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리뷰 34

조민 에세이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 리뷰 / 도서출판 참새책방

조민 에세이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 리뷰 / 도서출판 참새책방 “절친 한 명만 있으면 괜찮아요.” 세 살 무렵.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유학생활로 인해 한국과 미국, 영국 이곳저곳에서 살아야 했던 한 소녀가 있었다.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이들과 부대끼며 스스로 움츠려 들 수도 있었으련만 그 소녀는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기 보다는 호기심이 강했다. 소녀의 나이 일곱 살. 영국에서 살 때 “Indian Stupid"라 놀림과 인종차별을 당하며 흙탕물에 밀려 넘어져 침을 맞기도 했는데 정작 다른 학교로 전학을 권유하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베프(best friend) 한 명 사귀는 데 6개월이 걸렸어요. 나는 또 반복하지 않을래요. 절친 한 명만 있으면 괜찮아요.” 그렇게 차별에 씩씩하고 당당하..

작품 리뷰 2023.12.30

정경심 교수 에세이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리뷰 / 도서출판 보리

정경심 교수 에세이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리뷰 / 도서출판 보리 보내는 사람 정경심 슬픔에 담긴 밝음 귀하 1152일. 서울구치소의 독방에서 교도소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적어내는 손바닥만 한 종이 보고전(報告箋)에 삐뚤삐뚤 써내려간 글씨. 책의 제목은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3개의 소제목. 멀리서 너를 바라만 보아도 / 운명의 바퀴여 제발 / 문득 아름다움이 되는 순간까지 그리고 72 / 76 / 48. 그 세 개의 소제목에 담긴 편지들 총 196편 일기? 에세이? 편지? 그 무어라 불러도 상관없을 듯하다. 그녀 자신에게, 그녀의 운명에게, 신을 향한 울음, 물음이기도 하고, 남편에게, 자식에게 전하는 그리움과 고마움이기도 하며, 자신과 가족들에게 기꺼이 어깨를 내어준..

작품 리뷰 2023.12.09

안녕달 눈, 물 / 창비

안녕달 눈, 물 / 창비 에필로그. 마침내 여자가 겨울을 들고 돌아왔을 때 방에는 작은 물웅덩이만 남아 있었다. 여자는 그 녹아내린 물들을 소중히 모아 겨울의 방에 곱게 모아 넣었고 차디찬 겨울의 방에게 팔베개를 해준 뒤 조용히 속삭이듯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여자는 손끝으로 겨울을 만져 보았고 손이 베일 듯 시려워 호호 입김을 불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겨울을 열어 얼어붙은 물웅덩이에 입맞춤을 한다. 그렇게 눈아이는 여자의 온기를 잠시나마 붙들어 둘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산 건 작년 9월 말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은 것은 약 한 달 전... 보통 책을 읽을 때는 대중교통을 이..

작품 리뷰 2023.07.15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 / 신촌 필름포럼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 / 신촌 필름포럼 하나. 고교무상화정책 지난 4월 19일 신촌 필름포럼에서 김지운 감독, 강하나 배우를 비롯하여 재일동포와 일본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차별’을 보고 왔다. 차별은 지난 2010년부터 실시된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유일하게 제외된 조선고급학교의 학생들, 그들의 부모인 재일동포들 그리고 의식 있는 일본시민들이 연대하여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차별금지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똑같은 세금을 내는 시민의 일원임에도 아베정권은 일본 헌법과 국제인권규약, 국제아동권리 협약에 위배되는 차별조치를 단행했고 최근에는 유치원과 보육지원에서도 배제하였다. 당시 명목상으로는 지원금이 조총련 등에 의해 유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내세웠으나 이미 조..

작품 리뷰 2023.04.20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장편소설 / 창비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장편소설 / 창비 한 등에 두 짐 못 지는 법인디…… / 정지아 작가의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리뷰 이 책을 산 건 작년 9월 말이었다. 그때 인터넷 교보문고를 통해 오세영 작가의 , 안녕달 작가의 그리고 정지아 작가의 세 권을 샀는데 최근에야 두 달에 걸쳐 드문드문 책장을 넘겼고 드디어 오늘.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장을 덮었다. (아직 안녕달 작가의 책도 펴보질 못했는데 또 최근에 또 조국의 법고전 산책,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의 미스터 프레지던트, 정세현 전 장관님의 통찰이라는 책을 사부렀다.. 이건 또 언제 읽지... ㅡ_ㅡ;;) 사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단번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볼 수 있는 이야기의 속도감과 재미, ..

