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 18회 서양화가 김수지 개인전
The 18th Solo Exhibition by Sooji, KIM 2016
김수지_디오니소스(축제)_218.2 x 290.9cm(54.5x72.7x4pics)_mixed media on canvas_2015
믿고 기도하며 사랑하라
글. 문화예술평론, 방문미술 그림샘 대표 조아진
그물처럼 혹은 거미줄처럼 얽힌 선(線) 너머로 형(形)과 색(色)의 이미지들이 유영(游泳)하고 있다. 그 너머의 것들은 마치 울고 있는 듯 미소 짓고 있으며 분노하는 듯 기뻐하고 있다. 마치 생채기와 같은 아니 그 보다 더 깊게 박힌 무언가가 있는 듯 어렵게 아문 상처들이 추상(抽象)의 강하고 짧은 숨을 내뱉는다. 그러나 그것은 고통의 신음이 아닌 비로소 찾아온 평안의 감정에 더 가깝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희망의 감정선(感情線)이 화폭 위에 촘촘히 맺힌다.
김수지 작가의 주된 테마(theme)는 기독교라는 종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녀에게 있어서 기도란 하나님과의 대화이자 곧 작가로서의 고해(告解)이다. 붓으로 말하고 색으로 귀담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들은 치열함 속에서도 뜨겁고 차갑다. 화가이기 이전에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 끝없이 끝없이 신께 갈구하고 염원한다. 마치 떼를 쓰는 어린 아이처럼 하나님께로 향한 온전한 의지가 쉴 틈 없이 반복된다. ‘기도, 눈물의 골짜기를 걸을 때에도, 겸손, 믿음, 소망, 사랑’ 등 굳이 작품의 명제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작품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회개(悔改)이며 끊임없이 기도하는 작가 김수지 본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종교를 테마로한 작품들은 미술(美術)이 미술로 명명(命名)되기 이전부터 있어왔던 인간들의 의식(儀式) 활동이다. 그러나 김수지 작가의 세계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이 명확한 의식(意識) 활동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점을 보인다. 앞서 언급한 대개의 작품들이 성화(聖畵)의 의미로서 종교화라는 보편적 의미를 갖고 있다면 그녀의 작품은 심상의 내적 갈등을 작가 고유의 주관으로써 극복해낸 또 다른 경지(境地)의 세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화라기보다는 오히려 깊은 내면의 고민의 흔적들을 담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日記)에 가깝다. 작가 스스로가 겪어온 살아온 발자취 그대로의 흔적들을 고유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그러한 은밀한 정서들은 달리 보면 예술가라는 고독하고 쓸쓸한 길을 걸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특별한 동기부여가 된다. 예술에 있어 아픔과 슬픔, 기쁨과 행복의 감정들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보편적 공감대를 갖게 하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테마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표상(表象)할 것인가 하는 것은 해답도 없을 뿐더러 예술가라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평생의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작가 김수지가 갖고 있는 인생의 다양한 굴곡들은 아이러니(irony)하게도 좋은 예술가적 소재가 되고 있다. 슬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위로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고 기쁨에 전율을 느껴본 사람만이 함께 한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난해한 점과 선과 면의 부딪힘이 있다. 강한 원색의 감정들이 북받쳐 오르다가도 잔잔한 순백의 공간들이 고단했던 기억들을 위로한다. 기억 저편에서부터 쓸쓸함과 평안의 감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러나 그 향은 처음 맡아보는 강한 체취가 아닌 그리움의 잔향(殘香)이다. 그녀는 아마 오늘도 많은 경험들을 통해 이 부딪힘 들을 조율(調律)하고 있을 것이다. 작품 위에 촘촘하게 맺혀 있는 눈물의 고백들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위안이 될 것을 믿으며 한 올 한 올 기도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을 힘겹게 살고 있고 내일을 걱정하며 살아간다. 오늘은 어쩌면 때때로 맑았을 것이고 때때로 흐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 김수지의 고백처럼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갔을 일희일비(一喜一悲)의 감정들의 교차보다도 어렵게 어렵게 시도되는 ‘지움’의 작업들이 더욱 더 의미있는 일임을 기억하자. ‘지움’은 곧 ‘새살’이니 우리가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한 상처에는 언젠가 딱지가 내려앉아 아픔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들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을 믿으며 기도하자. 그리하면 다시 ‘사랑’이 우리를 자유케 할 것이니.
김수지_판타스마고리아(fantasmagoria)_112.1 x 162.2cm_mixed media on canvas_2016
작가노트 | Artist Note
아픈 것들이 가끔 보인다.
새벽녘 안개가 뒤엉킨 시간 속에 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영혼의 냄새들이 안개 속에서 타오른다는 것을.
