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식

소리 없는 목소리 展 / 518 기념문화센터 전시실

조아진 2023. 10. 22. 11:36

소리 없는 목소리 / 518 기념문화센터 전시실

 

20231013일 금요일. 옛 전남도청과 전일빌딩 낮 역사탐방 이후 중간에 김운성 선생님을 따라 518기념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소리 없는 목소리(Silent Lament)’ 전시를 다녀왔다.

 

518기념문화센터는 광주 서구 쌍촌동에 위치한 곳으로 지하철 운천역에서 내려 518기념공원 외곽 길을 따라 약 5~10분 정도 걸린다.

 

기억의 책무 그렇다면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95)

 

소리 없는 목소리는 오월 어머니와 시민들이 소년이 온다 (2014)’의 각 단락을 소리 내어 읽는 전시다. 소설의 제6장은 자신의 아들을 직접 손으로 묻은 동호 엄마의 독백을 담고 있다.

 

서사는 이를 낭독하는 오월 어머니들의 개인사와 고스란히 포개진다.

 

518의 기억이란 무엇인가? 폭력과 잔인함은 우리 영혼에 회복하기 어려운 거대한 자상을 남긴다.

 

집단적 기억은 같은 비극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 다는 윤리적 감각을 통해 수용된 이해다.

 

공유된 기억은 기억 공동체를 이룬다. 그리고 가장 참혹한 기억을 희망찬 기획으로 바꿀 책무를 이어가는 일은 바로 윤리적 기억 공동체에게 있다.

 

이번 전시는 문학적 성찰을 차용해 518 기억공동체에게 기억의 책무를 다시 생각해보도록 질문하고자 한다. / 전시 서문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공간 구성의 단출함에 한 번 놀라고 영상을 본 뒤 이 프로젝트의 기획의도를 이해하고 나면 그 깊이와 울림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이 전시는 소설가 한강의 2014소년이 온다의 제6장을 낭독하는 프로젝트이다. 낭독엔 518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가족들이 있는 오월 어머니회와 연기자들이 함께 했고 소설 속 공간으로 짐작될 만한 장소를 현재의 시점에서 핸드 헬드로 촬영하여 몰입감을 더했다.

 

사실 부끄럽게도 아직까지 소년이 온다작품을 읽지 않아서 잘 몰랐으나 소설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픈 장이 제6장의 내용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그 희생자들의 가족, 어머니들이 그 장을 읽은 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다.

 

엄마,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의 기획자 중에 한 분인 정현주 선생님께서는 희망을 보았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아 여전히 기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굳건한 믿음 같은 것들.. 그리고 여러분들도 그러해주길 바란다는 희망의 믿음이다.

 

예전에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이렇게 민간인들이 군부독재에 저항하며 참혹하게 죽어가고 있었는데 광주는 완전히 고립되어 세상 밖에서는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다는 좌절감... 여순사건, 제주 4.3을 통해 이미 그들은 수년간을 침묵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광주사람들에 대한 민주인사들의 그러한 부채의식이 기억으로 이어져 1987년의 6월 항쟁으로 이어져 온 것은 아닌가한다는 의미의 말씀이셨다.

 

다른 사건이긴 하지만, 어떤 블로그 친구분이 내가 독일 평화의 소녀상 누진의 실종 사건으로 올린 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가에 관하여 답글을 남기셔서 나도 이렇게 답글을 남겼다.

 

계속 기억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뭐 그렇죠... 저 같은 경우엔 이렇게 글과 그림으로 연대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구요.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잘 하고 계십니다."

 

그렇다. 앞장서서 뭔가를 하지 못하더라도 각자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잊지 않고 기억하다가 어쩌다 한 번씩은 기억을, 관심을 표현해 주면 된다. 기억은 힘이 세다!

 

전시명 : 소리 없는 목소리

전시기간 : 2023105- 1026

전시장소 : 518기념문화센터 B1층 전시관

관람시간 : 오전 930- 오후 530

 

작가 : 김홍빈, 심혜정, 정기현

기획 : 유재현, 정현주

주최 : 5.18기념재단

협력 : 오월어머니집, 갤러리포도나무, 독일Art5예술협회, 황금산아트플랫폼, 시민자유대학

 

*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장편소설로 소년 동호를 중심으로 1980518일부터 열흘간 이어졌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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