작품 리뷰 2023.02.19

창작 뮤지컬 고스트 메모리 / 노래극단 희망새 / 극장 봄

창작 뮤지컬 고스트 메모리 / 노래극단 희망새 / 극장 봄 1950년 그날 그곳엔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묻혀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 1. 서곡- 그저 사람, 우린 그저 사람이다. 마치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구분 짓는 듯한 푸르스름한 빛과 뿌연 안개가 깔린 문 없는 출입구. 암전과 함께 비장한 서곡 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포승줄에 묶인 채 어딘가로 끌려간 양민들은 총소리와 함께 쓰러지고 만다. 2. 왕코와 별성의 미스테리 어드벤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시청자들에게 별풍선을 구걸하던 ‘DJ 왕코’와 ‘어설픈 퇴마사 별성’은 시청률이 저조하자 한 시청자의 조언으로 귀신이 출몰한다는 한 폐광에서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게 되고 지나가던 마을 주민은 귀신 같은 건 없다, 땅 값 떨어지니까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

작품 리뷰 2023.02.12

1989 단편 애니메이션 밸런스 (Balance) 리뷰

1989 단편 애니메이션 밸런스 (Balance) 리뷰 온통 잿빛으로 물든 시공. ‘삐그덕, 삐그덕’ 이따금씩 들리는 기괴한 소리를 따라 화면도 미세하게 균형이 흔들리는 평평하고 네모난 작은 규모의 제한적인 판 위. 같은 모습과 차림을 한 다섯 명의 사람들이 둥글게 서로 등을 돌리고 서서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판의 균형(Balance)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모두 머리카락이 없고 등에 서로 다른 숫자가 적힌 긴 롱코트를 입고 있으며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각자 다른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까마득한 낭떠러지 어딘가부터 바람을 따라 메아리쳐오는 소리에 호기심이 일었을까? 한 사람이 한 걸음을 내딛자 판이 그 사람에게로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다른 네 명도 본의 아니게 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각자 앞으..

작품 리뷰 2022.12.04

목론 (目論) 리뷰 / 故 오세영 작품집 부자의 그림일기 中

목론 (目論) 리뷰 / 故 오세영 작품집 부자의 그림일기 中 쌀쌀한 초겨울의 어느 날 아침.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자가 전철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겉모습이 굉장히 독특하다. “쟉딱쨕쟉딱쨕쨕 쟉딱딱쨕쨕쨕딱쨕” 경망스럽게 껌을 씹어대는 소리하며 또 머리에 두른 손수건은 정장을 잘 차려입은 신사의 품격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이윽고 전철이 도착하자 재빨리 안으로 들어서는 주인공. 연신 껌을 씹으면서도 빈자리를 살피느라 시선 또한 분주하다. 좌석에는 졸면서 자꾸만 옆 자리의 아주머니에게 머리를 떨구고 있는 아저씨와 또 불쾌한 표정으로 자기의 어깨에서 머리를 밀쳐내기 바쁜 아주머니, 커다랗게 신문을 펼쳐든 사내와 연인끼리 붙어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 중인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

작품 리뷰 2022.09.23

신부가 된 복서 (Father Stu) / 스포있음

영화 신부가 된 복서 리뷰 (Father Stu) / 스포있음 어제 어머니께서 저녁에 집에서 같이 영화나 보자고 하셔서 아버지와 나를 포함해 명절에 세 명 모두가 만족스럽게 볼 만한 영화를 추려봤는데 리스트는 범죄도시2, 엘비스, 신부가 된 복서였고 범죄도시는 폭력적인 장면이 많아 어머니가 안 좋아하시고 엘비스는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가수 자체를 아버지가 안 좋아하셔서 자연스럽게 신부가 된 복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신부가 된 복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주인공 스튜어트 롱 역할의 마크 월버그, 아버지 역할인 빌 롱 역의 멜 깁슨, 어머니 캐슬린 롱 역의 재키 위버, 여자친구 카르멘 역의 테레사 루이스 등이 출연한다. (내가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라서 그런지 마크 월버그와 멜 깁슨 정도만 알았더랬..

작품 리뷰 2022.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