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기로에서

조아진 2008. 10. 13. 13:50

기로에서 

 

 

혼자서 깨끗한 척 도도한척, 정의로운척, 착한척 하며 살다가

어느 날 가족들이 똥물을 대신 뒤집어쓰고 살아왔다는 걸 갑자기 이해해 버렸을 때란 말이지.

 

 

세상은 정해진 재화를 가지고 아옹다옹 다투는 거야.

누군가가 그 정해진 것들을 갖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거나 못된 짓으로 많이 가졌다면

 

남겨진 누군가는 자신은 “왜 아무 짓도 안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경제가 어려워 날 못살게 구는거지?” 라며 한탄하기 시작해. 혹은 불특정 다수나 선의의 부자들까지도 적의의 대상으로 삼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게 당연한거야.

 

그들은 딱히 당신 것을 가지려고 그랬던건 아니고... 다만 남들보다 많이 갖고 싶었을 뿐이야.

다만 그것은 정해진 것이라서 누군가가 많이 가져가는 만큼 누군가는 말라비틀어질 뿐인 거란거지.

 

여기서 이게 중요해.

 

나는 부나 권력을 탐하지 않고 그냥 있는 것들을 살아갈 만큼만 갖고 있길 원해.

아예 없이 살 순 없으니까. 그 정도는 나도 이해해.

 

하지만 사회가 체계화 되면 될수록, 선진화 되면 될수록 어째서 빈부의 격차가 더 심해질까. 어째서 내가 큰 욕심 부린 것 같지도 않은데 경제난은 주기적으로 반복되어져 온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옭아매는 거미줄 안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간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야.

 

자유롭게 태어난 인간이 스스로를 구속하는 것들을 만들어 놓고서 그것의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로테이션에 안정감을 느끼게 된 거지. 물론 처음엔 반항이 있었겠지. 그렇지만 이 거미줄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해서 지금까지 내려온 아주... 뭐랄까... 음. 견고하다고 해야 맞을 것 같군.

 

이 거미줄은 너무나도 견고해서 이제 진리처럼 생각되어져 버린다는 거야.

이렇게 이해해봐.

 

사회주의 체제에서 태어난 애기들은 보고, 듣고 자란 것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붉은 사상을 갖게 되지.

반면 민주주의 체제에서 태어난 애기들은 같은 이유로 자연스럽게 조금은 다양한 사상을 갖게 되는데 딱 하나!

 

경제논리 만큼은 예외야.

 

공부는 똑같이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시작하지만 벌써 그 전 자본의 힘을 가진 애기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5살부터 (심지어는 태교로 영어를 들으면서!!) 달리기를 시작하고 있었거든.

 

그 격차는 누적되어 계속 벌어져가는 거야. 물론 간혹 뜻밖의 일로 빈자리가 생기기도 하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예외적 상황이야. 로또 당첨 확률 같다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걸 부조리하다라고 느끼면서도 바꿀 수 있는 상황이 못되는 거야.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대거든.

앞에서 언급했듯 이 거미줄은 견고하다는 거지.

 

그런데 난 그걸 문화나 예술의 힘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라... 대단하지 않아?

 

그걸 꿈이라고 부르기로했고 믿기로 했었지.

언젠가는 바꿀 수 있지 않을까하고 말이야.

 

그래서 정치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느니, 권모술수를 알아야 한다느니, 얼마 정도는 못되게 살아야 한다는 말들을 들으면서도 동의하지 않았어.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니까.

 

그런데 내가 간과한게 있었어. 예술이란게 자본과 아주 밀접하다란 것인데...

돈 없으면 작품도 못 만들더란 얘기야.

 

이쯤 되니까 좀 이해가 되지?

결국 나도 혼자서 아등바등 했던거야.

 

지금 나는 기로에 서있어.

조금 못되게 살 것인지 꿈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믿으며 살아가야 할 지를.

 

그들 또한 그런 기로가 있었을 것이고 그들은 누군가를 위해 자신들이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되었을 거야.

혼자서 착한척 하며 살아오다가 결국 알게 된 거지.

 

내가 척하면 척할수록 누군가는 더 그 똥물을 뒤집어쓰고서 더러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걸 말이야.

 

아주 참담한 기분이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산 속으로 들어가서 자급자족하며 꾸밈없는 약소한 종이에 그림을 그릴 것인가 혹은 철저한 악당이 되어 힘을 가져야 할까... 이것도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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