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창밖은 붉었다.

조아진 2020. 8. 22. 21:18


창밖은 붉었다.

마치 누군가 신호를 보내는 듯, 빛이 몇 차례 번쩍였고 이윽고는 하늘이 쪼개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천둥소리가 온통을 전율시겼다.

사무실에서 일하던 나는 문득 밖의 상황이 궁금해져서 담배도 한대 필겸 밖으로 나갔다.

붉은 하늘에서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마치 세기말이 온 것만 같은... 뭔가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다시 일을 하는데 책상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꿀럭꿀럭 꾸르르륵하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렸다.

내 책상 밑으로 배수관이 있었던가? 싶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얇은 에어컨용 배수관 구멍에서 물이 역류하고 있었다.

우리 사무실은 2층인데다가 건물도 나름 새건물인데 이게 뭔 일이래?? 싶었다.

급한대로 휴지로 대충 흡착을 시켰는데 한 5분정도 지나니 역류가 멈췄다.

갑자기 어제 다스뵈이다에서 본 기후위기에 관한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지금의 기후재난은 이미 20년쯤 전에 세계 각국에서 경제성장이라는 명목 하에 인간들에 의해 뿌려진 이산화탄소라는 씨앗이 발아하고 성장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기의 정점은 지금 이 상태로 세계 각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 6~7년 뒤에 찾아 온다고 했다.

그 위기라는 것은 지구가 자정 능력을 상실하는 시점을 의미하는데 지금 당장 석탄연료 산업을 중단하는 동시에 그린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 할 경우 지구의 역사가 그래왔듯 대전환기의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해왔다는 사실을 우리의 후대도 아닌 우리들 자신이 직접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불타는 지구에서 서로 민주주의나 정의를 갖고 다투는 게 아닌 식량을 서로 갖기 위해 싸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지금 다양한 위기를 직접 목도하고 있다.

코로나와 같은 질병재난을 비롯해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재벌 개혁, 정치 개혁 등 진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난제들이 시야를 좁게 하고 마음과 정신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에 생사가 달린 사람들부터 좀비처럼 각종 권력에 기생해 사는 사람들까지, 아니 여기에 더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나만 안 건들면 아무상관없다는 사람들까지.

하지만 불타고 있는 지구는 누구 하나 예외없이 우리 모두에게 경고하고 있다.

문명의 멸망과 인류의 멸종의 카운트다운은 이제 길어야 7년 정도 남았다.

이제 우리들은 붉은 지구에서 살며 우리 세대에선 식량갖고 싸울 건지 혹은 우리 후대의 인류에게 푸르진 못해도 누런 빛깔의 지구라도 남겨 줄 건지를 결정해야 한다.

자, 이제 우리들은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까?
아니,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기후위기 #기후재난 #붉은하늘 #폭우 #집중호우 #인류위기 # 인류멸망 #인류멸종 #불타는지구 #붉은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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