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tion/Etc Ani Work

눈고래 (Snow Whale)

조아진 2008. 10. 22. 05:57

실제로 제작하진 않았고 기획단계까지만 했던 작품이다.

언젠가는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한 번 타이밍을 잃으면 다시 손대기가 힘들어진다.

 

작업이란게 다... 그렇다.                   2004년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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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래 (Snow Whale)  

 

 

 

 


#001. White & Title

 

 

이른 아침.

엷은 회색의 하늘이 부드럽게 펼쳐저 있다.

Title 'Snow Whale' 떳다 사라지고 작은 눈송이들이 조심스럽게 내리기 시작한다.


내리는 눈송이를 따라 소박하고 평화스러운 분위기의 마을 전경이 보여진다.

눈송이 마을 아래로 사라져간다.

 

 

 


#002. 대문 앞 키를 쓴 아이

 

 

낡은 대문 앞.

6살 가량의 사내아이가 고추를 드러내고서 키를 뒤집어 쓴 채 앉아있다.

두 손엔 제 머리보다 큰 바가지가 들려있다.


추운 날씨에 콧물이 얼어 붙어 있고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빈바가지 속을 쳐다보며 울먹이는 아이. 그 때 아이의 머리 위에서 눈 송이가 내려온다.


바가지 속에 조금씩 쌓이는 눈송이들.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 하늘 가득 눈송이들이 내려오고 있다.


홀린듯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 눈 송이가 비친다.

 

 

 

 

#003. 봄의 이미지

 

 

눈 송이가 부드럽게 회전하며 흰 꽃송이로 변화한다.


연두 빛 숲과 흰 꽃송이가 만발한 전경이 보여지고 한 두 송이씩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꽃봉오리가 열리면 노란 아기 고래들이 하품을 하며 잠을 깨고

사뿐히 날아올라 이곳 저곳을 자유로이 노닌다. 


밝은 빛이 감싸며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일렁이는 태양이 보여진다.

  

 

 

 

 

#004. 여름의 이미지

 

먹구름이 몰려들며 태양 빛이 사라진다.

한 두 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어느 새 입을 다문 꽃 봉오리들의 시련이 시작된다.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면서 크게 흔들거리는 꽃송이들.

허리를 굽혔다 일으키기를 반복한다.


마침내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는 꽃송이들이 보여진다.


이윽고 비가 멈추고 가는 빛 줄기가 한 송이의 꽃을 비추고 있다.

빛이 점점 넓게 비추고 꽃을 다시 피우는 몇 송이의 꽃들.


다시 피어난 꽃 송이에서 푸른 고래가 태어난다.

두려운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 보다 이내 안심하고서 멀리 날아 오르는 푸른 고래들.

 

 
쓰러져 있는 꽃송이에서 힘겹게 고개를 내미는 푸른 고래 한 마리가 보여진다.

  

 

 


#005. 가을의 이미지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의 한 가운데.

조금 자란 푸른 고래가 낮잠을 즐기고 있다.

 


붉은 단풍잎 하나가 고래의 머리 위에 가볍게 내려앉고 잠에서 깨는 젊은 고래.


알록달록하게 물든 숲을 유유히 지나는 모습이 보여지고 서서히 성장하는 고래.

낙엽이 지고 숲의 색이 고래가 성장할 수록 짙은 고동색으로 변화한다.

 

 
늙어가는 젊은 고래.

  

 

 

 

#006. 겨울의 이미지

 

초겨울.

어느 새 거대하게 몸집이 커진 늙은 적갈색의 고래.

눈 뜨는 것 조차 힘겨워 보인다.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늙은 고래.

 


늙은 고래의 머리 위에 눈 한 송이가 내려앉고 사르르 녹아내린다.


눈을 껌뻑이며 바라보다 이윽고 하늘을 바라보는 늙은 고래.


엷은 회색의 구름으로 덮인 하늘을 푸른 고래 한 마리가 유유히 날고 있다.

눈동자가 커지는 늙은 고래.


몸을 일으키려 애쓰는 늙은 고래 그러나 부르르 떨다 이내 주저앉고 만다.

하늘을 바라보는 늙은 고래의 그리운 눈 빛이 할아버지가 된 아이의 눈빛으로 중첩된다.

 

 

 

 

#007. 노인이 된 아이와 오줌싸개 손자

 

 

 

대문 앞 마루에 앉아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늙은 고래의 눈빛과 같다.


대문이 열리고 손자가 훌쩍거리며 나온다.

낡은 내복만을 입은 채 머리엔 할아버지가 아이 때 그랬던 것처럼 키를 쓰고 플라스틱 바가지를 손에 들고 있다.


애틋한 미소로 맞아주는 노인.

익숙한 듯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바가지와 키를 내밀고서 안아 달라듯 두 손을 번쩍 들고 서있는 손자.


노인이 손자의 키를 받아 머리에 쓰고 손자를 안아 무릎에 앉힌다.

멀리 하늘을 가리키는 할아버지.

 


하늘엔 숨구멍으로 하늘 가득 눈송이를 뿜어내고 있는 푸른 고래들이 보인다.


끝.

 

                                                                                                   

 

 


 by 진옹(進翁).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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