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리뷰

메리 / 안녕달 그림책 / 사계절

조아진 2020. 7. 21. 10:47

메리 / 안녕달 그림책 / 사계절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메리 분석 리뷰. 이번에도 스포일링 때문에 줄거리는 생략하고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본다.

 

 

내용에 있어서의 교훈적인 부분

 

이번에도 성인동화의 향기가 짙게 배어있는 스토리였다. 때문에 어떤 결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아니 좀 더 명확하게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새삼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이었다.

 

아마도 이번 그림책에서의 모티브 역시 작가의 시골에서의 경험들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왜냐하면 사건들의 순서 때문에 그런데 함께 살던 할아버지가 하늘로 떠나시던 날에도 아무에게나 꼬리를 치던 메리(개의 이름)의 모습이 이야기의 전반부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모두 떠나보낸 혹은 떠나간 뒤 남은 할머니와 메리가 함께 고기를 나눠 먹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그런데 메리가 이 집에서 함께 살게 된 이유는 설날에 오랜만에 찾아온 자식들과 손자들 그리고 모여 앉은 식탁에서 할아버지가 별 이유없이 우리도 갱생이 한 마리 키우자고 말하며 시작되었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의 순서를 좀 뒤로 배치했으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난 이 부분에서 처음엔 할아버지와 개의 우정이 스토리인가 싶었지만 또 표지 그림에서는 사료를 주러 나오는 할머니와 반가워하는 메리의 모습이 대문 사이로 표현되고 있었다. 그럼 주인공이 누구인가 하고 다시 곱씹어봤다. 메리는 개의 이름이고 책의 제목도 그러하다. 메리는 아무에게나 꼬리를 치며 반가워 해준다.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지만 모두 할머니를 통해 다른 이웃 주민들에게 분양되어 혼자 남았다. 그런데 혼자 남은 친절한 메리의 모습은 곧 할머니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좀 과잉된 해석일 수 있겠으나 메리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혼자가 되어 가는 모습은 옛 어머니들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화풍과 연출

 

이번 메리는 색연필(혹은 오일 파스텔) 일러스트 작업 고유의 톤을 보여주고 백구와 황구같이 전형적인 캐릭터들의 색을 담고 있다. 해가 지는 장면이 유독 자주 등장하는데 해질녘의 시골의 풍경들이 따듯한 감성으로 묘사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시골,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들이 연출되어 있다.

 

화면의 연출에 있어선 작은 강아지였던 메리가 갑자기 쑥하고 성장해서 화면을 가득 채운 장면이 굉장히 효과적이었고 특히 흰색의 털을 가진 메리와 대비되는 연출들이 좋았다. 그리고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같은 공간과 배경의 소품들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한 것도 꼼꼼한 관찰의 재미를 준다.

 

전체적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캐릭터의 동선에 따라 화면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출되어 있다.

 

 

아쉬운 점

 

시간 순서상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의 시점을 좀 뒤로 배치했으면 어떨까 싶었지만 사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도 나쁘진 않았다. 전부터 이야기 했지만 발행정보가 그림책 넘기자마자 나오는 건 좀 흠이다.

 

 

결론

 

메리를 보는 내내 워낭소리가 떠올랐다. 예전에 극장에서 볼 때도 훌쩍이며 봤는데 할아버지와 소의 우정 때문에 생각이 나는 건 아니었다. 평생을 일만 시킨 비쩍 마른 소를 팔려고 나갔다가 너무 마르고 노쇠한 소를 할아버지가 원하는 가격으로 팔지를 못하자 다시 데려왔고 소가 더 이상 일어설 기운조차 없자 수의사를 불러 안락사를 시키는 장면에서 오히려 분노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소가 떠나자 할아버지도 곧 지나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시게 된다. 바로 이 부분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인간과 동물의 유대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었다. 워낭소리에서의 할아버지는 무뚝뚝하고 배려심 없는 것 같아 보였지만 평생을 소와 함께 일 해온 그 시간 속에서의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워낭소리에서의 소와 할아버지는 서로 같다. 그리고 메리와 할머니도 서로 같다. 새끼 한 마리 안 남겨두고 모두 입양을 보낸 게 참 너무하다 싶었지만 바로 그 지점이 워낭소리에서 느꼈던 그 시절 어르신들만의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녕달 작가의 그림샘 메리. 이번에도 생각하게 만드는 괜찮은 책이었다.

 

 

책 정보

, 그림 / 안녕달

발행연도 / 20171012

펴낸 이 / 강맑실

펴낸 곳 / ()사계절출판사

페이지 수 / 표지포함 약 52페이지 정도

가격 / 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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