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리뷰

신부가 된 복서 (Father Stu) / 스포있음

조아진 2022. 9. 10. 12:37

영화 신부가 된 복서 리뷰 (Father Stu) / 스포있음

 

 

신부가 된 복서 (Father Stu) / 스포있음

 

 

어제 어머니께서 저녁에 집에서 같이 영화나 보자고 하셔서 아버지와 나를 포함해 명절에 세 명 모두가 만족스럽게 볼 만한 영화를 추려봤는데 리스트는 범죄도시2, 엘비스, 신부가 된 복서였고 범죄도시는 폭력적인 장면이 많아 어머니가 안 좋아하시고 엘비스는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가수 자체를 아버지가 안 좋아하셔서 자연스럽게 신부가 된 복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신부가 된 복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주인공 스튜어트 롱 역할의 마크 월버그, 아버지 역할인 빌 롱 역의 멜 깁슨, 어머니 캐슬린 롱 역의 재키 위버, 여자친구 카르멘 역의 테레사 루이스 등이 출연한다. (내가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라서 그런지 마크 월버그와 멜 깁슨 정도만 알았더랬다.)

 

 

미국의 몬태나주. 어린 시절 알콜 중독자였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썩 좋지만은 않았던 스튜어트의 가정에 큰 불행이 닥친다. 6세 때 갑자기 세상을 떠난 동생 스티븐으로 인해 가족들 간에 불화가 생기게 되자 아버지는 집을 떠났고 특히 스티븐은 하필 관을 짜는 성인이라는 의미의 천주교 세례명까지 받았던 터라 가족 모두는 종교에 적대감을 갖게 된다.

 

 

시간이 흘러. 아마추어 권투 선수로서 거칠게 몸을 혹사시키며 어머니와의 생계를 책임지던 스튜어트는 142패라는 꽤 괜찮은 승률을 갖고는 있었지만 묵직한 한 방이 없어 많이 맞고 겨우 이기는 일이 잦았고 어느 날 턱에 이상을 느껴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로부터 선수생활을 계속했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권투선수로서 성공하기엔 이미 나이도 꽤 먹었고 너마저 잃을 순 없다는 어머니의 말에 선수생활을 포기한 스튜어트는 문득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헐리웃의 스타가 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가게 된다.

 

 

그는 식료품 가게의 정육점 직원으로 일하며 여러 배우 오디션을 보러 다니지만 결과가 좋지는 않았는데 계속된 오디션 낙방과 조바심을 술로 달래기 시작했고 결국 경찰에 음주운전이 적발되어 차를 압류 당하게 된다. 또 다른 오디션을 보기 위해 차가 필요했던 그는 같은 도시의 공사장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트럭을 훔치려다 실패하며 동생의 죽음 이후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와의 서먹한 관계가 더욱 불편해 지게 된다.

 

 

어느 날 가게에서 일하던 중 천주교 전도 포스터를 가게의 게시판에 붙이고 가던 카르멘이라는 멕시코 여성에게 한눈에 반한 스튜어트는 그녀를 찾아 성당을 찾게 된다. 성당의 모든 사람들이 양아치 건달 같은 스튜어트를 못마땅해 했고 카르멘 역시 그의 구애를 거부하며 자신과 자신의 부모님은 독실한 신자로 그에게 세례를 받지 않는 한 만날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한다. 하느님이나 성모를 믿을 생각 따윈 없었지만 카르멘의 눈에 들고 싶었던 스튜어트는 거칠긴 하지만 재치 넘치고 유머러스한 입담을 가지고 있었고 세례를 받기 위한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세례를 받아 카르멘과 교재를 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카르멘의 가족들을 초대하여 함께 식사를 하게 된 스튜어트. 카르멘의 아버지는 자기 고향에서는 성모님의 앞을 지날 땐 항상 기어서 지나간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한편 배우가 되기 위한 길은 여전히 불투명했던 그는 술집에 들러 술을 마시던 중 의문의 한 남성과 이상한 대화를 하게 된다. 그 의문의 남성은 대화 말미에 음주운전은 하지 말라고 조언을 했는데 스튜어트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가다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생사의 경계에서 그는 성모 마리아처럼 보이는 여성의 환상을 경험하게 되며 자신은 지옥 따윈 두렵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슬피 울며 너는 이렇게 헛되이 죽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이후 병원에서는 코마상태에 빠진 스튜어트의 어머니에게 그가 곧 사망할 것 같으니 남은 가족들에게 연락하라는 말을 듣게 되고 그녀는 오랜 시간동안 인연을 끊고 살았던 남편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기적적으로 정신을 되찾은 스튜어트. 여전히 불편한 관계이긴 하지만 아버지와 다시 연락을 하는 계기가 된다.

