進翁寓話 -3 고슴도치-
배나온 중년이 노인이 되고
깡마른 청년이 중년이 되었을 무렵
청년으로 자란 소년의 몸이 이끼로 덮여갈 무렵
고슴도치 한 마리가 표류해 왔다.
가시를 꼿꼿히 세운체 태양 아래 말라가고 있다.
그늘 한켠을 내주지만 경계는 풀리지 않는다.
깊은 한숨과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오랜만의 움직임에 몸이 비명을 지른다.
고슴도치를 들어 그늘로 옮기는 쇠약한 두 손.
가시에 찔려 끈적한 피가 배어나온다.
마른 눈에 물이 고인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
붉은 손을 보며 우는 듯 웃는다.
고슴도치가 빠꼼히 쳐다본다.
다시 깃털들을 모으기 시작하는 청년
작열하는 태양 빛에 땀이 빛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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