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소식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13th

조아진 2010. 10. 13. 11:54

 

방문미술 그림샘 & 월간 아트앤씨

애니메이션과 사람이야기 열세 번째

Animation & Human Story 13th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알렉산드르 페트로프 (Aleksandr Konstantinovich Petrov) 

 

 

예술가의 조건

[글 / 조아진 : 방문미술 그림샘 대표]

 

 

애니메이션의 힘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영화, 소설 중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있을 것이다. 헤밍웨이가 이 소설을 발표한 것이 1952년 이었으니 올해가 벌써 58년째가 된다. 심지어는 앤소니 퀸 주연의 영화로 개봉된 시기가 1990년으로 20년째를 맞는다.(1958년에 스펜서 트레이시 주연으로 먼저 발표된 영화가 있지만 보진 못했다.) 사실 가장 먼저 접했던 것은 소설이 아니라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관심이 동하여 소설을 읽게 된 것이다. 하도 오래전에 보았던 지라 기억이 가물가물 해졌을 무렵 헤밍웨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러시아, 캐나다, 일본이 합작으로 애니메이션 ‘노인과 바다’를 만들고야 말았다. 그것은 1999년의 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의 이야기이다. 뉴욕의 데일리 포스트지에서 다음과 같은 평을 했다. “이 작품으로 많은 어린이들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린 내가 영화를 보고 소설 ‘노인과 바다’에 관심을 갖게 되었듯. 애니메이션 ‘노인과 바다’의 탄생은 세대를 넘어 또다시 어린 친구들에게 소설 ‘노인과 바다’에 관심을 유도하는 매개체가 된다. 아니 영화와 문학 모두에 관심을 갖게 하는 중매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모든 연령을 아우르는 애니메이션의 포용력은 오히려 더 어린 나이의 아이들에게 이 작품을 관람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렸을 적 보았던 영화 ‘노인과 바다’에서 너무 어렸기에 아무런 감동없이 스치듯 흘려보냈던 무수히 많은 명언들.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어서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중에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애니메이션 ‘노인과 바다’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수도 있겠지만.

 

 

 

 

 

 

 

 

 

인간조건

 노인 산티아고는 84일 동안 아무것도 낚지 못하다 삼일 밤낮을 시달린 목숨을 건 사투 끝에 커다란 청새치를 잡게 된다. 그러나 상어 떼에게 살점을 다 뜯기고 앙상한 뼈만 갖고 돌아오게 된다. 허망해 보이는 결말이지만 과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인간이 죽는 일이 있을지언정 패배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노인의 독백이 이 소설이 말하고자하는 인간 의식에 대한 진지한 되물음으로 독자와 관객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상어에게 뜯어 먹혀 앙상한 가시만 남긴 청새치라는 결과물은 초라한 노인의 모습에 반영되어 흡사 ‘죽음’을 연상시킨다. 수중에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는 여전히 아무 고기도 낚지 못하는 하찮은 늙은 어부인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말하는 인간조건은 결과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죽음 그 자체가 인간존재로써의 종말을 의미하는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맞서 도전하고 꿈을 쫓는(환상을 쫓는) 용기를 가진 고결한 존재가 진정한 인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 작품에서의 노인처럼 청새치를 잡기 위해 지난하고 고된 싸움을 계속해 오는 애니메이터가 있다. 이제는 거장으로 불리우는 페인트 온 글래스 기법의 대가 알렉산드르 페트로프 감독이 바로 그 이다.

 

 

 

 

 

 

무엇을 위한 것인가

 페트로프 감독은 첫 작품 ‘소’를 발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노인과 바다’의 발표 이후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이미 오래전 서구권에서는 페인트 온 글래스 기법을 이용한 작품으로 다양한 영화제에서 무수히 많은 상을 거머쥔 실력자이다. 회화와 디자인을 전공한 뒤 다시 영화미술감독을 공부하며 만난 스승이 바로 컷아웃 애니메이션의 거장 유리 놀슈테인 감독이었다. 스튜디오에서 만난 애니메이터들과의 교류가 시작되면서 점차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첫 작품 ‘소’를 32살에 만들게 되고 이 작품은 세계 유수한 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기 위해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쌓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학교에서의 수업에서 조차 그는 화가가 되기 위한 미술교육활동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의 우리나라 예술계 대학처럼 한 가지 전공을 졸업한 뒤 사회에 나가 취업을 위해 다시 학원에 등록하거나 경제적으로나 대학간 파벌로나 암담한 미술계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일부러 졸업을 미루고 휴학을 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반복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지만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그가 진정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길을 모색한 것과 달리 오늘날의 방황하는 젊은 예비작가들은 불확실한 목적을 갖고 유사하거나 전혀 다른 경로로 방향을 우회 한다는 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연결고리

페트로프 감독은 20여분 분량의 애니메이션 ‘노인과 바다’를 만들기 위해 4년 동안 29000장의 그림을 그렸다. 유리판 위에 한 컷 한 컷을 그려가며 완성시키는 과정은 흡사 ‘노인과 바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노인이 청새치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듯 페트로프 감독 또한 4년간의 싸움을 버텨냈고 승리했다. 안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나 아카데미 영화제 등의 국제규모의 유명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관객들의 머릿속에 페트로프 감독의 명작이자 대표작이 ‘노인과 바다’란 점을 선명히 각인시켰다는 점이 인정받는 예술가로써 더 기쁘고 뿌듯한 일이 아니었을까.