그림을 그릴 때마다 나는 다 말 할 수 없는 세상의 노래 첫 소절이나 여운을 남기는 풍경처럼 아득해질 때가 있다.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나 자신이 안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색에 밀리지 않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했던 한 시절에서 지금은 색을 걷어 내는 그 절박함까지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마치 이 일은 나의 전 생애를 걸고 올라가야만 하는 시지프스의 슬픈 운명처럼 그리고 또 그린다.
이 길만이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는 빛깔을 최대한 버리는 작업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또한 삶의 생채기들을 나 스스로 껴안아주려고 많은 시도들을 해보았다.
‘그린다’라는 행위는 그림과 ‘논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리워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마음을 열어 오로지 오감을 받아들이되 기필코 내가 먼저 지치지는 말아야지 하면서 그린 이야기들이다.
나와 다른 너와, 나이기도 한 너를 우리라고 기어이 명명할 수 있다면 그림 그리기는 나의 쓸쓸함과 슬픔과 아름다움에 몸을 바싹 붙이는 일이다.
여전히 하루해가 지나도록 봄은 흩어진다.
바람이, 햇살이, 시간이, 꽃이, 냄새들이 가장 슬프도록 나의 감각 속에 스며든다.
내 속에 무언가 그리는 자로 기꺼이 남고자 하는 내 모든 절망의 씨앗들과 꽃들과 뿌리에게 입 맞춘다.
내게는 울어줄 손이 그림을 그리는 이 손이니 부디......
2016년 5월
김수지
2016 제 18회 서양화가 김수지 개인전
The 18th Solo Exhibition by Sooji, KIM 2016
김수지_가식(假飾)_80.3 x 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착란의 그림자_80.3 x 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다시, 새로운 세계의 시작_72.7 x 90.9cm_mixed media on canvas_2016
김수지_그루터기-꾸러기들 놀이_65.1 x 90.9cm_mixed media on canvas_2016
김수지_성장(盛裝)_72.7 x 90.9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믿음, 소망, 사랑-꽃_65.1 x 90.9cm_mixed media on canvas_2016
김수지_겸손_60.6 x 72.7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포옹_72.7 x 60.6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공작(peacock)_60.6 x 72.7cm_mixed media on canvas_2016
김수지_기도_53 x 72.7cm_mixed media on canvas_2016
김수지_사이렌(siren)의 유혹_60.6 x 72.7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봄나들이_53 x 72.7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봄의 향기_60.6 x 72.7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여정_60.6 x 72.7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추억_53 x 72.7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나들이_45.5 x 37.9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눈물의 골짜기를 걸을 때에도_45.5 x 37.9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조선 여인을 위하여_45.5 x 37.9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기도_45.5 x 37.9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김수지_심상의 정원_37.9 x 45.5cm_mixed media on canvas_2015
Artist Profile
김수지 | Sooji, KIM
예원예술대학교 졸업
개인전 | The 18th Solo Exhibition
2016 제18회 개인전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2011 제17회 개인전 [서울 미술관]
2010 제16회 개인전 [갤러리 샘]
2010 제15회 개인전 [서울 미술관]
2010 제14회 개인전 [서울 미술관 기획초대전]
2010 제13회 개인전 [서울 미술관]
2009 제12회 개인전 [나음 갤러리]
2009 제11회 개인전 [일본 예술촌 아트공방 갤러리]
2008 제10회 개인전 [KBS 시청자 갤러리]
2006 제 9회 개인전 [일본 노아 갤러리]
2006 제 8회 개인전 [일본 천대당 갤러리]
2003 제 3회 개인전 [일본 히로다 갤러리]
2002 제 2회 개인전 [덕원 갤러리]
1999 제 1회 개인전 [일본 그린아트 갤러리]
수상 | Award
대한민국 미술 대전 입선2회 [국립 현대 미술관]
대한민국 문화미술대전 대상 [노원 미술관]
대한민국 여성 미술대전 은상 [예술의 전당]
대한민국 환경 미술대전 우수상 [단원 미술관]
대한민국 여성 미술대전 우수상 [국제 디자인 프라자]
주요 경력 | Major Career
한강 미술대전 심사역임
서울 미술전람회 심사역임
수정 문화사회 교육원 강사역임
작품 소장처
(사)대한무학무술, (주)OMI, 한국 산업은행, 중국 진화국제학교
현 | Present
송파미술가협회 총무, 한국미술협회
송파여성문화회관 출강 중
C.P. 010-7676-2118
E-mail. rtsooji@hanmail.net
Add.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290-4
Make Web Portfolio by GRIMSAM
Contact. cajme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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