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소식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27회 [크로스 게임 | 아다치 미츠루]

조아진 2012. 7. 17. 10:29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27회

The 27th Animation & Human Story

 

크로스 게임 | 아다치 미츠루

[ クロスゲーム, Cross Game ] 

 

 

죽음을 마주하는 방법

[글 / 조아진 : 방문미술 그림샘 대표]

 

 

이별은 늘 갑자기 찾아오는 법

시끄러운 매미소리와 중천에 뜬 해. 여느 때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난 키타무라 코우(초등학교 5학년, 남주인공)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컵도 없이 마시고 있는 중이다. 갑자기 거실에 있는 TV에서 야구중계 도중 속보가 흘러나오고 있다. 수영교실 캠프에서 물놀이 사고로 초등학교 3학년의 후배를 구하려다 5학년의 여학생이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이다. 그 여학생은 남자 주인공 코우의 동갑내기 소꿉친구인 츠키시마 와카바. 바로 전날만 해도 수영교실 캠프를 다녀온 뒤 함께 축제에 가기로 약속을 하며 코우에게 뽀뽀를 해주던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죽음을 알기엔 너무 이른 나이 11살. 갑작스레 맞게 된 장례식은 마치 온통을 둘러싼 검은 벽과 같은 풍경이어서 어린 코우에게는 까치발로 겨우 서서 어른들의 검은 정장 틈 사이를 가까스로 볼 수 있을 정도일 뿐이다. 사랑이라 하기에는 아직 이르고 우정이라 부르기엔 무언가 아쉬운 나이, 아직 모든 것이 어렴풋한 나이이기에 갑작스레 맞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문득 함께 축제에 가기로 했던 약속이 떠올라 무작정 집을 나선다. 축제의 불빛사이를 의미 없이 걷다 서기를 반복하다 다다른 곳은 소녀의 집. 누군가 집 앞에 서있다. 그냥 서있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떨어뜨리고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바닥에 뿌리며 서있다. 소녀를 짝사랑해왔던 아카이시 오사무란 덩치 큰 소년이다. 그제야 코우는 깨닫는다. 슬플 땐 그저 울면 된다는 것을.

 

 

 

 

 

 

 

아다치 미츠루

크로스게임은 만화가 아다치 미츠루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TV 애니메이션이다. 만화의 경우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주간 소년 선데이에 연재되었으며, 애니메이션의 경우 2009년 4월부터 25분의 러닝타임으로 50화가 제작되어 TV 도쿄 계열에서 방영되었다. 아다치 미쓰루 원작의 애니메이션으로서는 H2 (만화)에 이어 13년 만에 제작된 TV 애니메이션으로 기대를 모은 이 작품은 전작들의 작품공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그의 오래된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평작으로 평가 받거나 혹은 역시 아다치 미츠루!라는 평을 남기게 되는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여기에서 아다치 미츠루의 공식이란 삼각 혹은 다중 삼각관계 + 소년 소녀의 로맨스 + 천재적인 재능과 스포츠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을 의미한다. 아다치 미츠루의 대부분의 작품은 이러한 공식에 늘 구속되어 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로 그것이 청춘의 정수라고도 말한다. 사람들의 말대로 주인공이 다 똑같이 생기고 같은 패턴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다. 혹은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깨알 같은 복선과 연출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판단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죽음을 그리는 방식

그의 작품은 대부분 누군가의 죽음을 동기로 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작품 터치(touch)에서는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H2에서는 여주인공 어머니의 죽음, 러프(rough)에서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본 작품인 크로스게임은 아직 무엇이라 표현하기 힘든 관계 즉, 친구와 연인의 사이쯤 있는 소꿉친구의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다. 과연 그는 죽음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

 