 

 

한편 스튜어트는 생사의 경계에서 이상하고 신비한 체험을 한 이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항상 자신보다는 영리했던 동생이 살아있었어야 했다는 죄의식을 갖고 살아왔던 그는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사제가 되어 회개하며 헌신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여자 친구인 카르멘과 어머니,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한 확신으로 사제의 길을 걸으려는 스튜어트는 자신이 다니는 성당의 교구에 있는 카톨릭 대학교에 편지를 보내 입학 신청을 한다. 하지만 평소에 그의 출신이나 성품을 좋게 보지 않았던 교회의 지도자들은 그의 입학 신청을 거부하고 이에 스튜어트는 직접 학교에 방문하여 하느님도 자신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며 예의 그 강한 자신감과 현란한 입담으로 입학 허가를 받아내게 된다.

 

 

다혈질인 자신의 성질도 죽여 가며 차근차근 사제가 되기 위한 교육을 성실히 받던 어느 날. 동료 사제 후보자와 농구를 하던 중 갑자기 다리에 힘을 잃고 쓰러진 스튜어트는 의사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듣게 된다. 바로 그가 루게릭 병과 유사한 희귀 근육질환을 겪고 있으며 치료방법이 없다는 것. 1년 안에 몸이 다리, 손가락, 얼굴 근육의 순서대로 굳을 것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두라는 것이었다. 스튜어트는 이럴 거면 동생 데려갈 때 자신도 같이 데려가지 왜 나만 살려뒀다며 큰 절망으로 십자가의 예수처럼 고통 속에 울분을 토해낸다. 하지만 그는 예수 당신을 위해 곁에 남겠다며 사제가 되기 위해 결심했던 처음 그 다짐처럼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시간이 흘러 온몸에 이상이 온 스튜어트. 교구장은 그를 따로 불러 성스러운 예배에 그런 불편한 몸으로는 성사를 치룰 수 없다는 이유로 사제의 서품을 내릴 수 없다는 말을 전한다. 육신은 하느님께 아무 의미도 없는데 뭐가 문제냐며 처음에는 가톨릭에 망신이라고 안 받아주더니 이제는 불구가 되자 내쫓으려 하냐고 항변해 보지만 교구장은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다시 한 번 좌절하는 스튜어트는 깊은 밤 성모 마리아 상을 향해 엎드려 기며 자신을 책임지라며 밤을 새우며 기도인지 푸념인지 모를 말들을 읊조리지만 결국은 학교에서 나오게 되고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 요양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이제는 더 이상 혼자서 걸을 수도 없어 휠체어에 의지하던 그는 아버지와 함께 마을의 성당엘 가게 되는데 그곳엔 깜짝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가 다니던 대학의 교구에 신자들과 신부들이 스튜어트에게 사제의 서품을 허락할 것을 탄원했고 그 바람이 이루어진 것.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축복 속에 그는 엎드려 사제의 서품을 받게 된다. 이후 요양 시설에 머물며 사역활동을 시작한 스튜어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는 훌륭한 신부가 되게 되고 50세에 영면에 들었다는 소식과 함께 영화는 마무리 된다.

 

 

내가 이 영화의 리뷰를 쓰게 된 이유는 우리 가족의 상황과 너무나도 유사한 경험이 많아서 이다.

 

가족을 잃게 되면서 홀로 방황하거나 살아있는 가족끼리 서로 소원해지는 지점들이 생기기도 하고 나 역시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나 보다는 내 동생같이 신앙심도 좋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던 녀석이 살아있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들이 들곤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형식적인 종교의 삶과도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는 것도 비슷한 점이다.

 

 

스튜어트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내 인생이 먼저 떠난 녀석을 대신해서 내가 무언가 가치 있는 그런 헌신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박증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스튜어트는 그 믿음이 신의 대리자인 신부로서의 역할을 선택했다는 점이고 나의 경우에는 그냥 도리를 아는 작고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선택했다는 정도일까...

 

 

간혹 무신론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다. 나는 나 스스로가 무신론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모 없이 자식이 존재 할 순 없으므로... 다만 신적인 존재는 존재하나 그게 당신들이 생각하는 규범화 된 종교의 형태의 신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다.

예전에 썼던 글 중에 이런 생각을 쓴 적이 있다. ‘믿음은 믿어야 생기는 것이다라고.

 

 

사랑도 종교도,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맹목적이든 깨달음을 통한 이치이든. ‘라는 존재가 믿기로 해야 비로소 믿음이 시작되고 존재하게 된다고 믿는다. 물론 종교에서는 그 믿음도 신의 예정된 선물이라 주장하지만... 어쨌든 나는 나의 선택을 믿기로 했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오자면 추석 영화로 가족끼리 보기는 했는데 이 영화는 개신교나 가톨릭이라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별도 와 닿을 모티브는 없는 영화인 것 같긴 하다. 좀 진부하긴 하지만 이런 점은 있다. 종교라는 껍질 이면에 나락에 빠진 한 인간이 끊임없는 긍정과 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그가 결코 신을 포기하지 않았듯 그리고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위인들이 그러했듯 고통과 절망 속에 빠진 다른 모든 이들도 긍정과 확신으로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무언가는 이루어내고 만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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