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의 기억
오늘은 화실에 나오시는 화가선생님 작품촬영이랑 편집 그리고 회사 일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님 추도식을 유투브로 들으며 작업을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처음 광장에 나간 것이 2009년 서울광장에서의 시민 추모식이었다는 게 생각났다.
마치 사람들이 운구차량을 직접 두 손으로 보듬듯 노란 물결을 헤치며 너무나도 느리게... 사라져가던 그 기억이 지금도 어렴풋하게 남아있다.
그때 난 정말 정치는 1도 모르는 일반 시민이었고 지금도 그다지 다를 바 없지만 어쩐지 그날의 알 수 없는 경험과 감정들을 체험한 이후로 세월호 사건이나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때문에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게 되었던 것이나 반핵과 관련한 환경문제, 독도문제, 효순이미선이 문제 등과 관련해서 작품 전시활동에 미미하게나마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었던 계기가 그날의 알 수 없는 감정과도 관련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난 시민활동가가 아니다. 적지만 몇 차례 이런 저런 시민단체들과 작가들 틈에 끼어서 나름대로의 작은 소명을 갖고 참여했었지만 옳은 일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단체들마다 뭔가 알 수 없는 이질감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이건 무어라고 딱 잘라서 설명하긴 힘들다. 나 스스로도 아직 무엇이 그런 이질감을 갖게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개인적으로도 아직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정신적 방황에서 완전히 치유된 것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시기와 속도, 방법이나 스케일 등에서 의견의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어쨌든 옳은 일이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내가 서있는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깨어있는 의식을 가진 자로서 내 나름대로의 생각과 활동들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참 다행이고 감사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2009년 5월. 그날의 기억을 혹시 사진으로 남긴 것이 있나 블로그를 뒤적여 봤지만 조의 표시 글만 짧게 적어 놨었고 지금처럼 생각이나 마음을 정리한 글이나 사진은 없었다. 블로그를 뒤적이다 보니 위안부 할머님들과 관련된 작품 몇 점이 찾아졌다.
요즘 정대협에 대한 공격을 보며 드는 생각은 정대협과 관련한 일을 한 적은 직간접적으론 없는 것 같기 때문에 수많은 언론들의 추측성 보도에 그 어떤 할 말도 드는 생각도 없다는 것뿐이다. 다만 난 내가 직접 경험한 시민단체나 활동가들을 비추어 볼 때 휴일도 없이 자기만의 여유 시간도 없이 때로는 가족들까지 희생하는데다 박봉이기까지한 저들을 움직여온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열정과 힘만큼은 존중하고 존경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난 일의 경중을 떠나 나 또는 우리가 할 수 없거나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나라가 못하는 혹은 할 수 없는 영역이나 문제의 것들에 헌신해온 사람들은 어떠할까.
난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기성의 모든 뉴스 채널의 언론보도를 믿지도 보지도 않는다. 예전에 국회 전시 관련해서 TV조선 기자가 JTBC기자를 사칭해서 사기 전화 인터뷰를 당한 이후로는 심지어 내 집에 있는 텔레비전의 채널에서 보수채널들은 아예 숨김 설정을 해놨을 정도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시청하거나 청취하는 유투브 채널 몇은 있지만) 아무튼 난 내가 직접 겪어본 것만을 믿는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말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에 대한 정의는 각자의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굳이 광장에 나가서 촛불을 들지 않거나 못하더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방식과 타이밍에 맞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문득 오늘 난 이 글을 쓰게 되었고 누가 뭐라고 떠들던 난 방식으로 깨어있기를 늘 소망하며 그동안 위안부 할머님들을 위해 그린 작품들을 다시금 기록으로 남긴다.
일본군 위안부 주제 작품
기억 조각 - 바람, 바람 Ⅱ / 가변 크기 / CG / 2019
기억 조각 - 바람, 바람 Ⅰ / CG / 2018
about comfort / 73.5 x 62cm / mixed media on canvas / 2017
해후 (효순이 미선이 추모 웹툰 스틸 이미지) / CG / 2017
눈물 / 29.7 x 42cm / CG / 2014
#노무현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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