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집이라도 살고 싶어요.”
최화심(가명)씨는 집안으로 들어설 때마다 기침이 연달아 나올 정도로 매캐한 곰팡이 냄새가 납니다.
벽에는 우리 마음처럼 얼룩이 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화심씨 가족에게는 그 어느 집보다 간절한 집입니다. 이 집이 없으면 이 겨울, 아픈 언니를 데리고 밖으로 나 앉아야 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방값은 700여 만원까지 밀려있어 재계약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되었고 얼마 전 동사무소로부터 방을 비워달라는 일방적인 통보까지 받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집을 포기하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언니, 아프지 마.”
어제도 최화심씨 집 앞에는 119구급차가 왔습니다. 최화심씨 언니는 호흡기장애1급과 지체장애 3급으로 이런 추운겨울이 오면 하루가 멀다하고 위급상황이 벌어집니다. 허리는 휘어질 데로 휘어져 그저 가만히 누워있습니다. 한번 병원에 다녀오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처방이 많아 80만원은 쉽게 나가고 적은 수입으로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병원비 보다 걱정인 것은 언니의 병이 점점 더 악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방안에서는 가녀린 언니의 숨소리와 산소호흡기 소리만 간간히 들려올 뿐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힘이들까요?
최화심씨 남편이 배달업으로 생기는 적은 수입으로 여섯 식구가 살아갑니다. 아픈 언니와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 때문에 최화심씨는 일을 나가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첫째 아이는 지적장애3급으로 센터에서 인지치료를 받고 있고 둘째아이와 막내아이도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어 심리치료와 놀이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활동량이 많은 이 아이들이 집에서 뛰기라도 하면 우울증으로 예민해져있는 언니 때문에 혼을 내는 것이 마음에 늘 걸립니다. 최화심씨가 일을 나가야 형편이 나아질 텐데 이렇게 집에만 묶여있으니 가족들과 언니 사이에서 난처하기만 합니다. 왜 이렇게 우리 가족에게 힘든 일이 겹치는 건지 최화심씨는 스스로를 자책하게 됩니다.
“그래도 함께하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빠도 등을 돌려, 남은 것은 최화심씨와 언니 뿐 입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최화심씨는 언니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작은아이가 초등학교에만 들어가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으니 조금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월세를 갚을 수 만 있다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되찾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겨울만, 이 집에서 어떻게든 이 겨울을 이겨내면 최화심씨 가족에게도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으로 이 가족을 따뜻한 봄으로 이끌어 주세요.
우리는 그 희망이라는 봄을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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