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굳은 물감

조아진 2019. 8. 20. 20:54







굳은 물감

 

지난 토요일 행사에서 쉬는 날이라 오래간만에 작업을 했다.

오전부터 종일 열심히 붙이고 밑작업까지 끝냈었고 일요일은 행사를 다녀와서 할 시간이 없었다가 다시 월요일이 되어 아침에 눈이 너무 일찍 떠진 관계로 붓을 들었다. 그런데 붉은 물감이 굳어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작년 이후로 작업을 못 하고 있었으니... 물감이 아까워서 그나마 굳지 않은 부분을 꾸역꾸역 칠해서 겨우 사이드까진 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늦은 저녁까지 하던 회사 일을 마무리 한 뒤 밤 아홉시에 있을 회의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았길래 밑칠이나 조금이라도 더 해두자 싶어 다시 붓을 들었다. 사실 너무 피곤해서 붓보다는 맥주잔을 잡고 싶었지만 회의가 있으므로 맘을 고쳐먹고 붓을 들었던 것인데.. 또 붉은 다른 물감도 굳어 있었다.

 

괜한 허탈감 같은 것이 밀려왔고 의자에 앉아 멍하니 캔버스를 쳐다봤다.

그러다 문득 사용하지 않는 모든 것은 굳는다라는 깨달음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 사용하지 않는 모든 것은 굳는다.

 

어쩌면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나지 않으면 소원해지고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사랑하지 않으면 감정이 메마르고...

 

모든 것이 굳는다.

 

 

회의나 하러 가야겠다.

#굳은물감 #개똥철학 #붉은물감 #사랑하지않으면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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