자키 하야오 (Miyazaki Hayao)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좋아했었던 점 그리고 지혁이라는 친구가 날 강하게 필요로 한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단순했던 나라는 사람이 말빨 좋은 녀석에게 그저 단지 속은 게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날 치켜 세워줘서 자연스럽게 내가 지금 있어야 할 곳, 당장 내가 해야만 할 일로 결정했던 것 같다.


그 당시 우리 둘은 학교 정규수업은 잘 안 들어가면서도 학교 작업실에서 밤을 새기 일쑤였는데 그 시간들은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자료를 조사하며 또 작품의 형식과 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굉장히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초기 설정 준비를 할 때 녀석은 콘티를 짰고 나는 그 이야기에 맞는 설정 원화들을 그리며 작품의 색과 톤을 만들었는데 밤을 샌 뒤 학교 식당에서 조식을 먹고 자취방에 가서 자고 오후 1시 쯤 다시 학교 작업실에 가는 고된 시간들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후배들이나 제자들에게 애니메이션에 관해 조언을 해줄 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애니메이션은 기획이 제일 재미있는 시간이고 실제 제작부터는 고된 노동의 시간이라는 것 말이다.


그 당시 난 컴퓨터 CG 프로그램은 1도 몰랐고 한글 타이핑이나 하는 수준이었는데 반대로 손으로 그리는 그림 특히 회화풍의 작업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고 또 총 감독인 지혁이라는 친구가 바라는 점도 일치해서 그저 내가 지혁이와 공유된 감정을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림을 그리면 거의 OK였다.


그렇지만 팀작업에서는 항상 변수가 등장한다. 그 당시 문화콘텐츠진흥원이었나? 아무튼 그런 기관에서 소액의 제작지원비를 지원하는 공모가 있었고 학과 차원에서도 독려를 해서 공모에 지원을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는데 이게 작품의 제작방식이나 팀의 규모에 따라서 지원금액이 달랐다. 팀의 이름은 어려운 예술 애니메이션 말고 팝콘처럼 대중성이 있는 작품을 만들자 해서 팝콘이라고 지은 걸로 아는데 아무튼 제작지원작에 선정이 되었고 팀을 분화해서 꾸려가게 되었는데 당시 지혁이의 리더십도 좋았고 후배들에게 인기도 좋아서 꽤 많은 후배들이 함께 하게 되었다.


나 역시 배경 팀을 따로 꾸리게 되었고 후배들에게 그림을 연습시키면서 동시에 원하는 배경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는데 문제는 나도 초보 감독이었고 후배들은 손그림엔 익숙하지 않았지만 컴퓨터 CG작업에선 나보다 탁월한 친구들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배경 팀의 애니메이션 공부였다. 우리가 표현하고자 했던 작품과 최대한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품의 배경 이미지를 분석하고 카피 이미지를 그리거나 또 레이어 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토요일 오후에 모여서 함께 애니메이션을 감상했고 그림을 그렸으며 배경용 콘티를 따로 작업하기에 이르렀다.


<크리스마스 선물> 이 작품은 내가 팝콘 1기로서 활동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정말 큰 정신적, 감정적, 기술적 공부이자 쾌감을 주었던 작품이 되었고 훗날 내가 애니메이터(animator)라는 꿈을 꾸며 졸업 작품을 준비 할 때 팝콘 2기를 시작하게 된 원동력이 되게 된다.


다음의 이미지들은 그 당시 나와 배경 팀원들이 그린 크리스마스 선물의 배경 이미지들의 일부이며 꿈 2편은 나의 졸업 작품 <성냥팔이 소녀를 위하여>에 관한 이야기를 쓸 예정이다.
































#크리스마스선물 #애니메이션 #애니메이터 #애니메이션배경감독 #팝콘 #애니메이션배경 #christmas #christmasgift #animation #animator #animationbg #animationbackground #animationbgdirector #animationdirector #조아진 #조아진작가 #조아진화가 #조아진감독 #조아진작품 #조아진그림 #화가조아진 #choahjin #수채화 #파스텔화 #색연필화 #연필화 #watercolor #pastel #colorpencil #pencil


'Memento mori'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고도 짧은 하루와 짧고도 긴 밤  (0) 2020.03.28
의미없음  (0) 2020.03.25
오랜만에 작업 중  (0) 2020.03.15
10살 조카가 삼촌처럼 그리고 싶다며 그린 그림  (0) 2020.03.14
디 아크 빛  (0) 202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