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소식

아버지와 딸 - Father and Daughter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여섯 번째)

조아진 2010. 2. 23. 09:47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여섯 번째

아버지와 딸 (마이클 두독 드 위트)

Home Art Grimsam Animation and Human Story 6th

Vader en dochter

Father and Daughter (Michael Dudok de Wit)

 

[글 / 조아진 방문미술 그림샘 대표, 월간 아트앤씨 객원기자] 

  

 아버지와 딸 스틸이미지

 

  

 다뉴브 강의 잔물결이 잿빛 하늘에 흐른다. 아버지와 어린 딸이 나란히 자전거를 타며 아득히 먼 곳까지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있다. 이윽고 도착한 바닷가에서 아버지는 딸을 뜨겁게 포옹하며 작별인사를 건네고는 석양 속으로 사라져간다. 해가 지고 해가 뜬다.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가을과 겨울이 수 없이 오고 가는 동안에도 딸은 힘겹게 페달을 밟아 그 곳을 찾아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아이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여인으로 그리고 여인에서 어머니로 나이 들어가는 동안에도 그리움은 한결같다.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 다시 찾은 그 바다는 메말라 노인의 머리카락 색만큼이나 하얗게 바랜 들풀로 뒤덮여 있다. 그리고 노파는 아버지가 떠나갔던 백색의 바다를 향해 그리움의 한 걸음을 내딛는다.

  

 

  아버지와 딸 스틸이미지

 

 아버지와 딸 스틸이미지

 

 아버지와 딸 스틸이미지

 

 

 지난 2001년 PISAF(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으며 우리나라에 소개된 단편 애니메이션 ‘아버지와 딸’은 마이클 두독 드 위트 감독의 2000년 작품으로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연필과 목탄을 이용하여 강한 명암대비와 수묵화 풍의 농담을 표현해 낸 이 작품은 네덜란드의 자연의 풍광을 배경으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주인공을 통해 감독은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것'을 그려보고자 했다. 부모를 그리워하는 것은 만국 공통이겠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떠나간 부모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 죄의식, 그리움이 더해져 더욱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버지와 딸 스틸이미지

 

아버지와 딸 스틸이미지

 

 

 1953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1978년 '인터뷰'로 자신을 알리기 시작하여 1980년부터 영국의 런던에 정착한 뒤 네슬레, 켈로그 같은 대기업의 광고를 제작하며 수많은 상을 받기 시작한다. 청소부 톰(Tom Sweep, 1992)을 시작으로 수도사와 물고기(The Monk and the Fish, 1994), 그레로의 아이(L'enfant au Grelot, 1997) 등을 꾸준히 발표하며 남다른 재능을 과시해 온 마이클 두독 드 위트 감독은 지난 2000년 마침내 세계 4대 애니메이션을 평정한 8분가량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갈망, 이별, 결합을 모티브로 한 아버지와 딸이 바로 그 작품이다.

 

  

 아버지와 딸 스틸이미지

 

 아버지와 딸 스틸이미지

 

아버지와 딸 스틸이미지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1)와 중국의 붓글씨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빛과 어둠의 표현만큼이나 여백의 공간 활용이 뛰어난 감독이다. 그의 작품에는 대사가 없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롱숏을 자주 이용한다. 주변상황과 심리적 관계가 얽힌 상징과 공간처리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간결하게 묘사된 여백의 활용은 수 백 가지를 그려 넣은 그림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게다가 곳곳에 배치된 위트와 유머는 관객들의 무겁게 응어리진 마음을 한결 편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그것 또한 마냥 웃음으로만 반길 수는 없다. 어릴적 소녀가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던 할머니를 쌩하고 지나쳐간 다음에야 할머니가 뒤늦게 자전거 벨을 울리는 장면의 유머는 소녀가 훗날 노인이 되어 같은 상황을 겪게 되는 대목에서 관객을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만드는 씁쓸함을 내재한 위트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서정적으로 포장된 블랙유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특히 마지막 노인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시간을 거슬러 회귀되는 장면은 부녀간의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감동적인 서정성을 갖는 동시에 정신분석가들에게 엘렉트라 콤플렉스2)로의 분석을 가능케 할 만큼 상징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상징성과 내재적 의미에 일관되게 그가 말한 대답은 한 가지였다. “아버지와 딸은 그리움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리움은 조용하게 그리고 전적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1)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 레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태생의 화가로 유화·소묘·에칭 등 다양한 분야에 통달했으며 빛과 어둠의 마술사로 불리울 만큼 명암표현에 능통했다.

2) 엘렉트라 콤플렉스 [Electra Complex]

여자아이가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으면서 어머니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질투하거나 적대시하는 경향. 프로이트가 제시한 이론으로 융에 의해 명명되었다.

 

  

Michael Dudok de Wit

 

작품개요

작품제목 : 아버지와 딸 (Vader en dochter / Father and Daughter)

감독 : 마이클 두독 데비트 (Michael Dudok de Wit)

제작국가 : 네덜란드 (Netherlands)

제작 : Cloudrunner Ltd, UK, and CineTe Filmproductie bv, Holland

제작연도 : 2000

재료 : 연필, 목탄, ANIMO(software)

러닝타임 : 8min 30sec

배경음악 : 요제프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 (Iosif Ivanovich / Waves Of The Danube)

 

Other Contributors

Normand Roger (Composer), Claire Jennings and Willem Thijssen (Producers), Arjan Wilschut (Main Co-Animator), Jean-Baptiste Roger (Sound), and Alistair Becket and Nic Gill (Technical Directors)

 

수상

2002 히로시마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발 그랑프리 & 관객상 (일본)

2002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크로아티아)

2001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 (미국)

2001 PISAF 국제 대학생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초청 (대한민국)

2001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 & 관객상 (프랑스)

2001 클레르몽페랑 단편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프랑스)

2001 영국 필름 아카데미 어워드 단편부문 애니메이션 최우수상 (영국)

2000 오타와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독립 부문상 (캐나다)

2000 홀랜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 (네덜란드)

2000 시나니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 (포르투갈)

2000 PISAF 국제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초청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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