그는 죽음을 표현하는데 있어 무수히 많은 말들을 쏟아내기 보다는 무언(無言)의 절제와 상황이미지로 그 아픔을 대신한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집중력 있게 관찰하게 하고 그 무언의 상황이 너무나 일상적인 나머지 언뜻 지나치면 누가 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고요해 태풍의 눈과 같고 주인공들 또한 표정의 변화가 크게 없다. 스포츠 만화임에도 열혈모드는 발동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죽은 이는 환하게 웃고 있다. 영원히 정지된 시간이 현재의 흐르는 시간과 함께하고 있다. 청명한 하늘아래 주인공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우유를 마시는 가운데 TV 뉴스로는 죽음의 소식이 전해지는 식이다. 이 부조화가 더욱 상황을 극적으로 만든다. 또한 감정, 상황, 행동의 여백과 결핍은 감정이입을 증폭시킨다. 죽음을 마주하는 그 순간의 감정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청소를 하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밥을 먹다가 생각이 떠올라 울컥해 버리는 아련함이다. 장례식장 장면에서 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들은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아픔을 떠올리고 아파한다.

 

 

 

 

 

 

남성들을 위한 소년의 추억 VS 어른들을 위한 청소년기의 추억

많은 사람들이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을 소년판타지 만화로 이해한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수영복 장면이라던지, 정형화 된 착하고 순수한 여인상을 잠재적으로 강요한다는 식이다. 그리고 매번 지적되는 같은 패턴의 작품내용 또한 주요한 지적중의 하나다. 아다치 미츠루라는 작가의 작품을 표현할 때 다중 삼각관계 + 소년소녀의 풋풋한 로맨스 + 천재적인 재능(스포츠)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 + 중의적 상황표현 등은 이미 그 작가로서는 작품으로 삶을 표현하는 양식(樣式)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문제인 법. 옷만 갈아입혀 놓은 것 같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은 반기지 않았다. 혹자는 매번 누군가가 또 죽겠지? 하며 지레짐작을 한다. 하지만 같은 죽음이란 것이 있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의 작품은 먼저 떠난 사람들을 추억하고 잊지 말라고 하면서도 죽음조차도 절제하고 가벼운 걸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지나친 것이 아니라 진지하지 못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지하지 않다고 해서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닐 것이다.

 

비슷한 노래를 부르는 대중가수들과 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가들 그리고 같은 유형의 그림을 그리는 팝아트 작가들과 있는 자연 그대로의 것을 해석의 철학을 주장하며 똑같이 그리는 미술가들 사이에서 유독 만화인들의 창작물에 관하여만 높은 창작의 순수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결과물을 담는 그릇에 차이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종이 위에 인쇄되는 것들은 양장본으로 제본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저렴해 보일 수밖에 없으며 펜과 선 위주의 작화방식 또한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대부분 몇 번의 연습을 통해 비슷하게 따라 그리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채색되지 않은 흑백의 그림은 컬러작품 보다 싸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며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을 함께했다는 친밀감과 더불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치한 것이라는 잠재된 인식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에 만화 창작물에 대한 가치를 상대적으로 절하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지금은 이마저도 디지털화되어 무형으로 인해 실체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 가치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소년만화라는 인식과 관련하여, 본인의 과거를 돌이켜봐도 청소년기란 어설프고 허세도 좀 있었으며 바보같이 순수했던 행동의 이면에는 여성에 대한 지대한 관심 또한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여성에 대한 관심 부분은 여전히 대부분의 남성들이 관심을 보이는 부분이다.) 요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다 보니 이런 설정장면 조차도 피식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사고의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서정적인 소년기도 있는 것이고 김유정의 동백꽃처럼 좀 더 적극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열정적인 청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떠난 이와 남은 자들

