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이 도착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에 바른손 카드에서 주문한 청첩장이 도착했다.
인쇄물 청첩장은 총 300장을 주문했는데, 두 개의 크고 작은 상자로 나눠서 도착했고 우리 집이 200장을 갖고, 여자 친구네에 100장을 전해줄 계획이라 지난 주 금요일 퇴근 후에 상자를 열어 분리 작업을 했더랬다.
7월 30일. 어제가 아부지 음력 생신이셨는데 올해 칠순이셔서 미리 지난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서 1박 2일로 곤지암 리조트로 칠순잔치 가족 나들이를 다녀와야 했기에 28일 일요일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카드조립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청첩장을 주문할 때는 여자 친구랑 같이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면서 데이트 겸으로 카드 조립을 같이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여자 친구나 나나 둘 다 직장인이고 이 두 상자를 들고 어딘가에서 카드 접고 붙이는 작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란 생각이 들어서 그냥 각자 집에서 따로따로 작업을 하게 되었더랬다.
한두 개를 접다보니 요령이 생겼는데. 미리 속지를 한번 접었다 펴고, 뒤집어서 딱풀 바르고 카드 겉지를 한번 쫙 편 뒤에, 딱풀을 바른 속지를 가운데 접선에 맞춰 잘 붙인 뒤 반으로 접고, 한 번 더 접선을 문지른 뒤, 봉투에 넣고 은박 테이프를 붙이면 완성! 이런 식이다.
암튼 단순 반복 노동으로 하나하나 청첩장 카드를 접다보니 문득 어릴 때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는데... 카드에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고, 한복 치마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떠올랐더랬다.
그 시절 우리 가족은 너무나 가난했고, 갖고 있는 기술이 그림 그리는 것 뿐 인지라 부모님께서는 장당 얼마씩 카드에 그림을 그리거나 한복에 꽃을 그려서 어딘가에 납품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게 아마도 9~10살쯤이었을 것 같은데... 내가 1977년생이니 암튼 대충 40년 전쯤의 기억일 게다. 그때 부모님 나이가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대 초반쯤 되셨으려나?
카드랑 무슨 인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부모님이 카드를 만드시던 그 장면이 2024년에도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오마쥬처럼 불현 듯 떠올랐고.
별 생각 없이 방바닥에 앉아 청첩장을 접다가 갑자기 떠오른. 어렵고, 어렸던 그 시절 기억에 콧등이 시큰해지고 두 눈이 뜨거워져...
그리하여 야심한 밤. 거의 반백의 늦장가 가는 아들이 청첩장을 고이 접어들고 향한 곳은 부모님이 계신 안방이었더랬다.
저 드디어 장가갑니다. 2024년 9월 22일 일요일 오후 1시 20분.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서울웨딩타워에서 소중한 사람과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오셔서 축하해주세요. 정말 잘 살겠습니다.
* 조아진 & 이규애 결혼식을 알립니다.
- 신랑 혼주 : 조국현 강양순
- 신부 혼주 : 이한규 故최경애
- 2024년 9월 22일 오후 1시 20분 / 서울웨딩타워
- 모바일 청첩장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s://www.barunsonmcard.com/m/KyuAh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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