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차별 / 신촌 필름포럼
하나. 고교무상화정책
지난 4월 19일 신촌 필름포럼에서 김지운 감독, 강하나 배우를 비롯하여 재일동포와 일본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차별’을 보고 왔다.
차별은 지난 2010년부터 실시된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유일하게 제외된 조선고급학교의 학생들, 그들의 부모인 재일동포들 그리고 의식 있는 일본시민들이 연대하여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차별금지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똑같은 세금을 내는 시민의 일원임에도 아베정권은 일본 헌법과 국제인권규약, 국제아동권리 협약에 위배되는 차별조치를 단행했고 최근에는 유치원과 보육지원에서도 배제하였다.
당시 명목상으로는 지원금이 조총련 등에 의해 유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내세웠으나 이미 조총련은 힘이 많이 위축되어 가던 시기였고 오히려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들의 문화와 언어를 말살하여 황국의 3~4등 시민으로 개조하려 했던 전례가 있었던 바 아베정권의 의도는 과거에 그러했듯 그리고 지금 중국이 그러하듯 21세기 민족말살 정책을 ‘차별’을 통해 의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소송 현장마다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며 방해 집회를 여는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그 반증이라고 볼 수 있겠다.)
둘. 현실이 다큐멘터리 : 무례한 관람객들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은 새로운 세대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재일교포, 재일동포하면 우리는 자연스레 과거 조총련의 그늘을 여전히 떠올린다. 이른바 ‘일본 좌익, 일본 빨갱이’이다. 영화 안에서도 김지운 감독은 이 부분을 피해가지 않고 한 학생의 인터뷰를 통해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영화 속의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아이들처럼 또 일본의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해맑은 구석이 있지만 사실 그 밝음 속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보였다. 부모와 또 그 부모의 부모 세대들이 물리적 폭력과 차별을 당했었다면 현 세대의 아이들은 합법을 가장한 규제의 차별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물론 그 부모들은 일본인으로 귀화하여 일본국적을 가진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도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하여 김지운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에 부모들이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인이 되어 자녀들이 일본인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면 현 세대들은 일본의 강제징용은 없었던 일이고 안중근은 테러범으로, 독도는 다케시마로 배웠을 것입니다.”
영화관람 후 김지운 감독님과 강하나 배우님과의 이야기 시간이 있었다. 사회자와의 질문과 대답 시간이 끝난 뒤 곧이어 관객과의 질의 응답시간이 있었는데 도통 이해하기 힘든, 부부로 보이는 첫 번째 관람객들의 질의가 있었다.
“조선학교라는 이름은 세련되지 못 한데 좀 바꾸지 그러냐, 일본 정부에서 지원금을 안 주면 세금 안 내기 운동을 하면 되지 않겠냐, 이도저도 안 되면 거기서 고생하지 말고 대한민국에 와서 살아라, 왜 여전히 북한의 말투와 억양, 집체교육 같은 것들을 받느냐 보기 불편하다.”
인터뷰 도중 결국 강하나 배우의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이것은 분명 폭력이었다. 말끝마다 ‘요’자를 붙여서 경어를 쓴 것처럼 들리지만 실상 속내는 ‘내가 너희보다 더 잘났다’는 우월감과 거만함이 담겨 있는 졸부와도 같은 질문 아닌 공격이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 그녀들에게 ‘저고리’와 ‘조선어’는 일본의 차별과 억압 속에서 ‘나 혹은 우리’를 지켜내고자 했던 공동체의 정체성 그 자체이다. 영화를 보고서도 저런 질문을 했다는 것은 필시 다른 의도를 갖고 왔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나중에 찍은 단체 사진을 보니 그 두 사람의 면상이 박제되어 있었더랬다.)
셋. 울고 있는 난민들
영화를 보기 며칠 전 재일교포 작가 분들과 일본작가, 한국작가들이 모여 일본에서의 전시 때문에 회의를 했었다.
한 재일교포 작가님께서 회의 말미에 이런 당부를 하셨었다. “현재까지도 고통 받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교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른 작가분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와 같은 마음은 갖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고 특히 이번 전시로 인해 일본에 있는 아이들이 우익들의 타겟이 되어 공격받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난 마음속으로 우익들이 작가를 공격하는 게 아니고 왜 아이들을 공격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영화 ‘차별’을 보고 나자, 일제강점기 때 그랬듯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것이구나 하고 뒤늦게 깨닫게 된 영화였다.
김서경 작가님께서는 재일동포를 ‘일본 속에서의 난민’처럼 느껴진다고 말씀하시며 일본에서는 극우세력들에게 차별받고 한국에서도 ‘반쪽발이’, ‘북한 쪽발이’로 차별받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김운성 작가님과 김지운 감독님은 함께 영화 관람을 하신 일본인 분들이나 현지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시면서 실제로 일본 현지에서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 대해 사죄하고 재일한국인들을 위해 헌신하시는 일본인’들이 굉장히 많다고 하시면서 우리가 지금이라도 이 잘못을 바로 잡고 의식 있는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서로 연대하면서 함께 공생하고 살아나갈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씀하셨다.
매우 공감한다. 세상이 아픈 일 투성이고 고통과 절망 투성이지만 울고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데 모른 체 제 할 일만 하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이번 일본에서의 전시 계획도 그렇고 이번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도 그렇고 ‘정말 나는 우물 안 개구리구로구나, 그림을 그리는 목적을 잊어버리고 기획자로서의 마인드로서만 접근 했구나’ 하는 막심한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하여 앞으로 역사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또 이왕이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시간들을 바쁘더라도 쪼개 내어 조금씩이나마 알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인터뷰 내내 단어 하나하나 신중하게 선택해서 진심을 담아 꾸욱꾸욱 눌러 현명하게 답하시던 모습에 그동안에 안팎으로 얼마나 많은 차별과 공격을 받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강하나 배우님.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김복동 할머니의 희망’처럼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재일동포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상업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웃으며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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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1. 김복동의 희망
‘김복동의 희망’의 주요 사업의 하나로 재일조선고급학교의 학생 중 매년 10명을 김복동 장학생으로 선정하여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재일동포 세대와 연대하는 마음으로 후원 및 정기후원 등에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후원계좌 : 예금주 / 김복동의 희망 / 국민은행 / 069101-04-224446
* 정기후원신청 CMS : http://kimbokdong.com/donation
* 문의 : 02-365-4017
추신 2. 다큐멘터리 차별 대관 및 공동체상영 신청
‘식민과 분단의 역사를 넘어 남과 북, 일본을 잇는 인권, 평화의 상징이 될 조선학교, 조선학교 아이들의 배울 권리를 이 싸움 끝까지’
https://forms.gle/SPQDq37nChPcfSmR6
* 대관 및 공동체상영 문의 : 이스크라21 jioon@hanmail.net / 010-760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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