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할 남성들의 고민?
오늘은 근로자의 날. 직원들은 쉬고 있겠지만 자영업자인 나는 할 일이 있어서 사무실에 출근.
오전엔 이번 주에 있을 가족전을 위해 네임택과 출품리스트를 만든 뒤 점심으로 동네 중국음식점 다림원에 볶음밥을 먹으러 갔는데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여사장님이 보시자마자 “근로자의 날인데 안 쉬시나베?” “네, 저만 출근 했어요 ㅎㅎ”
사실 중국집 사장님 내외분들도 일하고 계시니 똑같은 자영업자 입장인건데 음... 말이 길어질까봐 그냥 웃고 말았다.
암튼 잘 먹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회사 일을 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상대방 : “안녕하세요. 전OO 선생님 맞으시죠?”
나 : “아닌데요?”
상대방 : “010-OOOO-OOOO번 아니세요?”
나 : “전화번호는 맞는데 제가 전씨가 아니예요.”
상대방 : “얼마 전에 브이맥스 구입문의 하신 분 아니세요? 문의하신 제품 말고 새 제품이 나와서 안내해 드리려고 연락드렸어요.”
나 : “전 브이맥스가 뭔지도 모르는데요?”
상대방 : “... 아, 네...”
뚜뚜뚜뚜...
보통은 홍보 전화나 스팸 전화려니 하고 무시하고 넘어갔겠지만 갑자기 브이맥스가 뭔지 궁금해져서 인터넷을 검색해 본다. ‘VR 기기 같은 건가?’
그런데 검색결과 배우 김OO이 등장한다. 그리고 광고문구에 이렇게 쓰여 있다.
‘말 못할 남자의 고민, 건강한 남성을 위해 하루 2정으로 활기찬 하루 시작!’
음... 말 못할 남자의 고민이란 게 뭐지? 설마 세워주는 비아OO 같은 건가?
갑자기 기분이 팍 상하네... 솔로한테 이런 거나 검색하게 만들고... 하필 내 번호 도용한 놈은 왜 지 번호를 안 쓰고 남의 전화번호를 써놓고 그런다냐...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유명 교육업체에서 학부형님들의 자녀들을 위한 새로운 책이 나왔다고 전화가 왔는데 “저 아직 솔로입니다.” 라고 했더니 “어머!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황급히 전화를 끊으시던 상담원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명타 같았던 사건?도 하나 있었는데...
우리 회사 건물이 주상복합인지라 위층에 거주하는 꼬맹이 하나를 알고 있다.
이 녀석을 애기 때부터 봐 온지 2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나 나가는 출입문 버튼을 반드시 자기가 누르지 않고 어른들이 대신 눌러주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였다.
그날은 출입문 앞에서 마주쳤고 나는 내가 출입문을 열면 그 꼬맹이가 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녀석이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이가 문을 여는 버튼을 누르자 나는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옆에 계신 어머니께서 “어서 너도 인사드려야지?”라고 하셨고 아이는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서 내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서 속으로 흡족해 하고 있었는데 그 꼬맹이가 한 마디를 더 했다. “엄마, 근데 얘는 누구야?” “얘라니! 미술학원 원장선생님이야!”
‘아... 난 원장선생님도, 얘도 아닌데... 미술교육업체 사장은 맞는데 미술학원은 아니고 뭐랄까...’ 설명이 길어 질까봐 그리고 어머니도 약간 당황해 하셔서 그냥 웃으며 지나쳤다.
암튼 나에게도 최근에 있었던 말 못할 사건들이 있었다는 것으로 이만 글을 마무리한다.
일이나 해야지. ㅡ_ㅡ...
추신. 브이맥스 광고 아님.
#말못해 #말못할남성들의고민 #일기 #웃고말지요 #근로자의날 #노동절 #꼬맹이너어~ #허허 #전화번호도용 #브이맥스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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