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까만 봉다리를 들고 서있다.
난 과연 사랑이 많은가.
난 과연 주를 닮은 삶을 살고 있는가.
난 사랑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고 그렇지 못 하다.
난 여전히 외롭고
난 여전히 누군가를 진실히 사랑하고 있지 못 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난 까만 봉다리를 챙겼다.
어쩌면 그것이 희미한 헌신일지도 모른다고 자위하며
난 오늘도 까만 봉다리를 챙겼다
어쩌면 이것이 속죄일지도 모른다고 자위하며...
넉살 좋은 아주머니처럼
씨익 웃으며 까만 봉다리 하나를 청해
이런 뼈와 저런 뼈와 부스러기 고기들을 챙긴다.
우리집 늙은 개는 잘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터겠지만.
난 오늘도 그냥저냥 쥔장에게 까만 봉다리를 청하며 이것저것을 주워 담는다.
난 지금 까만 봉다리를 들고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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