 

작품을 만들 때 느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가슴과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들을 연결시켜주는 가장 짧은 연결고리를 손가락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 손가락을 통해 만들어진 그의 명작들은 대중들과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작품을 위한 처절한 고난의 연속을 결국 이겨내고 예술가로써의 명예와 존엄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예술로 보는 환경에서 자란 과거를 지나 애니메이션을 상업화와 보편화 시켜버리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그는 러시아의 젊은 작가들이 러시아 고유의 색채와 분위기, 전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 그것은 비단 그의 고민만이 아닐 것이다. 오늘 날의 힘든 예술계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젊은 작가들 또한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서 고유한 색채를 잃어가고 있으며, 팔리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즉. 결과적으로 돈이 될지도 모르는(결코 돈이 되는 이 아니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헤밍웨이가 그의 작품에서 노인의 입을 빌어 말했듯 존재로써의 인간조건은 죽음과 패배에 절망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숭고한 정신이다. 엄청나게 비싼 등록금과 생활고에 지쳐 하루하루의 알바에 의지해 연명해가고 있는 젊은 예비작가들이여. 지금 당신의 예술인으로써의 조건은 무엇인가. 페트로프 감독의 손가락처럼 가장 원초적이고 가까운 곳에 해답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아무렇게나 쓰고 있는 나부터 되돌아 볼 일이다.

 

 

 

 

 

알렉산드르 페트로프

(Aleksandr Konstantinovich Petrov)

 

러시아, 1957년생

애니메이션 감독, 야로 슬라블 예술학교 회화 및 디자인 전공, 모스크바 영화학교 수료

 

연출 / 감독

▪ 마이러브 (Moya lyubov, My Love, 2006)

▪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1999)

▪ 인어 (Rusalka, Mermaid, 1997)

▪ 우스운 인간의 꿈 (Son smeshnogo cheloveka, The Dream of a Ridiculous Man, 1992)

▪ 소 (Korova, Cow, 1989)

 

제작

▪ 인어 (Rusalka, Mermaid, 1997)

▪ 소 (Korova, Cow, 1989)

 

각본

▪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1999)

▪ 인어 (Rusalka, Mermaid, 1997)

▪ 우스운 인간의 꿈 (Son smeshnogo cheloveka, The Dream of a Ridiculous Man, 1992)

▪ 소 (Korova, Cow, 1989)

 

수상

▪ 2008 아카데미(오스카) 단편영화 애니메이션부문 노미네이트 [마이러브]

▪ 2007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관객상 [마이러브]

▪ 2007 Golden Knight 국제영화 & 비디오 페스티벌 최고애니메이션 수상 [마이러브]

▪ 2007 드레스덴 영화축제 최고애니메이션 대상 [마이러브]

▪ 2007 아니마문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최고애니메이션 수상 [마이러브]

▪ 2006 벨그레이드 다큐멘터리 & 단편영화 페스티벌 30분 이내작품 축제공식인증 수상 [마이러브]

▪ 2006 히로시마 국제 아마추어영화 & 비디오 페스티벌 국제특별심사위원상 [마이러브]

▪ 2001 버뱅크 국제아동영화 페스티벌 감독상 수상 [노인과 바다]

▪ 2000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필름페스티벌 최우수상 [노인과 바다]

▪ 2000 Genie Awards 단편애니메이션부문 노미네이트 [노인과 바다]

▪ 2000 버스터 국제아동영화 페스티벌 Politiken's 단편영화상 수상 [노인과 바다]

▪ 2000 아카데미(오스카) 단편영화 애니메이션부문 수상 [노인과 바다]

▪ 2000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 [노인과 바다]

▪ 2000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관객상 [노인과 바다]

▪ 2000 제72회 아카데미 영화제 Best Animated Short Film 수상 [노인과 바다]

▪ 2000 BAFTA 최고단편애니메이션 노미네이트 [노인과 바다]

▪ 2000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상영 [노인과 바다]

▪ 1999 씨나니마 포르투갈 대상수상 [노인과 바다]

▪ 1998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필름 페스티벌 대상 [인어]

▪ 1998 아카데미(오스카) 단편영화 애니메이션부문 노미네이트 [인어]

▪ 1998 오타와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최고스토리부문 수상 [인어]

▪ 1997 베를린 국제영화 페스티벌 최고단편영화부문 노미네이트 [인어]

▪ 1999 씨나니마 포르투갈 대상수상 [인어]

▪ 1993 Cracow 영화축제 특별언급 [우스운 인간의 꿈]

▪ 1992 봄베이 국제 단편다큐멘터리 &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최고애니메이션상 수상 [소]

▪ 1992 오타와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관객상 [우스운 인간의 꿈]

▪ 1992 오타와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 [우스운 인간의 꿈]

▪ 1990 아카데미(오스카) 단편영화 애니메이션부문 노미네이트 [소]

▪ 1990 베를린 국제영화 페스티벌 최고단편영화부문 수상 [소]

▪ 1990 히로시마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 [소]

▪ 1990 오타와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 [소]

외 10여 차례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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