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2020년 6월 16일 작업일기

조아진 2020. 6. 16. 22:41

2020616일 작업일기

 

 

인스타그램에 부모님 작품을 업로드 한 뒤 좋아요를 표시해 준분들의 계정에 답장을 가서 좋아요를 눌러 주고 있던 중 좋아요를 눌러줬던 외국인이 다이렉트 메시지로 말을 걸어왔다.

 

내 계정 프로필에는 DM은 받지 않으니 용무가 있으시면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시할까 하다가 그래도 금방 좋아요를 받은 입장이고 또 부모님 작품을 좋아해준 것인지라 메시지 요청을 수락했다.

 

영어로 된 메시지의 내용은 좋은 저녁이다, 내 메시지 요청을 수락해줘서 고맙다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난 한글로 난 영어를 못하니 용무가 있으시면 제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읽고 답장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몇 초 뒤에 그 사람이 한글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신은 미국 사람이고 날 알게 되서 무척 기쁘다등등 그런데 맨 마지막 문장이 날 실소하게 했다. “그런데 당신의 국적은 어디입니까?”

 

... 방금 번역기 돌렸으면 한국어라는 거 알거 아냐 이 인간아...

난 곧바로 무시하고 DM 메신져를 닫았다.

 

사실 이런 낚시 글은 이메일로는 지금도 수도 없이 받고 있고 또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등 다양한 채널로 받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서양의 외국인을 가장하고 있는데 미국 군인이라든지, 자신의 아내나 남편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든지, 남편과 별거 중이라든지, 뜬금없이 자신의 재산이 굉장히 많은데 당신의 나라로 가고 싶다든지 등등..

 

10년 넘게 사업하면서 사람에게 상처도 좀 받았었고 또 사람이든 동물이든 정을 주기 시작하면 또 그게 너무 깊어서 헤어지거나 이별하게 되었을 때 마음과 정신이 무너질 정도로 너무 아픈 게 싫어서 모든 관계에 대해 점점 더 거리를 두게 되었다.

 

혼자 있으면 사기당할 일이 없다. 배신당할 일도 없고 상처받을 일도 없다.

 

아프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딱히 즐거울 일도 없다. 그래서 그 텅빈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혼술도 짬짬이 하고... 갑자기 인스타그램 사기꾼 녀석에게 속지 않은 내 자신이 참 대견하다고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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