크로스 게임(cross game)이란 원래 클로즈 게임(close game)을 일컫는 말로 우열을 판정할 수 없을 만큼의 접전. 즉 양측의 스코어가 접근하고 있는 백중지세의 대전을 말한다. 또한 자주 등장하는 네잎 클로버의 이미지는 츠키시마 와카바의 네 명의 자매를 상징하고 있다. 한 명이 먼저 떠났지만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인 코우와카바, 와카바와 와카바를 짝사랑하는 오사무, 다시 코우와 항상 티격태격하는 와카바의 바로 아래 여동생인 츠키시마 아오바 그리고 다시 아오바와 아오바를 좋아하는 아즈마 류헤이까지 모든 캐릭터가 연애 겨루기를 하듯 접전을 벌인다. 즉 모든 캐릭터가 크로스 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 게임의 승자는? 작품을 직접 보시면 알 수 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주인공들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다. 여전히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들은 그 아픔을 넘어서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성숙해 진다는 것은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아픔을 맞이한다 하더라도 억지로 잊으려 하거나 외면하기 보다는 서로 의지하며 같이 갖고 있는 추억을 기억하며 그 사람을 함께 그리워하는 것. 그것이 크로스게임에서 말하는 먼저 떠난 자를 대하는 방법이다.

 

 

 

 

 

 

아다치 미츠루 작품목록

레인보우 맨 (1972년-1973년, TV매거진 친구들, 원작 : 가와우치 야스노리)

리틀 보이 (1974년, 소년 선데이 증간호, 원작 : 사사키 마모루)

히라히라군 청춘연의 (1975년-1976년, 츄이치 코스, 학연, 워작 : 사사키 마모루)

하트 A (1975년, 주간 소녀코믹, 소학관, 원작 : 사이가 아키라)

히라히라군 청춘음두 (1976년-1977년, 츄이치 코스, 원작 : 사사키 마모루)

가무샤라 (1976년, 주간 소년 선데이, 원작 : 야마사키 주조)

첫사랑 갑자원 (1976년, 주간 소녀코믹, 원작 : 야마사키 주조)

울보 갑자원 (1977년, 주간 소녀코믹, 원작 : 야마사키 주조)

히라히라군 청춘태고 (1977년-1978년, 츄이치 코스, 원작 : 사사키 마모루)

나인 (1978년-1980년, 소년 선데이 증간, 소학관)

태양이여 떠올라라!! (1979년, 주간 소녀코믹, 원작 : 야마사키 주조)

나는 방과후 골목대장 (1979년-1980년, 츄이치 코스)

햇살이 좋아! (1980년-1981년, 주간 소녀코믹)

미유키 (1980년-1984년, 주간 빅코믹, 소학관)

터치 (1981년-1986년, 주간 소년 선데이)

슬로우 스텝 (1986년-1991년, 챠오, 소학관)

러프 (1987년-1989년, 주간 소년 선데이)

일곱빛깔 무지개(무지개빛 고추) (1990년-1992년, 주간 소년 선데이)

진베 (1992년-1997년, 빅 코믹 오리지널)

H2 (1992년-1999년, 주간 소년 선데이)

모험소년 (1998년-2006년, 빅 코믹 오리지널, 쇼각칸)

미소라 (2000년-2001년, 주간 소년 선데이)

KATSU!(카츠!) (2001년-2005년, 주간 소년 선데이)

크로스 게임 (2005년-2010년, 주간 소년 선데이)

아이돌 에이스 (2005년, 월간 영 선데이)

쇼트 프로그램 I, II, III (단편집)

Q and A (2009년-2012년, 월간 소년 선데이 겟선)

아사오카 고교 야구부 일지 - 오버 펜스 (2011년-, 주간 소년 선데이(부정기연재))

가는 해 오는 해 (2012년-, 빅 코믹 슈페리어)

믹스 (MIX) (2012년-, 월간 소년 선데이 겟선)

 

 

아다치 미츠루 [あだち充、安達充(1951~), Japan

-일본의 만화가. 군마 현 이세사키 시 출신, 군마 현립 마에바시 상업고등학교 졸업.

-1970년, 디럭스 소년 선데이에 게재한 〈사라진 폭음〉(원작 : 고자와 사토루)으로 데뷔.

-아오야마 고쇼, 다카하시 루미코 등과 함께 《주간 소년 선데이》의 주력작가로 활동중

 

 

[참고자료 및 출처]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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