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소식

일루셔니스트 2010 / 실방쇼메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22회)

조아진 2011. 8. 9. 21:43

 

 

방문미술 그림샘 & 월간아트앤씨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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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22th Animation & Human Story

 

일루셔니스트 2010 / 실방 쇼메

[ The Illusionist 2010 / Sylvain Chomet ]

 

 

 

 

일루셔니스트를 보며 변검을 떠올리다 I부

[글 / 조아진 : 방문미술 그림샘 대표]

 

 

닮은 사람

한평생을 외지로 돌며 방랑하던 늙은 코미디언은 불현듯 깨닫는다. 자신의 소중한 딸이 갑자기 커버렸다는 것을. 아니 이미 숙녀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때문에 유년기의 아버지와 딸이 공유했어야할 추억이 전무했기에 그는 죄책감과 그리움 모두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고 시나리오의 동기(動機, motive)를 추측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찰리 채플린과 비교될 정도로 프랑스에서는 존경받는 영화감독이자 코미디 배우인 ‘*자크 타티(Jacques Tati)’의 시나리오를 ‘실방 쇼메’가 각색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얼마 전 <벨빌의 세쌍둥이>에 관한 기사를 읽었던 분이라면 충분히 반가워해도 좋다. 그에 못지않은 아니 오히려 거장의 시나리오와 더불어 이제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실방 쇼메’ 감독의 연출 능력이 더해져 더욱 더 농익은 애니메이션 작품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감독은 ‘자크 타티’의 영화 <축제(1949)>의 한 장면을 자신의 애니메이션 <벨빌의 세쌍둥이>에서 사용하기 위해 그의 딸 ‘소피 타티세프’에게 허락을 구한 적이 있었다. 그런 그가 다시 ‘소피’를 찾게 된 것은 운명과도 같았다. 그는 프랑스국립영화센터의 기록전시소에서 우연히 <일루셔니스트>의 시나리오가 되는 ‘자크 타티’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길로 다시 그녀를 찾아 영화화의 허락을 구하게 된 것이었다. 사실 ‘소피 타티세프’는 이 이야기가 주인공이 당신의 ‘아버지’인 ‘자크 타티’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아버지가 아닌 다른 어떤 배우가 그 모습을 연기로써 재현하는 것을 원치 않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방 쇼메’ 감독의 전작 <벨빌의 세쌍둥이>의 완성도와 예술성을 이미 확인한 바였기 때문에 그의 애니메이션으로써 탄생하는 것을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더불어 ‘실방 쇼메’ 감독 스스로조차도 처음 ‘자크 타티’의 편지를 발견했을 때 “불가능할지도 모를 꿈이지만 언젠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마치 반세기를 기다려 자신과 만난 것” 같다고 표현한바 있다.

 

 

 

 

 

 

 

운명적인 만남

사실 ‘자크 타티’를 대신해서 연기할 수 있는 인간으로써의 ‘배우’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존재감이 강한 배우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소피 타티세프’는 도대체 ‘실방 쇼메’의 어떤 점을 보고서 작품화를 허락했을까? 그것은 앞서 언급했듯 <벨빌의 세쌍둥이>에서 보여준 탁월한 연출력과 차별적 시각화 그리고 정서의 정통성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애니메이션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나라를 꼽자면 미국과 일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10여 년 전까지는 유럽애니메이션이 종종 수입되어 극장에 걸리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제는 그나마 맥이 끊긴 상태였다. 더군다나 3D 모델캐릭터 애니메이션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상황에서 2D 애니메이션을 고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일루셔니스트>는 지극히 만화답고 애니메이션다운 접근 방식을 택하면서 유럽애니메이션의 자존심, 자부심을 지키고 있다. 더군다나 전작의 큰 성공의 원인인 차별적이고 의미있는 관객과의 소통방식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사인지 아닌지도 모를 ‘언어’들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대신 캐릭터의 ‘몸짓’과 ‘음악’의 효과를 극대화한 점이다.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끈끈한 상황을 전개하기 때문에 화면에서 시선을 뗄 수 없다. 하지만 그 점이 만국 공용어인 바디랭귀지 연출을 가능케 한 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은 ‘자크 타티’의 연기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코미디적인 마임과 상확극 에피소드 위주의 연기를 통하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그려낸 ‘자크 타티’의 작품들을 보면 더욱 더 ‘실방 쇼메’의 전작과 닮은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실방 쇼메’는 ‘자크 타티’의 애니메이션 버전 캐릭터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때문에 ‘소피 타티세프’가 흔쾌히 수락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간다. 큰 키와 구부정한 어깨, 왠지 짤막한 바짓단과 TV와 신세대 로큰롤 스타에 떠밀려 강제적으로 잊혀지기를 강요받는 왕년의 스타. 자전적 이야기였을지도 모를 바로 그 시나리오를 운명적으로 만난 ‘실방 쇼메’는 그래서 더 운명적이다. ‘자크 타티’를 그려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그였던 것이다.

