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지진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923년 9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의 일본 관동지방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의 열강 제국들로부터 식민지 지배가 돈이 된다는 것을 배운 일본은 조선은 물론 청나라까지 넘보기 시작. 한창 전쟁 중이던 유럽에도 식민지로부터 수탈한 물자를 가공하여 수출하며 막대한 부를 챙겼고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강제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우리 조선인들은 이때 조선 땅에서의 물자 강제수탈도 모자라 일본에까지 끌려가 광산, 철로, 다리 건설 등의 험한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1918년 11월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되며 유럽이 전쟁의 피해를 딛고 정상화되기 시작하자 일본은 유럽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며 1920년대 초반부터 실업과 저성장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빈부격차가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식량 부족 문제까지 겹치자 일본 국민들은 무능한 정부를 탓하기 시작. 일본 정부가 조선의 엄청난 쌀을 수탈해가며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차에 관동대지진이 일어나게 됩니다.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물피해를 남긴 관동대지진으로 인해 일본 국민들의 반정부 폭동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정부의 인사들은 이 자연재해를 자국 내 일본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불순세력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게 됩니다.
“대지진으로 혼란한 틈을 타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들이 일본 여성들을 겁탈했다!'
이 거짓 유언비어는 일본 정부로부터 지시되어 군부대, 경찰, 언론사에 조직적으로 유포되며 눈덩이처럼 커졌고 이를 전해들은 일본 국민들은 분개하며 곳곳에서 죽창을 든 자경단까지 조직하며 “착한 조선인도, 나쁜 조선인도 다 죽여라!”라고 외치며 조선인들을 무차별 사냥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식 복장을 한 이는 바로 살해했고 일본식 복장을 한 조선인들에게는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 한다는 발음 즉, ‘쥬고엔 고쥬센(15엔 50전, 十五円五十銭)’을 시켜보아 발음이 이상하면 바로 살해하였습니다.
이 광기의 집단 학살은 임산부를 포함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행되었으며 이때 희생된 조선인들만 약 3,000여명(독일의 자로에 의하면 최대 20,000여명)에 이르렀고 조선인들에 비해 소수이긴 하지만 중국인들과 일본인 사회주의자 그리고 같은 일본인이지만 타 지역에서 와 억양이나 발음이 조금씩 달랐던 이들까지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학살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도쿄의 강이 떠다니는 시체로 인해 피바다로 물들었다고 하며 경찰들은 이 살인을 보고서도 방관하거나 오히려 가담하여 자경단에게 암매장을 지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증언도 남아있습니다.
이 집단 학살을 철저하게 은폐하려고 했던 일본 정부는 당시 일본에 거주 중이던 서양인들의 목격자와 일본 내 양심 있는 소수의 저명인사들로 인해 마지못해 범죄자들을 연행하여 조사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모두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혹은 집행 유예를 받고 풀려나도록 했으며 현재까지도 사법적인 책임을 진 사람이나 기관은 전혀 없습니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무정하게 흘러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일본 정부는 그러한 사실이 없었다고 부인하고 역사에서 지우고 있으며 우리 정부 또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이번 아이고전을 준비하며 공부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한국과 일본의 작가들은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습니다. 일본 내에서의 우익들의 거친 공격에도 대비해야 하고 무엇보다 이 전시가 ‘분노 표출을 통한 아수라장’이 될 것인가 혹은 ‘추모를 통한 진실의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인가의 사이에서 고민했습니다.
저는 이 아픔의 역사, 비극의 역사를 공부하며 총 4작품을 구상했습니다. 먼저 완성한 3작품은 모두 ‘분노와 슬픔이 담긴’ 작품들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 작품은 아직 그리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의식 있는, 양심 있는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만나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네 번째 작품까지도 ‘분노와 슬픔’을 담을 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네 번째 작품의 테마는 ‘진실 그리고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될 듯합니다. 이번 공부를 통해서 세계시민으로서 연대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일본인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우리의 전시가 끝난 뒤에도 일본 현지에서 여전히 차별받고 살아가야 할 재일동포들의 삶도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며 ‘바람과 태양’의 우화에서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듯한 희망’을 말하지 않고선 저 스스로가 과거의 비극에 잠식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관동대지진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전’에서 희망을 말하고 싶고 그 희망의 이야기를 시민 여러분들에게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 지금 이 텀블벅 프로젝트를 십시일반으로 도와주시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두서없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고전 참여 작가 조아진 올림.
아래는 관동대지진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전’ 후원 텀블벅 프로젝트 링크입니다.
https://link.tumblbug.com/Jm7GbvnQKzb
작품 1 : 제노사이드 : 쥬고엔고쥬센
작품 2 : 2023 게르니카 간토
작품 3 : 불령선인의 묘
작품 4 :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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