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의 밤
오늘 저녁은 직원의 부친상이 있어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장례식장엘 다녀왔다.
평소 장례식장엘 가면 부의금을 드리고 고인과 가족들이 평안하시길 기도한 뒤 바로 나오는 편인데 이 친구가 그냥 직원이 아니라 여동생과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고 나도 잠깐 그림을 가르쳤던 사이여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한참을 자리를 지키다 오게 되었다.
업무 외에 나의 대화능력은 잼병인지라 그냥 쉴새없이 오고가는 위로의 말들과 더불어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도 잠자코 듣고만 있었더랬다.
그중 누군가는 함께 울어주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붙잡고서 자신의 이야기들을 하기 바빴으며 그와중에도 테이블 위의 맥주 빈캔은 적잖히 쌓이다 치워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난 운전을 해야 했기에 그 반복된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러다문득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것 마냥 내가 상주였던 두 번의 기억 속으로 소환되며 잠시 멍한 상태가 되었다.
특히 남동생의 장례식 때.
그때의 난 넋이 나갔었는지 그 당시엔 그냥 멍한 혹은 무덤덤한 상태로 있었는데 장지까지 다녀오고 나서 군에 복귀하고 난 일주일 쯤 뒤 극심한 슬픔에 새벽 초소 보초 근무 중 하늘을 향해 이를 악물고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오열을 했었던 기억이 났다.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었던 그 후폭풍은 한동안 계속되었고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라도 까맣게 타버린 속을 밤하늘에 한껏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이 그래도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 한 대학동기와 이야기를 나누다 이젠 결혼식 보다 장례식에서 더 자주 보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아직 이별을 겪어보지 못한 분들에게 미리 조언을 드리자면 상실감에 의한 진정한 고통은 좀 나중에 오니 부디 그때 억지로 참지 마시고.. 막 소리치고 욕도 하고 화도 내고 평생 울 거 다울듯이 모두 쏟아내시길..
내가 그때 야간 초소에서 모든 걸 다 쏟아내고 본 밤하늘이 참 눈물나게 아름다웠거든... 마치 그녀석이 환한 별처럼 웃어주는 듯 느껴졌거든.
부디 그 친구와 가족들 모두 평안하시길..
그땐 별이 참 많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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