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소식

버스데이 보이 / 박세종 [ Birthday Boy, 祝生日 / Park, Se-jong ]

조아진 2011. 5. 17. 18:23

 

 

방문미술 그림샘 & 월간아트앤씨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스무번 째

Animation & Human Story 20th

 

버스데이 보이 / 박세종

[ Birthday Boy, 祝生日 / Park, Se-jong ] 

 

 

한국전쟁에 바침

 

[글 / 조아진 : 방문미술 그림샘 대표]

 

 

소년 만욱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라는 기사를 쓴 지도 어느덧 20회째를 맞는다.

 

매월 한 편씩 나갔으니 1년 연재를 넘은 셈이고 2년째에 다가가고 있다.

 

문득 그동안 쓴 작품들의 국적들이 궁금해졌다. 이럴수가!! 한국애니메이션이 한 편도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정한 목록이긴 하지만 해도 너무했다. 스스로가 굉장히 정체성도 없는 형편없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내 주관적인 기준을 충족시킨 한국의 애니메이션이 없었다는 아쉬움의 반증이기도 하다.

 

아무튼 다음 작품 선택을 위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2주나 지나서 선택하게 된 애니메이션이 바로 이 작품 버스데이 보이.

 

6월이다. 현충일이 있고 6.25사변일이 있다. 2010년 6월 25일 작년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었다.

 

맑은 하늘. 기왓장 지붕을 뚫고 추락한 전투기 선체는 어린 만욱에게 놀이터이자 장난감 부품공장이다.

 

여느 때처럼 부속품인 볼트를 주워들고서 철로 위에 올려놓는다.

 

기차바퀴의 강한 힘에 짓눌려 납작하게 찌부러지며 자성을 갖게 되는 철제장난감 탱크의 부품을 만들 심산이다.

 

이윽고 먼 기적소리와 함께 지축을 울리며 지나가는 기차. 숨어서 지켜보던 소년의 눈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소년이 만들고 있는 장난감 탱크보다 수백 수천 배는 더 큰 탱크가 기차의 짐칸에 실려 있다.

 

소년 만욱의 눈빛은 이미 동경 그 자체다. 오늘은 소년의 생일.

 

그러나 전쟁 통에 아버지는 군인으로 참전중이고 어머니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일을 다니시고 있는지 온 집안에 정적만 흐르고 있다. 아니 온 마을 전체가 침묵하고 있다.

 

가끔씩 하늘을 오가는 전투기들과 땅 위를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기차의 무시무시한 굉음만이 신음하듯 괴성을 지를 뿐이었다.

 

 

 

 

 

상실감 그리고 상처의 대물림

작품은 1950년 6월 25일 북한 공산군이 38선 전역에 걸쳐 불법 남침함으로써 일어난 전쟁 즉, 한국전쟁 중의 1951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내리쬐는 태양아래 마을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럽다기 보다는 한적하고 따듯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것은 화면구성에 있어서 색감과 분위기가 한국적이라는 점과 더불어 시간에 쫓기듯 제한된 시간 안에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강요하는 여타의 상업적인 애니메이션과 차별되게 시간의 공백을 지극히 동양적인 관점으로 여백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 사실의 무게가 소년이 지극히 소년다운 순수함을 연기하는 동안 희석되는 측면도 있거니와 전쟁의 폭력적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관찰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전개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색채와 부드러운 색감으로 포옹하듯 포장되었다 해도 곳곳에 드러나 있는 전쟁의 상흔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것은 작품의 시작부터 복선처럼 등장하고 있다. 기왓장 지붕을 관통하며 추락한 전투기는 ‘집=가정’을 파괴한 전쟁의 상처이다. 그리고 살을 맞대고 함께 놀아야할 친구대신 소년 만욱의 유년시절. 그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전쟁의 부속품으로 만든 장난감 총과 탱크들이다.

 

순수함의 시선으로 처리되어 있기는 하지만 비극과 아픔의 상처가 우리의 아이, 후손들에게 대물림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상실감이 있다. 

