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소식

동경대부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Tokyo Godfaters)

조아진 2010. 11. 22. 17:37

 

방문미술 그림샘 & 월간 아트앤씨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열네 번째

Animation & Human Story 14th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동경대부, Tokyo Godfaters / 東京ゴッドファ-ザ-ズ)

곤 사토시 (今敏, こん さとし, Satoshi Kon )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법

[글 / 조아진 : 방문미술 그림샘 대표]

 

 

 

   

holy night

기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저마다의 작은, 혹은 큰 희생의 실천들이 더해져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기적이 생길 확률이 여느 때 보다 유독 더 많을 것이라 바라게 되는 이유는 바로 크리스마스가 갖는 잠재적 상징성에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들에게 용서와 사랑을 베풀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찾아온 ‘아기예수’는 바람대로 모든 것을 다 이루시고 천국으로 올라가셨겠으나 항상 그렇듯 남아서 제멋대로 해석하는 자들이 문제다. 존엄과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상식을 벗어난 일부 광신교도들의 포교활동으로 종교간 갈등 문제에 소음이 들리는 요즘 2010년의 마지막 12월호 기사를 쓰면서 기분 좋게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찾고 있었고, 결국 추려내고 선별하여 선택한 것이 바로 이 동경대부. 얼마 전 곤 사토시 감독의 타계와 함께 ‘천년여우’의 기사를 쓴 지 두어 달 만에 다시 곤 사토시 감독의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단순하게 가슴 따듯한 12월호 휴머니즘 기사를 써볼까 했던 시작이 종교적 문제로 전개되어 ‘감히 애들이나 보는 애니메이션 따위가!’라며 누군가는 광분할지도 모르겠으나, 아무렴 어떤가. 크리스마스란 것이 사랑과 축복이 가득한고로 그저 너그러운 양해를 바랄 수밖에.

   

 

 

 

 

 

너무나 명쾌하고 노골적인 답

 2003년 일본의 원제가 ‘동경대부’였던 것이 2007년 한국에 개봉될 때의 제목은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이라는 제목으로 대폭 수정되어 작명이 되었다. ‘동경대부’라는 제목에서 읽혀지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본 야쿠자나 마피아의 대부를 연상하고 봤다가 속았다는 식의 낚시용 제목이었다고 생각했었다고 하니, ‘제목이 바뀔만도 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크리스마스라는 소재를 다룬 시즌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너무 과도한 친절을 베푼 제목이 아닌가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확한 맥락에서의 작명이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단순히 가슴 따듯한 휴머니즘(인위적으로 엮어 넣은) 스토리가 아니라 기적이 생길 확률에 대한 근본적이고 진지한 질문이 이 작품의 곳곳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바라는가? 그럼, 당신은 과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가만히 앉아서 기적이 강림하시길 기도할 것인가,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할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아주 명쾌하다.

 

하지만, 꽤나 거창하게 포장해서 작품의 주제를 설명하려고해도 필요할 때마다 적절하게 등장해 주시는 우연성에 관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품연출에 있어서 절대로 하지 말하야 할 금기사항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우연히, OO 했다”라는 식의 연출이다. 주변상황과 캐릭터들 간의 이해관계가 빗어내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있어서의 당위성(Motive)이 행위(Action)로 전개되는 것이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되어지기 때문이다. 타당한. 이해할 만한, 상식적인 근거에 입각한 상호작용이 전개되지 못하고 갑작스레 등장하게 되는 ‘우연성’은 곧 ‘억지성’이 되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우연성이란 어떤 것들이 있을까?

 

 

 

 

  

① 아기와의 첫 만남 자체가 우연히 시작된다. 함께 노숙자 생활을 하는 긴(술주정뱅이에 도박으로 빚을 지고 집을 나온 남자), 하나(누구보다도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이지만 여성을 꿈꾸는 호모), 미유키(아버지와의 큰 다툼과 사고로 가출한 소녀) 세 사람은 도시의 뒷골목 쓰레기가 버려진 틈에서 우연히 버려진 아기를 발견한다.

 

② 아기의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나선 여행길에서 경전철을 타고 가던 중 폭설로 인하여 스쳐가던 경전철이 서로 마주보며 정차한 순간 우연히도 맞은편 전철 안에는 소녀의 아버지가 타고 있었다. 도망치듯 반대편 차창을 열고 뛰어내려 도망치는 세 사람과 아기(키요코)

 

③ 한편 전철비로 수중에 가진 돈을 다 써버린 세 사람은 처음의 의욕과 달리 춥고 배고프고 지쳐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묘지에서 공양된 음식들을 발견하고는 허겁지겁 배를 채운다. 뭐 이 정도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도심 곳곳에 작은 묘지들이 공존하는 문화적 특성 때문에 이해 가능한 범위이다.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 때마침 아기 묘지가 있었고 우연히도 분유와 기저귀가 공양되어 있어서 아기에게 음식을 줄 수 있었다는 식이다. 이 밖에도 놀라운 우연성은 작품의 막바지까지 줄기차게 등장한다. 이쯤되면 일부러 ‘우연성’을 강조한 연출과 스토리라고 밖엔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작품 전반에 걸쳐 사용한 이 ‘우연성’의 의미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것일까. 그것은 이 애니메이션의 기본 소재를 제공한 ‘아기예수’ 탄생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동방박사 세 사람의 이야기에 관하여 설명해 보고자 한다.

