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날의 기억
어릴 적 종종. 눈을 감고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고선 제자리서 뜀을 뛰곤 했다. (사실 발뒤꿈치를 들며 뛰는 모습을 상상만 했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정말 부~웅하고 하늘을 날아 점점 더 빛으로 가득한 태양 가까이 날고 있는 내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태양에 다다른 적은 없었다.
모든 것이 빛으로 가득 찬 정점의 순간. 나는 어김없이 추락을 시작하고야 말았다.
조금만 더 가까이였더라면 뭔가. 뭔가 일이 벌어 졌을 것 같은데
두 팔과 두 손을 쭉 뻗어 태양을 향한 채로
영원히 오래토록 그리고 느릿하게
결국엔 추락을 하고야 만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과 흐릿한 내 손의 그림자는
아쉬운 마음과 슬픈 감정인 동시에 그리운 무엇.
하지만 그 마저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이런 상상은 이십 대 후반까지 가끔 했었던 것 같다.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불을 당기면 어김없이 눈을 감고 하늘을 바라보곤 했었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2017년 5월의 오늘.
깊은 밤. 아니 이른 새벽
갑자기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날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태양에 닿고 싶었던 걸까.
아님 그냥 그런 순간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싶었던 걸까.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런 기억이 떠올랐을까.
이십년 지기 녀석이 용종을 떼 내는 수술을 하게 됐으니 얼굴 한 번 보러 오라고 해서였을까.
사람은 왜 사는 가에 관한 텔레비전 인문교양 프로그램을 보다 문득 떠오른 것이었을까.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달이 잔잔히 흐르는 밤
아무렴 어떠냐는 맘으로
두 눈을 그저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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