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2020년 5월 25일 오늘 작업일기 / 코인 셀러

조아진 2020. 5. 25. 23:27

2020525일 오늘 작업일기

코인 셀러 (Coin Seller)

 

1. 오늘 오전엔 직원들이랑 사무실 청소를 했고 개인적으론 여섯 개의 그림샘 홍보 글을 편집해서 올렸다. 왠지 평소보다 더 피곤했다.

 

2. 저녁 9시쯤부터 개인 작업을 시작했다. 피곤해서 그만 집에 갈까하다가 막상 억지로 붓을 드니 또 집중이 되었다.

 

3. 작업을 하면서 넬의 코인 셀러(coin seller)를 무한반복으로 틀어 놨다.

 

쓸쓸함이 묻어나는 곡인데 작업하면서 왜 제목이 코인 셀러일까를 곰곰이 생각했다. 넬의 의도는 잘 모르겠으나 그냥 내 어릴 적 국민학교 다닐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동전을 바꿔주는 사람은 오락실 가게 주인이었다.

 

오락실 한쪽 구석의 쪽방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서 50원짜리를 바꿔주던 아저씨는 굉장히 시끄러운 오락실 기계 소리 속에 그리고 꼬맹이들의 환호와 탄식 속에 마치 정신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아저씨는 지금의 내 나이쯤 되었으려나.. 문득 코인 셀러랑 굉장히 잘 어울리는 기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그림을 그리면서 모기 두 마리를 잡았다.

한 마리는 에프킬라로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잡았고 한 마리는 그림 그리는 팔위에 앉아서 빨대를 꼽길래 다른 한 손으로 잡았다. 하마터면 그림에 실수 할 뻔했다. 그러면서 또 잡생각을 시작했는데 나는 왜 모기를 싫어하는가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모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무엇에 빨대 꼽는 것, 다른 사람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얹는 것 등등도 싫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밀양 송전탑 반대 작품을 그렸던 기억으로 전개가 되었는데 작품 제목은 도시의 달이었다.

 

송전탑을 거대한 모기로 묘사했고 모기들이 지방 사람들의 피(에너지)를 빨아 도시의 거대한 달을 만들어냈다는 비유와 상징으로 그린 작품이었는데... ... 너무 나갔다 싶어서 생각하기를 멈췄다.

 

5.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관해서도 그림샘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해 고민했다.

 

비대면 일수 없는 업종인데다가 업종 고유의 특성, 프랜차이즈 사업이라는 특수성까지 복잡한 문제들이 많이 얽혀있다.

 

그런데 이대로 코로나가 언젠간 잠잠해지겠지 하면서 막연하게 기다리다간 정말 10년 넘게 지켜온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 당장의 숨 막힘 때문에라도 좀 더 앞을 봐야 한다.

 

우린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이 아니라 그냥 작은 개인 자영업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좀 더 부지런해야 하고 좀 더 치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것도 생각이 너무 깊어졌다.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6. 사실은 복잡한 생각을 버리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건데 오늘따라 이런 저런 생각들이 너무 많았다.

이게 다 그때 그 오락실 아저씨 때문이다.

 

이제 집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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