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길고양이 밥그릇을 숨겨 놓았다.
몇 주 전. 퇴근하고 돌아와서 보니 원래 두던 자리에 있어야할 밥그릇과 물그릇이 사라져 있었더랬다.
맛집이라고 비둘기들에게 소문이 나서 그랬는지 사료 그릇 주변이 온통 비둘기똥으로 덮여 있었고 어머니의 목격담에 의하면 비둘기 열 마리 정도가 와서 고양이 밥그릇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파트 주민 누군가도 그 광경을 본 것인지 결국 사료 그릇과 물 그릇을 치워버린 듯했다.
위생상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길고양이들에게 밥은 주고 싶고.. 생각해 낸 방법이 사료 그릇과 물 그릇을 화단 수풀에 숨겨 놓자는 것이었다.
어차피 길고양이들은 인적이 드문 숨겨진 길로 다니니 알아서 잘 찾아먹지 않을까? 라고 일기 쓰던 도중 고경일교수님으로부터 굿바이전 철수관련 자료 좀 정리해서 급하게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아서 다시 옷 주섬주섬 대충입고 사무실로 향하는 나.. 왠지 이십 여년 전 대학교에서 조교를 하던 시절의 기억이 문득 떠오르는 건.. 흠..
집이랑 사무실이 가깝기도 하고 내일은 경복궁역에 있는 우리 회사 회원정기전 디피가 있어서 하루종일 사무실을 비울 예정이라 귀찮음을 무릅쓰고 다녀왔다.
뭐 암튼 교수님이 요청하신 자료 정리해서 보내드리고 지금은 다시 내 방의 침대 위!
길고양이 일기 쓰던 감흥이 사라져 버려서 대충 급마무리를 하자면 수풀에 숨겨둔 사료 그릇과 물을 길고양이들이 용케 잘 찾아 먹더라는 사실이다.
다만 또 어머니의 전언에 따르면 비둘기는 이제 안 오는데, 참새들이 또 그 구석을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찾아와서 파티를 벌인다는 소식이었다.
뭐 어쨌든.. 약 2주 정도 지났는데도 밥 그릇과 물 그릇이 무사한 걸 보면 꽤 괜찮은 방법이었던 걸로!
일기 끝~
#길고양이 #길고양이사료 #조교의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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