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소식

성냥팔이 소녀를 위하여 [ For the little match girl ]

조아진 2012. 1. 3. 20:08

 

방문미술 그림샘 & 월간아트앤씨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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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24th Animation & Human Story

 

성냥팔이 소녀를 위하여

[ For the little match girl ]

 

 

 

희망의 가치

[글 / 조아진 : 방문미술 그림샘 대표]

 

 

판도라의 상자

이번 달은 어떤 애니메이션으로 글을 쓸까 며칠을 고민했다. 이건 어떨까? 그 작품은 어떨까.. 고민에 고민이 계속 되지만 정작 확 가슴에 와 닿는 작품이 없다. 마인드 게임이나 철콘 근크리트 같은 작품들도 다뤄줘야 할텐데하는 생각들도 들고, 자료수집도 일부나마 했지만. 이미 그 당시 받았던 감동을 글로 옮기려고 다시 봤을 때는 감흥이 살아나질 않는다. 결국 다른 일들에 치여서 글쓰기를 포기하고 만다. 그렇게 많은 일들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며 애니메이션 기사 마감일의 압박에 정신줄을 놓으려던 순간. 추운 겨울 창밖 풍경을 마주하며 문득 아련한 추억 같은 것들이 밀려들었다.

 

‘나도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었더랬지...?’ 명작은 결코 아닐뿐더러 그저 애니메이션에 미쳐 살았던 대학생 시절의 변변치 못한 작품이 되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마음가짐, 열정, 노력과 희생 그리고 모두와 함께 나눈 우정까지 지금은 도통 흉내 내기도 힘든 청춘의 에센스가 만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하여 큰맘 먹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야 만다. 사실 대개의 창작자들이 그러하듯 이미 지난 자신의 작품은 잘 돌아보지 않게 된다. 하지만 다시 본 작품은 감동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왠지 잘 만든 것 같다는 착각도 좀 해본다. ‘그래... 다시 이런 작품을 만들 순 없을 거야’라고 인정하고 만다. 왠지 판도라 상자에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던 것은 희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성냥 바구니

한 겨울. 죽은 아이를 업고 다니는 미친 여자와 동네 악동들의 이지메감인 정신지체자까지 오랜 전쟁 탓에 죽음의 풍경이 일상화된 마을에서 제각각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보따리 짐을 빼앗으려 하는 외발이와 지키려하는 어린아이를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는 성냥을 팔고 있는 소녀까지. 도움을 청하는 어린아이의 간절한 눈빛도 그녀의 시선에서는 그저 무관심한 일상의 반복일 뿐이다. 그녀에게 있어 유일한 관심사는 준수한 외모의 청년 군인이다. 그녀가 청년에게 건넨 작은 성냥갑의 표지에 쓰여 있는 글귀는 ‘Love & Peace' 악동들의 장난으로 성냥바구니를 빼앗기던 순간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갈 것 소녀의 추격 장면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좋아하는 청년을 떠올리게 해주는 매개체인 성냥의 불빛은 ‘희망’의 불빛이다. 그런 희망들이 담긴 성냥바구니를 빼앗긴다는 것은 생계수단의 가치를 넘어서 삶의 의미를 상실한 ‘절망’을 의미한다. 때문에 소녀는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결국 악동이 폭격기의 기관총에 맞아 쓰러지고 나서야 추격이 그치게 되지만 새하얀 눈 위로 붉게 번져가는 소년의 피를 보며 묘한 불안에 잠기는 소녀.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소 닭 보듯, 다친 소년을 뒤로하고 매정하게 성냥바구니만을 챙겨선 돌아선다. 그녀만의 희망은 위태롭게 계속된다.

 

 

 

 

 

 

 

 

성냥 불빛의 판타지

청년에게 의지하며 순정을 바친 소녀와 달리 청년에게 소녀는 그저 노리개이다. 오직 청년에게만 몸을 허락하며 사랑을 갈구하지만 청년에게 소녀의 가치란 스팸 몇 캔의 유흥일 뿐이다. 결국 청년에게 배신당하고 소녀는 현실을 회피하고 만다.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도움을 청하는 주변의 시선을 외면하고 그저 남 일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온 소녀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도 결국 홀로 남겨졌다. 곁에는 엎어진 성냥바구니의 흩어진 성냥갑들이 나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홀로 남겨진 지금 소녀는 다시금 희망의 불빛에 의지하기 위해 성냥을 켠다. 순식간에 소녀의 폐허(세계)가 밝아진다. 마치 마법처럼 무슨 일인가 벌어질 것만 같다. 하지만 작은 빛의 온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사라진다. 시커멓게 다 타버린 성냥개비의 황만이 가냘픈 흰빛 절규만을 공중에 토해낼 뿐이다. 몇 개의 성냥개비가 참담한 현실을 부정하기 위한 제물로 사라지는 동안 ‘절망’의 기운이 더욱 차갑게 엄습한다.

 

그 순간. 강한 폭발과 함께 무너진 벽 사이로 청년이 등장한다. 환한 빛 속에서 따듯한 미소를 보내는 모습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성냥개비의 가냘픈 불빛이 순식간에 사라지듯 사라진 환상 뒤에 남은 건 피투성이로 죽어있는 청년의 시체였다. 결국 판타지는 없었다.

 

 

 

 

 

 

 

 

 

 

지독한 성장통

홀로 남은 폐허에서 소녀는 몇 개의 성냥개비를 긋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판타지를 기대하는 헛된 미련의 희망이 아니다. 씁쓸했던 지난 과거를 재확인하는 회개의 불빛이다. 소녀는 폐허를 떠나며 성냥바구니를 불태운다. 소녀에서 숙녀로, 아이에서 어른으로 그리고 이성에 기대고자했던 전형적인 여성상에서의 독립을 의미한다. 이후로 소녀가 주변의 일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던지, 독립적인 인간으로써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던지 하는 등의 일은 알 수 없다. 다만, 희망은 결코 손안에 움켜지는 일이 없다는 것. 그리고 버리고 태움으로써 비로소 한 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품안에 든 순간 이미 희망은 희망이 아니며, 움켜쥐고 가두려고 할수록 ‘희망’의 가치는 사라지고 만다. 인간이 ‘희망’을 품는 이유는 오히려 가질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희망이란 그것을 쫓는 삶이라는 긴 여정에 있어서 인생의 가치와 방향을 이끌어주는 등대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품개요

제목: 성냥팔이 소녀를 위하여 (For the little match girl)

제작: 2003년

장르: 2D 애니메이션, 전쟁 드라마

길이: 15분 41초

기타: 파스텔 채색, 원동화 약 8천장 소요, 2003 영화진흥위원회 사전제작지원 당선작

상영: 대학영상제(서울애니메이션센터)

연출 및 스토리: 조아진

원동화 감독: 고인식

배경 및 채색 감독: 심명섭

스탭: 김성훈 김아람 김선영 문수영 박송이 박지영 송승리 안문기 안유라 양원석 이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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