 

 

 

 

 

 

 

 

나는 마술사다. VS 나는 마술사였다.

멋진 은발을 가진 노년의 마술사가 무대 뒤에서 커튼이 올라가길 기다리며 대기중이다. 그런데 이놈 무대장치가 시작부터 말썽이다.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덜컹거리면서 커튼이 펴지질 않는다. 무대 위에서 공연해야 할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그냥 커튼 앞으로 나와서 공연을 시작한다. 자못 진지하고 절도있게 공연을 펼친다. 짜잔! 뚱뚱한 토끼가 마술사의 모자 속에서 튀어 나왔다. 이쯤 되면 박수와 휘파람 소리가 호의적으로 쏟아져 나와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거지의 깡통 속에 던져지는 한 두 개의 동전마냥 짤막한 비명소리를 지르듯 한 두 마디의 박수 소리가 맥없이 들릴 뿐이다.

 

한물간 마술사는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하루살이처럼 살아가고 있다. 능동적이라기보다는 떠밀리듯 간신히 자신의 마법에 취해 살아지는 삶이다. 그래도 자존심과 절도(節度)는 잊지 않는다. 관객은 더 이상 그의 공연을 보며 놀라지 않는다. 궁금해 하지도 않을뿐더러 무성영화의 TV화면을 멍하니 쳐다보듯 초점을 잃은 시선의 시체만이 잔상처럼 남았을 뿐이다. 결국 공연장에서 쫓겨난 뒤 그가 다시 공연을 위해 선 곳은 결혼식 파티 행사장. 뭐 그럭저럭 공연을 한다는 맥락에서는 견딜만하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다는 점에서는 큰 공연장이나 이곳이나 다를바 없다. 그나마 웬 취객이 명함을 하나 찔러 준다.

 

 꽤나 먼 곳이지만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기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배를 타고 가서 섬마을 선술집에서 공연을 펼친다. 그런데 시내 중심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의외로 마술공연에 대한 호응이 좋다. 그곳은 TV를 보기 보다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함께 모여 기분 좋게 취하고 춤추는 마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고아소녀를 만나게 된다. (사실 대사가 없기 때문에 고아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다 해져서 구두 앞이 벌어진 신발을 신고서 청소, 서빙 등의 잡일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확실하다.)

 

소녀에게 노신사는 꿈, 희망 그리고 아버지와 같은 보호자로 인식된다. 그리고 마술사에게 소녀는 지난 날 잊고 지냈던 가족에 대한 인연의 시작이다.(마치 잃어버린 딸을 추억이라도 하듯, 낡은 흑백사진속의 소녀를 보며 오래전 기억을 떠올린다.) 제 몸 하나 간수하기도 버거운 삶이지만 어쩔 수 없다. 결국 둘은 섬마을을 벗어나 도시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런데 벌써부터‘ 삐그덕’ 거리기 시작한다.

 

원인은 바로 ‘돈’ 손가락만 튕기면 동전이 생기는 줄 알고 있는 흰 도화지와 같은 순수함을 가진 소녀는 도시의 모든 것이 매력적이다.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다. 노신사는 딸과 같은 소녀를 기쁘게 해줄 선물을 사주기 위해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야간 아르바이트까지 한다. 게다가 그것도 부족해 마술사로써의 자존심까지 팔아가며 여성물품 샵의 쇼윈도 안에서 향수가 나타나게 한다거나 화려한 장식의 브래지어 같은 것들을 나타나게 하는 마술이다. 때문에 그것은 무대 위 장르로써의 공연이 아닌 마치 TV속 광고를 보는 듯 한 느낌을 준다. 노신사는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들고 만다.

 

 

 

 

 

 

 

 

