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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플라워

조아진 2017. 7. 13. 01:56

 

몇 주 전. 전시 때 친구에게 꽃다발 선물을 받았었다. 나는 별 생각없이 물컵에 물을 받아 꽃을 담근 뒤 친구에게 고맙다고 인증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런데 친구가 그건 드라이 플라워라며 물잔에서 빼라고 회신이 왔다. 드라이 프라워가 뭔지 잘 몰랐던 나는 드라이 플라워는 물 주면 안되?라고 되물었고 그 친구는 그건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2주 정도 지나자 꽃이 줄기 끝에서부터 썪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몇 번씩 물을 갈아 주었지만 이미 말라버린 꽃들은 그저 칙칙하고 불쾌한 냄새를 남기며 마른 아름다움과 축축한 죽음의 경계를 동시에 오가고 있었다. 그때 아.. 드라이 플라워란 살아있는 꽃을 말려 버린 거였구나.. 그래서 물을 빨아들일 수도 없이 박제된 거였구나라고 인지하게 되었다.

 

혹자는 드라이 플라워를 보며 박제된 아름다움을 볼 수도 있었겠으나 나한텐 무언가 억지스럽고 불편한 감정이 남고 말았다. 나에겐 영원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것 자체가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고 죽어야 하는 것들을, 흘러야 하는 것을 막아버린 것 자체가 이미 아름답지 못 한 것이었다.

 

꽃이 시드는 건 아마도 다른 곤충이나 생물들에게 꿀을 나눴기 때문일 것이고 열매를 맺을 준비가 끝났기 때문일 것이다. 시들지 못 한, 강제로 말려져 버린 꽃은 또한 아마도 그렇지 못 한 삶이었겠지.. 아침이 오면 뒤편 주차장 정원의 흙에 돌려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