 

 

 

 

집으로

이 작품의 제목인 축생일 또한 복선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빈 동네에 살면서 생일을 맞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 축하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전개일터. 그렇다면 과연 소년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은 누구일까?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그리움을 달래는 소년의 모습에서 짐작되듯 아버지와 관련된 상황전개가 예상된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은 비극의 정점을 찍으면서도 관조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소년의 생일날 전달된 것은 아버지의 전사(戰死)소식을 알리는 유품이 담긴 소포.

 

아직 죽음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소년은 마치 아버지가 자신에게 선물을 보낸 것이라 여기고 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아버지의 군번줄을 목에 걸고, 발에 맞지도 않는 아버지의 커다란 군화를 신고서는 병정놀이를 한다.

 

태어난 탄생의 순간이 죽음과 중첩되는 순간이다. 더불어 놀다 지쳐 잠든 아이의 모습은 지는 해와 함께 긴 그림자를 늘어뜨리며 앞으로의 고단한 삶을 암시하는 듯 하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기대감이 빚은 억지스런 의미부여겠지만, 이 작품의 결말이 비극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죽은 듯 정지된 화면의 정적을 깨며 들려오는 반가운 어머니의 목소리.

 

급작스런 비보을 접하면서 그녀 또한 한동안의 슬픔에 빠져있겠지만, 그것은 집으로 돌아오는 가족이라는 상징적인 시퀀스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돌아갈 집이 있고 돌아오는 사람이 있으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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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빨리빨리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지난 2010년 6월 25일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었다. 해마다 한국전쟁에 관한 인식에 관하여 설문조사를 한다.

 

취업포털사이트(인쿠르트)에서 대학생 4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4%가 한국전쟁이 발발한 연도를 모른다고 했고, 2.1%는 남북의 대치상황을 ‘휴전’이 아닌 ‘종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중고생들은 좀 더 답답해진다. 2008년 행정안전부에서 전국의 중고교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내용에서 북한의 남침이 한국전쟁의 발발원인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48.7%에 불과 했던 것이다. (심지어 2%는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가 남한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런 한심한 상황은 이웃나라들이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자국의 어린아이들에게 잘못된 가치관, 역사관, 세계관을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상당히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학생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기성층부터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당장의 진학률, 취업률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정체성이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정부의 교육정체성의 모호성과 더불어 문화예술지원책에 관하여도 참 짧은 안목들을 가진 분들이 윗자리에 앉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토양부터가 다른 타국의 문화예술시장과 비교하며 예술을 성과제로 평가하고서 거름만 던져주고 꽃과 열매는 언제 열리느냐고 닦달하는 꼴이다. 교육이든 문화예술이든 예능처럼 서바이벌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이 인성이라면 문화예술은 순수한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둘은 모두 좋은 토양에 좋은 거름을 뿌려 흙과 골고루 섞은 뒤 싹을 틔우고 건실하게 성장할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의 첫 걸음은 바다 건너가 아니라 우리 주변부터의 관심과 애정이 시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좀 더 느긋하게 천천히 돌아볼 일이다.  

 

 

 

 

작품개요

원제 : Birthday Boy (祝生日, 버스데이 보이)

감독 : 박세종

제작사 : 호주국립영상학교

제작 : 앤드류 그레고리

각본 : 박세종

음악 : 제임스 리

편집 : 아드리안 로스티롤라

배급사 : (주)씨너스

제작연도 : 2004 | 개봉연도 : 2005

 

 

수 상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 뤽 시베라상 (신인감독상)

영국영화TV예술 아카데미 (BAFTA)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벨기에 아니마 2005-브뤼셀 카툰&애니메이션 영화제 심사위원상

부천 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2004 어워드 대상

시드니필름페스티벌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대상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오스카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 후보

이란 테헤란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 초청 / 외 다수

 

 

박세종 (Part, Se-jong, 1963~ )

호주국립영상학교(AFTRS) 및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배낭여행 도중 멜버른에서 만난 호주 여성과 결혼하여 31세가 되던 1994년부터 호주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2년 동안의 제작기간을 거친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 <버스데이 보이>를 감독하여 2004년 한해에만 35개의 영화상을 수상했다. [씨네21 영화인 정보 검색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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