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소식

천년여우 (Millennium Actress / 千年女優)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12th

조아진 2010. 9. 14. 19:11

 

방문미술 그림샘 & 월간 아트앤씨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열두 번째

Animation & Human Story 12th

 

천년여우 (Millennium Actress / 千年女優)

곤 사토시 (今敏, こん さとし, Satoshi Kon ) 

 

 

 

 

안녕

[글 / 조아진 : 방문미술 그림샘 대표]

 

야누스

열꽃처럼 번지며 가슴에 아릿함을 선사했던 첫사랑의 기억은 순식간에 얼굴을 붉게 물들였었다. 그림자 손을 길-다랗게 늘어뜨려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써보지만 여명과 석양은 결코 서로를 어루만질 수도 서로의 눈을 마주할 수도 없다.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 이것은 결코 동시에 서로를 마주할 수 없는 야누스의 얼굴과 같아서 하나를 응시하는 순간 다른 하나는 반대편으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1923년 아버지의 죽음을 대신하듯 관동대지진과 함께 태어난 ‘치요꼬’는 만남과 이별을 동시에 품에 안은 삶을 얻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찾아온 첫사랑. 경찰에 쫓기던 그의 흔적을 쫓아 머나먼 타지로의 여행길을 과감히 선택하며, 연기자의 길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녀의 삶과 연기자로써의 삶이 뒤엉키며, 시공간을 초월한 환상적인 여행 속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그녀가 달린다.

청년이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도중 떨어뜨린 열쇠는 언젠가 평화로운 날이 찾아왔을 때 굳게 잠긴 화구상자의 자물쇠를 열고 고향의 바람부는 언덕에서 다시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겠다는 다짐과 믿음이다. 그리고 소녀가 다시 주워 목에 걸었던 그 열쇠는 다시 그 사람을 만나 돌려주리라 다짐하는 자신의 사랑에 대한 믿음의 증표인 동시에 초대일시가 생략된 기약없는 초대장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그가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찾아 주리라 생각한 그녀는 뜨겁게 연기했다. 무사로, 죄인으로, 우주인으로 다양한 시간과 공간속에서 연기하면서도 그녀는 늘 그 한 사람을 쫓았다. 약속의 증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아니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착각할 수 있었다. 이미 영화사에 길이 남을 유명한 여배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얼굴조차 기억이 나질 않았다. 열쇠는 누군가에 의해 사라지고 그녀는 결혼을 한다. 그리고 찾아온 한 사람. 낯이 익다. 아주 오래전 그녀가 소녀였을 때 청년을 쫓던 경찰이다. 하지만 의기양양하던 기골은 사라지고 전쟁이 끝나자 쓸모없이 버려져 하루하루를 힘겹게 연명하며 살아가는 늙은 거지가 되어버렸다. 청년의 편지를 전한다. 그녀는 청년이 말했던 그 언덕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끝나지 않는 비행

“못 만나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난 그를 쫓는 나를 사랑하거든요”라는 대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테마에 귀 기울였으나, 필자는 오히려 천성적으로 배우일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인간적 독백으로도 해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이 사랑을 부정하고 사랑에서 전도된 과정으로의 애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의 외롭고 고독한 삶과 더불어 연기자로써 사랑을 위해 달려가는 그녀의 인생은 한 사람으로써 가슴 깊이 품어온 사랑에 대한 감정을 고스란히 품기 위한 선택이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이든 자신의 모습을 청년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나머지 갑작스레 은퇴를 결심한데서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녀가 태어났던 그 때처럼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만남과 이별의 순간이 다시 찾아온다. 삶과 죽음이 다시 교차한다. 떠나는 자가 있고 남는 자가 있다. 시간이 앞으로만 전진한다면 애석하게도 우리는 잊혀 지거나 잊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추억과 희망을 한데 묶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매듭을 지을 수만 있다면 그리 섭섭한 이별만 남지는 않을 것 같다. 저 멀리 그리워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것을 굳게 믿고 힘차게 달려가는 동안. 영원의 시간 속에서 비친 당신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안녕.

애니메이션 감독 곤 사토시는 1997년 퍼펙트 블루로 데뷔하며, 애니메이션으로써는 드물게 스릴러라는 장르를 선택하여 사실에 가까운 등신비의 캐릭터와 무거운 인간적 주제를 다루었고, 영화연출 기법을 애니메이션에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주목을 받았었다. 특히, 그의 작품은 실사 영화로 제작되어도 좋을 스토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로부터 왜 실사영화를 만들어볼 생각은 하지 않느냐란 질문을 들었지만 오로지 자신의 관심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라고 잘라 말함으로써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뜨거운 장인정신과 차가운 정체성에 경의를! 2010년 8월 23일. 향년 47세를 일기로 타계하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곤 사토시 (今敏, こん さとし, Satoshi Kon )   

일본 홋카이도, 1963년 10월 12일~2010년 8월 23일

애니메이션 감독, 무사시노 미술대학교 시각전달디자인학과

 

연출

▪ 파프리카 (Paprika, パプリカ, 2006)

▪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동경대부, Tokyo Godfathers, 東京ゴッドファ-ザ-ズ, 2003)

▪ 천년여우 (Millennium Actress, 千年女優, 2001)

▪ 퍼펙트 블루 (Perfect Blue, 1997)

 

 

각본

▪ 파프리카 (Paprika, パプリカ, 2006)

▪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동경대부, Tokyo Godfathers, 東京ゴッドファ-ザ-ズ, 2003)

▪ 천년여우 (Millennium Actress, 千年女優, 2001)

▪ 메모리즈 (Memories, 彼女の想いで, 1995)

 

 

기타

▪ 꿈꾸는 기계(夢みる機械) (미개봉)

▪ 오하요(オハヨウ, 2007)

▪ 망상대리인(妄想代理人, 2004)

▪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 (機動警察 パトレイバ-2, 레이아웃, 1993)

▪ 죠죠의 기묘한 모험 5화 (JOJOの奇妙な冒險 5, 각본/콘티/연출, 1993)

▪ 월드 아파트먼트 호러(ワ-ルド アパ-トメント ホラ-, 원안, 1991)

▪ 달려라 메로스(走れメロス, 레이아웃, 1991)

▪ 노인Z(老人Z, 설정, 1990)

 

 

수상

▪ 제5회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애니메이션부문 공동 대상

▪ 제7회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애니메이션 부문 우수상

▪ 제3회 도쿄애니메이션어워드 극장영화부문 최우수작품상

▪ 제6회 캐나다 fant-asia 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상

▪ 제36회 시체스 국제 카타루니야 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관객상

▪ 제58회 마니이치 영화 콩쿨 애니메이션 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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