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집으로

조아진 2021. 1. 4. 19:08

집으로

 

유난히 정신도 없었고 바빴던 월요일이었다.

 

딱히 별다를 것 없는 그저 그런 하루의 반복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좀... 아니 지금은 좀 그런 기분이 든다.

 

연휴가 어떻고 크리스마스가 어쩌고... 그런 것들은 이미 초월한 것 같은데... 뭐랄까...

 

집에 있을 땐 어서 출근해서 일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뭔가를 많이 불태운 것 같은 지금 같은 순간은 이제 집에 가야지 하다가도 딱히 집에 가면 또 뭐하나 싶은 것이다.

 

사실 며칠 전부터 계속 똑같은 쳇바퀴를 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일이 지겹다란 생각을 했었다.

 

미술교사구인 글 올리고 미술교재개발하고 색칠공부자료 만들고 난 뒤엔 회원작품들을 모아서 월간 그림샘 시리즈를 올리고 나면 다시 또 미술교사구인 글을 올리고... 이게 작년에 내가 한 일의 전부이다.

 

작년 한 해가 통째로 사라진 것 같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에겐 그 어느 때보다 바빴던 한 해였다.

 

코로나 위기를 잘 버텨낸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아... 또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는 구나 싶었을 때 정인아 미안해 캠페인 소식을 접하고 나선 뭔가 더 기분이 다운되어 버렸다.

 

의미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선한 것과 악한 것의 경계는 무엇일까? 종교란 무엇이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어느덧 마흔 다섯이란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고민해 무엇하랴... 정답이란 게 애초에 없는 것을, 맥주로 고단함이나 좀 달래면서 오늘을 마무리 해야겠다.

 

집에 가자.

 

조아진 / 집으로 가는 길 - Winter / 91 x 72.7cm / mixed media / 2017

 

#집으로 #집으로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