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봄비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조아진 2021. 3. 1. 18:35

봄비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일에 집중하다보면 요일이고 시간이고 모두 의미가 사라진다.

 

하지만 일을 멈추고 잠깐씩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쉴 땐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그제 토요일에 강남쪽으로 도록 디자인 때문에 출장 촬영을 갔을 때도 그랬다.

 

보통은 내 할 일이 많아서 부모님 작품 말고는 디자인을 잘 안 맡는 편인데 어쩌다보니 또 일을 맡게 되었다.

 

옥상에서 작품 촬영을 했는데 작품 수도 꽤 많았고 옥상 바람 녀석이 종횡무진 싸돌아 다녀서 애를 좀 먹었더랬다.

 

어찌됐던 촬영 다 마치고 쉬면서 담배 한 대를 피우다 보니 파란 하늘도 보이고 예쁜 색 대비도 보이고 그랬다.

 

눈이 한참 쏟아지던 날 밤엔 열심히 뒷마당을 쓸었더랬다.

 

비질 할 때는 그냥 노동이지만 비질을 하고 난 뒤에 난 길을 보면 뭔가 알 듯 모를 듯 한 감정으로 넋 놓고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이른 아침에 출근 할 때 발걸음을 붙들던 눈꽃들도, 높은 곳에서 위험천만하게 매달려 있던 날카로운 고드름도 모두 멈춰서 주변을 돌아보거나 둘러봤을 때 내 맘에 들어온 것들이다.

 

오늘은 온종일 비가 내렸다.

 

어제부터 했던 도록 디자인 작업을 모두 마쳤고 온라인 홍보와 네임택 작업까지 끝내고 사무실 청소까지 마친 지금에서야 또 멈춰서 글을 쓴다.

 

봄비라고 부를 수 있으려나... 여튼 도독도독 두둑두둑 빗소리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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