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소식

[스크랩] 이야기속의 이야기 (방문미술 그림샘 & 월간아트앤씨 /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네 번째)

조아진 2009. 12. 8. 14:36

방문미술 그림샘 & 월간아트앤씨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속의 이야기 / 유리 노르슈타인 감독

(Tale of Tales / Directed by Yuriy Norshteyn)

 

[글 조아진 (방문미술 그림샘 대표, 월간아트앤씨 객원기자)]

 

이야기속의 이야기 스틸장면 

 

회색 늑대, 전쟁, 녹색의 사과, 감자,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여인의 젖가슴, 한가로운 전원의 풍경, 탱고 그리고 자장가, 작품 이야기속의 이야기는 한 편의 난해한 시와 같은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태어난 그는 실제로 전쟁을 기억할 순 없었지만 수년이 지난 후에도 곳곳에 남겨진 상흔(傷痕)을 통해 전쟁에 대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1941년 러시아의 안드레예프카에서 출생하여 피난민의 시대에서 성장한 그의 이력은 전쟁이 강요한 침묵의 시대를 표현해야할 사명을 운명적으로 진 셈이다.

 

이야기속의 이야기 스틸장면

 

1961년 러시아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소유즈멀트리필름에서 애니메이터로써의 기반을 닦기 시작한 그는 1968년 러시아 혁명을 다룬 ‘25일 첫 날’을 통해 세계무대에 데뷔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외가리와 학, 안개속의 고슴도치, 토끼와 여우, 외투 등에서도 보여지듯 사랑과 고독, 오해와 단절, 절망과 희망 등의 인간의 내면과 본성 그리고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을 러시아의 민담, 우화 등을 통해 직접적인 서술구조를 피하고 상징과 은유로 내면의 심리를 표현하는 방식을 택하는데 그것의 정점이 바로 작품 ‘이야기속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단편적인 기억을 흩뿌려두고 각각의 이야기가 가진 상징성과 환상성 등이 서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이 작품은 평화로운 시절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전쟁속의 숙모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이 혼재하며 곳곳에 등장한다. 1945년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을 당시 숙부는 전쟁터로 나가게 되었고, 전쟁 속에서 탄생한 아이는 2주 만에 사망하고 만다. 어린 시절 유리 노르슈타인은 한밤중 깨어나 부풀어 오른 젖을 짜내며 고통스러워하던 숙모의 모습을 보았고 그것은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표현된다. 특히, 그가 위대한 시인으로 손꼽는 ‘바쇼’의 함축적 메시지 전달방법은 그의 작품과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을 정도여서 그의 작품을 스스로 영상시로 표현한 것으로도 미루어보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속의 이야기 스틸장면 

 

그의 독특한 표현방식은 스톱모션과 꼴라주, 포토몽타주기법을 통해 더욱 강조되는데 3차원의 깊이감과 입체성을 절지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표현하면서 획득하는 동시에 스톱모션 특유의 절제된 움직임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빛과 어둠의 몽환적 표현이 어우러져 표현되는 것에 있다. 그러나 이야기속의 이야기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상징적 함축성과 구체적 서술을 피한 장면간 심리적 조화에 있다. 일개의 에피소드는 상호간 구체적 서술을 피하면서 서로 동떨어져 보이면서도 ‘자장가’속에 등장하는 몇 구절의 상징적 서술요소에 의해 하나로 융합된다.

 

이야기속의 이야기 스틸장면 

 

 

자장자장 우리 아기

가장자리에 누우면 안된단다.

작은 잿빛 늑대가 나타나서

옆구리를 물고는

숲으로 데려가서

버드나무 밑에 내려놓는단다.

 

 

 이야기속의 이야기 스틸장면 

 

여기에서의 자장가는 고유의 서정적 느낌보다는 오히려 잠재적 공포를 내재하고 있다. 그것은 늑대라는 캐릭터의 상징성이 갖는 우리의 선입견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의 늑대는 오히려 애처롭다. 현대적으로 각색되기 전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의 원문에서는 늑대는 횡포한 공격자가 아니었다. 배부른 돼지 같은 영주, 귀족들에게 속아 열심히 집을 지어주고도 오히려 봉급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서민층을 대표하는 캐릭터였다. 반면,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늑대는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늑대는 전쟁을 상징할 수도 있지만 바람이 들이닥치는 허름한 폐허에서 감자를 구워먹는 서민성을 획득하고 있기도 하다. 이것은 녹색사과를 까마귀들과 나눠먹을 줄 알던 아이가 알콜중독의 전쟁광을 따라나서며 작은 전쟁광으로 변모하는 상징적인 모습에서도 유추 할 수 있다. 이야기속의 이야기에서의 작은 회색늑대는 결국 우리 인간의 어린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모습을 한 미치광이와 늑대의 모습을 한 인간이 전쟁이라는 소재를 통하여 교묘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반전을 상징한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오히려 반대로 전쟁의 필연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다고도 했다. 그는 그의 작품을 이 한 마디로 표현했다. ‘영원, 불멸에 관한 이야기(eternity)’ 결국 이 작품은 인간의 불완전성이 빚어낸 모든 것을 슬프지만 담담하게 고백하는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안개속의 고슴도치 스틸장면

 

 

Yuriy Norshteyn Profile

 

1941년 9월 15일 생으로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애니메이션을 만든 장인이기도 하다. 대표작으로는 이야기속의 이야기, 안개속의 고슴도치 등이 있으며 컴퓨터 작업을 배제한 수동 카메라와 수작업(드로잉, 꼴라주 및 포토몽타주)을 병행하는 작업방식을 고수한다. 대표작 이야기속의 이야기는 워싱턴 포스트지에 따르면 ‘20년의 수고로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20분’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작품개요

발표 : 1979년 (구소련)

상영시간 : 29분 3초

국가 : 구소련

언어 : 러시아어

 

수상 내역

1980 - 릴(프랑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1980 -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

1980 - 오타와(캐나다)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3분 이상 단편부문 최고상

1984 - 로스 앤젤레스 올림픽 예술축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애니메이션 선정

2002 - 자그레브 세계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애니메이션 선정

 

스태프

제작 : Soyuzmult film

감독 : Yuriy Norshteyn

스토리 : Lyudmila Petrushevskaya, Yuriy Norshteyn

아트 디렉터 : Franchesca Yarbusova

애니메이터 : Yuriy Norshteyn

카메라 오퍼레이터 : Igor Skidan-Bossin

프로듀서 : G. Kovrov

작곡가 : Mikhail Meyerovich, Johann Sebastian Bach, Wolfgang Amadeus Mozart

사운드 기사 : Boris Filchikov

대본편집 : Natalya Abramova

성우 : Alexander Kalyagin

필름 편집 : Nadezhda Treshche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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