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장편 애니 ‘홍길동’ 40년만에 부활
한국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1967년 신동헌 감독) 완본 필름이 40여년만에 발굴돼 대중에게 선보인다.
한국영상자료원은 15일 ‘홍길동’ 16mm 복제본을 일본에서 입수해 보수작업을 거쳐 다음달 9일 상암동 청사와 한국영화박물관 개관 기념 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잃었던 자식을 다시 찾은 기분”-
이번에 소개될 ‘홍길동’은 오사카의 한 아카이브를 통해 개인 소장품을 기증받은 일본어 더빙 필름에 영상자료원이 소장하고 있던 사운드 필름을 합해 복원시켰다.
영상자료원은 이번 발굴에 대해 “단순히 애니메이션의 최초 작품을 찾았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토대가 허약했던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 연구를 자극해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967년 1월 극장에서 개봉한 ‘홍길동’은 신동헌 감독의 동생인 고 신동우 화백이 그린 만화 ‘풍운아 홍길동’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필름 완본이 국내에 보존돼 있지 않아 작품 전체를 감상할 수 없었다.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이 동남아 등지에서 필름 발굴작업을 해왔지만 정보부족 등으로 애를 먹던 터에 지난해 애니메이션 연구가 김준양씨의 제보로 복제본이지만 완본필름을 입수하게 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 감독은 “잃었던 자식을 다시 찾은 기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다시 영화를 봤지만 지금 상영해도 창피할 것 같지 않다”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는데 좀더 시간이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아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필름 제보를 한 김준양씨는 “홍길동은 ‘애니메이션계의 아리랑’으로 불릴만큼 관심을 끈 작품”이라며 “일본 지방도서관에 한국 옛날 영화 필름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았고 ‘홍길동’을 직접 봤다는 관계자의 말을 듣게 됐다”고 발굴과정을 소개했다. 당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은 ‘홍길동’은 일본으로 수출돼 어린이 교육용으로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5월9일, 영화 보물창고 열린다-
한편 다음달 9일부터 3주간 열릴 기념 영화제에서는 홍길동을 포함해 7개의 섹션으로 총 58편의 영화가 선보인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무성영화인 ‘청춘의 십자로(1934년 안종화 감독)’로 옛날 방식 그대로 악극단과 변사의 연기로 재현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영상자료원이 수집·복원한 ‘미몽’ 등 희귀 영화와 ‘육체의 문’ ‘불나비’ 등 한국 고전영화의 숨은 걸작들, 그리고 ‘쉘부르의 우산’ ‘닥터 지바고’ 등 추억의 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
영상자료원은 “이번 영화제는 발굴, 복원, 경험이라는 콘셉트로 기획했다”며 “영상자료원이 1974년 설립된 이후 소리소문 없이 자료를 모아 공개하는 만큼 이번 축제는 영화의 보물창고가 열리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고영득 경향닷컴기자 ydko@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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