가족의 탄생

노년의 마술사가 항상 챙겨 다니는, 지금보다는 젊었을 적 그래도 유명했을 때의 정지된 시간이 담겨져 있는 포스터가 있다. 포스터 속의 마술사는 조금은 거만하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 있다. 손가락을 깨물며 까칠하게 반항하는 마술사의 오랜 동료 비만토끼도 그 사진 속에서는 마술사의 손아귀에 얌전히 붙들려 있다. 하지만 절대 바래지 않을 것만 같던 젊음이라는 사진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지금은 오히려 이질감으로 비쳐진다. 그래서 오랜 세월 가족도 없이 떠돌던 그에게 그 ‘소녀’는 소중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소중하게 지키고 싶어 했을 ‘가족’이라는 개념은 현실적인 삶에서의 비참함과 고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비호아래 잠시나마 희망적으로 유지되는가 싶었지만 소녀의 ‘성장’과 함께 위기를 맞는다. 소녀가 갖고 싶어하는 구두와 코트를 사주기 위해 노신사의 허리는 이리 휘고 저리 휘청거린다. 그런데 이쯤 보다보니 또 다른 영화가 떠올랐다. 붉은 수수밭으로 유명한 오천명(吴天明)감독의 *<변검>이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 자크 타티(Jacques Tati, 1908~1982) 본명은 자크 타티셰프(Jacques Tatischeff ). 러시아 출신으로 할아버지 대에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다. 관찰력이 뛰어났던 그는 여러 스포츠의 동작을 팬터마임으로 해보여 주위 사람들을 웃겼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직업적인 엔터테이너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30년대 초에 그는 뮤직홀에서 정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해 상당한 인기를 끌게 되는데 몇 년 뒤에는 뮤직홀에서 번 돈으로 단편영화를 제작한다. 그는 생전에 6편의 장편영화와 4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어 적은 숫자의 작품을 남겼지만 생전이나 지금까지도 수많은 감독들은 그를 ‘위대한 작가’로 칭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코미디로 포장되어 있지만 ‘현대적 테크놀로지가 지닌 냉혹함’, ‘중산층적인 일상생활 속의 권태감’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 같은 현대적 테마들을 가장 현대적인 형식미를 통해 독특하게 표현해냈는데 영화 훈련을 받지 않은 원시인으로써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리고 그 어느 영화적 계보에도 분류시킬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를 그린 감독으로 이해된다.

 

 

 

* [ 변검 (1995) / The King Of Mask / 100분. 중국, 홍콩 ]

감독 : 오천명(吴天明, Tian-Ming Wu) : 붉은 수수밭(1987), 진용(1989)

출연 : 주욱 (왕씨 역), 장서양, 조지강, 진리, 주임영 (구와 역) 등

수상 : 제9회 도쿄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및 감독상, 중국 주해 영화제 최연소 여우주연상

 

 

작품개요

정보 : 프랑스, 영국 / 80min

연출 : 실방 쇼메 (Sylvain Chomet) / 벨빌의 세쌍둥이(2003), 사랑해, 파리(2006), 일루셔니스트(2010)

각본 : 자크 타티 (Jacques Tati), 실방 쇼메 (Sylvain Chomet)

출연(목소리) : 장-클로드 돈다 (Jean-Claude Donda), 에일리 란킨 (Edith Rankin), 던칸 맥닐 (Duncan MacNeil), 질 아이그롯 (Jil Aigrot), 디디어 구스틴 (Didier Gustin), 프레데릭 레본 (Frederic Lebon)

미술 : 베얀 한슨 (Bjarne Hansen)

제작 : 밥 라스트 (Bob Last)

 

 

수 상

페사로영화제(Mostra Internazionale del Nuovo Cinema) 관객선정 최고상

아카데미 영화제 최고 장편애니메이션 및 최고영화음악 부분 노미네이트

영국 BBC 4대륙 영화제 최고영화상

세자르 영화제 최고영화음악상

깐느 영화제 최고작품 노미네이트

6회 시네바캉스 서울(2011) 초청-상영작

15회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2011) 장편-그랑프리 / 후보공식경쟁-장편

4회 KT&G 상상마당 시네마 음악영화제(2011) 초청-Taster’s Choice

12회 전주국제영화제(2011) 초청-애니페스트

83회 아카데미시상식(2011) 후보-장편애니메이션상

36회 세자르영화제(2011) 수상-애니메이션상

68회 골든글로브시상식(2011) 후보-장편애니메이션상

102회 미국비평가협회상(2010) 수상-스포트라이트상(실방 쇼메, 자크 타티)

23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2010) 후보-애니메이션상

76회 뉴욕비평가협회상(2010) 수상-애니메이션상

23회 유럽영화상(2010) 수상-유러피언필름아카데미 애니메이션상

35회 토론토국제영화제(2010) 초청-스페셜 프리젠테이션

 

 

실방 쇼메 (Sylvain Chomet, france, 1963~ )

1963년 메종 라피떼 출생으로 프랑스 앙굴렘의 학교를 졸업한 후에 영국에서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였으며 프랑스로 귀국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1986년 만화 <리베륄의 비밀>을 출간하였으며, 1990년에 첫 단편 애니메이션 <그래, 그래>를 만들었다. 1995년, 니콜라스 드 크레쉬와 공동연출한 중편 <노부인과 비둘기>로 아카데미와 세자르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유럽 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아넥시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2003년 깐느 영화제에 소개된 <벨빌의 자매들>로 극찬을 받았다.

[다음 영화인 정보 검색 인용]

 

 

 

 

일루셔니스트 예고편

 

 

 

글. 조아진 (Jo, Ah-jin)

 

현 : 방문미술 그림샘 대표, 월간미술인, 월간아트앤씨, 한국미술신문 객원기자 및 프리랜서 예술가 (cajme77@hanmail.net)

학 력 : 상명예술디자인대학원 만화영상학과 애니메이션전공 수료 및 동대학교 졸업

교육경력 : 전. 예원예술대학교 만화게임영상학부 및 경희대학교 디지털콘텐츠전공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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