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결혼식 축하선물 두 번째 feat 이하

조아진 2024. 9. 13. 21:06

결혼식 축하선물 두 번째 feat 이하

 

 

 

*현재 : 2024913일 오후 610분 경. 회사에서 일하는 중이다.

 

이번 주 월요일에 교재인쇄를 넘겼는데, 우리 직원이 오늘 오후 5시까지 배송된다는 전화를 오후 2시경에 받은 터. 저녁 6시가 되었는데도 배송 차는 도착 안 했고 직원들은 먼저 퇴근을 했다.

 

뭔가 하늘이 붉은 것이 안 좋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뭐 명절 연휴 전이고, 금요일이라 늦는가보다 생각하면서 간만에 또 일기를 끄적여 본다.

 

 

 

 

*과거 : 2024821일 수요일 낮 117.

 

까톡회사에서 일하던 중 카톡 알림음이 들렸다.

 

미스타조. 겁나게 추카혀. 내가 사람들 많은 데를 못가. 그랴서 예식장은 못 가겄어. 작은 선물하나 보낼 텡께 택배 받을 주소 좀 보내봐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93일 화요일. 후배가 보내준 결혼식 축전 일러스트에 이어 이번엔 이하 작가님의 선물이 도착했다.

 

작품 스타일과 달리, 의외로 사람 많은 곳을 안 좋아하시는 작가님이셔서 결혼식에 못 오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는 바였고, 결혼식 전에 이것저것 결제 할 게 있어서 온라인 뱅킹을 들어가 보니 이럴 수가.. 축의금도 따로 입금해 주신 상황.. 뭔가 이중으로 축하받는 기분이 들었더랬다. 감사합니당~ 헤헷.

 

이하 작가님이 보내주신 축하선물은 정릉동 재개발구역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품이다.

 

성북구에 거주하고 계신 작가님이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근대 서울 풍경을 작품 기록으로라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시면서 만드신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관련된 연작의 작품인 북정마을이라는 작품을 소개하시면서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을 옮겨 본다.

 

인왕산 끝자락. 한양도성이 흘러내리는 명당자리.

잠실 롯데타워가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보일만큼 온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북정마을.

 

조선시대엔 메주를 쑤던 곳.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이 밀려와 하꼬방을 지어 살며 현재까지 개발이 안 된 곳이다. 북정마을이 저층 타운하우스로 재개발이 된단다.

 

누군가에게 이곳의 재탄생은 서운함이고 누군가에겐 삶의 희망.

 

차가 다닐 길도 없고 연탄재가 늘어선, 가파른 골목길과 좁디좁은 계단 길, 그리고 푸른 텃밭이 널린 곳.

 

부지런한 할머니들이 골목마다 꽃을 심어 우아한 달동네가 된 곳.

 

자본주의의 날카로운 가시를 피해 피난 온 음악가 화가 시인들이 가난한 제국을 이루어 사는 곳이고 서울의 역사 그 시작부터 이어져 온 곳이다.

 

소멸되어가는 것에 대한 애틋함. 그 안타까움을 담아 북정마을을 그린다.

 

북정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는 곧 쓰러지겠지만 마을의 역사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쨍쨍하게 살아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나는 강동구 주민으로 살다가 도봉구 주민으로 전입신고를 했더랬다. 어릴 적 살던 마천동 시장골목도 그리고 이제 결혼 후에 살게 될 도봉구도 성북구만큼이나 오래된 동네의 느낌이 다분한 곳인지라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그리셨는지 그 맘이 헤아려졌더랬다.

 

이하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시거나 구입하고 싶으시다면 https://www.facebook.com/geryoldman2 <- 요기 페이스북 페이지로 가셔서 문의 하시면 된다. (혹은 카카오톡 아이디 yowbi222 <- 이쪽으로 문의하셔도 된다.)

 

 

 

 

*다시 현재 : 2024913일 오후 740분 경 교재가 도착했다. 이미 날은 어두워졌다.

 

대충 교재실에 교재를 교체해서 넣었고 남은 재고는 다음 주 연휴 기간 중에 사무실에 한두 번 정도는 더 나와야 할 것 같으니 그때 정리하기로 마음 먹는다. 아까 쓰던 일기를 마무리하니 오후 840.

 

이하 작가님이 페이스북에 쓰신 글 중 한 가지 사건이 누군가에게는 서운함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는 법이라는 글이 참 맘에 와 닿는다.

 

나의 야근이 이렇게 감사 일기를 쓰게 되는 시간을 벌게 해준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