 

 

 

 

 

실천의 전제

 동방의 세 박사는 별이 인도하는 길을 쫓아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예루살렘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메시야의 탄생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믿지 않거나, 지배자인 로마인들에게 화를 살까 몸을 사리며 애써 부정하고있던 터였다. 그런데 이 동방의 세 박사는 메시야가 올 것을 확신했고, 수없이 어렵고 험한 길을 헤쳐와 결국 아기예수의 축복을 받을 수 있었다. 믿음을 실천했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작품 ‘동경대부’의 주인공인 세 사람을 연상시키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아기 키요코의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인간으로써의 믿음을 실천한 세 사람이기 때문이다. 술주정뱅이 긴과 호모 하나 그리고 가출소녀 미유키. 이들이 고결한 신앙적 믿음을 가졌다거나 인간으로써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발휘하게 되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분명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버려진 아이의 부모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하여 기쁨과 축복의 세례를 받은 것은 정작 그 세 사람이다.

 

 도박과 술에 빠져 가족을 돌보지 못한 죄의식을 갖고 사는 긴은 우연히 병원에서 딸을 만나게 되고 부녀는 화해한다. 부모에게 버려져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자라나 자신의 성적 소수자성향을 알게 되었지만, 그 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노숙자 생활을 시작하게 된 호모 하나는 잠시나마 엄마의 역할을 했고 극적으로 아기를 구출해 내는 역할을 해낸다. 또한 자신이 끔찍이도 아꼈던 고양이(엔젤)을 버린 경찰관 아버지를 우발적으로 상처입히고 집을 가출했던 미유키의 죄의식 또한 아버지의 화해의 제스쳐에 마음을 열만큼 성숙해졌다. 아기 키요코의 부모를 찾기 위해 시작된 여정은 결국 스스로의 마음의 응어리와 상처들을 보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착하디 착한 휴머니즘 드라마쯤으로 끝날 것 같던 이 스토리는 어렵사리 찾은 키요코의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란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서 긴장감을 조성하게 된다. 과연 아기 키요코의 친부모는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최후의 최후까지 세 사람이 바라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혹은 우리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다음은 작품을 직접 관람해 보시길.

 

 마지막으로 성경의 말씀을 소재로 한 작품을 분석하며 서두에 종교적인 관점에 관하여 작성한 글과 관련하여 덧붙이고 싶다. 사랑을 말하는 종교라면,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종교의식을 갖기 보다는 상호존중과 협력과 평화주의를 통해 사랑의 능력을 배가시키면 어떨까. 성경에서 전하는 땅 끝까지 전파하라라는 말씀의 의미가 타 종교를 힘으로(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권력으로든) 짓밟으란 의미는 결코 아니었으면 좋겠다. 폭력적으로 실천전 포교적 활동 모두는 빈라덴으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저 마다의 폭력행사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 될 순 없다. 믿음과 실천에 있어서 실천의 전제는 수많은 위대한 성자들이 말씀하신 그대로. ‘사랑’과 ‘존경’, ‘희생’의 도덕적 윤리가 기본으로 자리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참조) 마고이(Magi) : 예수 탄생을 축하하러 간, 3인의 동방 박사. 고대 동방에서 마술사, 해몽가, 점성술사, 예언가 등을 가리킬 때 사용. 오랜 세월을 거쳐 이야기가 덧붙여져 동방박사 개개인에 대한 외전이 생기기도 하였으며, 서방에서는 성경의 내용을 유추하여 각각의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다.

    

 

 

 

 

 

곤 사토시 (今敏, こん さとし, Satoshi Kon )

 

일본 홋카이도, 1963년 10월 12일~2010년 8월 23일

애니메이션 감독, 무사시노 미술대학교 시각전달디자인학과

 

연출

▪ 파프리카 (Paprika, パプリカ, 2006)

▪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동경대부, Tokyo Godfathers, 東京ゴッドファ-ザ-ズ, 2003)

▪ 천년여우 (Millennium Actress, 千年女優, 2001)

▪ 퍼펙트 블루 (Perfect Blue, 1997)

 

 

각본

▪ 파프리카 (Paprika, パプリカ, 2006)

▪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동경대부, Tokyo Godfathers, 東京ゴッドファ-ザ-ズ, 2003)

▪ 천년여우 (Millennium Actress, 千年女優, 2001)

▪ 메모리즈 (Memories, 彼女の想いで, 1995)

 

 

기타

▪ 꿈꾸는 기계(夢みる機械) (미개봉)

▪ 오하요(オハヨウ, 2007)

▪ 망상대리인(妄想代理人, 2004)

▪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 (機動警察 パトレイバ-2, 레이아웃, 1993)

▪ 죠죠의 기묘한 모험 5화 (JOJOの奇妙な冒險 5, 각본/콘티/연출, 1993)

▪ 월드 아파트먼트 호러(ワ-ルド アパ-トメント ホラ-, 원안, 1991)

▪ 달려라 메로스(走れメロス, 레이아웃, 1991)

▪ 노인Z(老人Z, 설정, 1990)

 

 

수상

▪ 제5회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애니메이션부문 공동 대상

▪ 제7회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애니메이션 부문 우수상

▪ 제3회 도쿄애니메이션어워드 극장영화부문 최우수작품상

▪ 제6회 캐나다 fant-asia 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상

▪ 제36회 시체스 국제 카타루니야 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관객상

▪ 제58회 마니이치 영화 콩쿨 애니메이션 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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