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네 마리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요즘 길 비둘기 네 마리를 키우고 있다... 는 건 농담이고 원래 길고양이 사료를 놓아두던 곳에 단골 손님이 늘었다.
이게 처음에는 비둘기 한 마리였는데 그 녀석이 동료들에게 맛집으로 소문을 낸 건지 두 마리로 늘었다가 세 마리가 되었고 결국 네 마리가 찾아왔다.
비둘기가 병균이 많다는 소문이 있어서 이거 길고양이 밥을 계속 줘야 하나 싶기도 하고 장마철이기도 해서 최근에는 사료를 주지 않고 있다.
사료를 안 놓아두자니 길고양이가 걱정되고 계속 두자니 오라는 놈은 안 오고 웬 불청객들만 찾아 오냐 싶은 것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마리 정도야 같이 먹고 살아야지 하는 안일한 생각도 했었던 터라 처음부터 못 오게 냉큼 쫓아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은 참 다이나믹했다.
교재마감이 다음 주 초라 주말에 교재개발을 하기 위해 사무실에 출근을 했더랬다.
목요일부터 코엑스에서 유아교육전 행사 중이었는데 오늘 오전에 갑자기 유아교육전 다른 참가사 부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연락을 받았다.
처음에는 개최사에서 취소한다고 문자가 왔다가 얼마 뒤 다시 정상적으로 개최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확진 되신 분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고 음식물 취식도 하지 않았으며 증상이 경미하여 강남구 보건소로부터 행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의견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순간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마스크를 썼다고 주장을 한들 실내 행사인데다가 하루 종일 물 한 모금도 안 마셨다고? 코엑스 전시장 안을 돌아다니시는 관람객들이 특정한 부스만 찾는 것도 아니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상품을 구매하고 상품설명도 듣는 장소의 특수성이 있는데 행사 개최사나 강남구 보건소 모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직원들은 행사장에 가지 말고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라고 지시 한 뒤 강남구 보건소에 항의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계속 통화중이라 자동으로 끊겼다.
그렇지만 의지의 한국인인 기질을 발휘하여 인내심을 갖고 계속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 연결이 되는가 싶더니 다산 콜센터로 자동으로 넘겨졌다.
상담하시는 분 말로는 최근에 강남구에서만 300명 넘게 확진자가 나와서 강남구 보건소에선 전화 연결이 어려울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상담원께서 코엑스 역학조사 팀에 연결을 해주시려고 몇 번을 시도했으나 결국 안 돼서 다른 방법으로 소개해 주신 것이 다산 콜센터에 민원 접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다만, 해당 결과는 주말이나 회신이 안 되고 주중에 따로 안내 문자로 알려주신다고 하셔서 이번 상황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민원 기록이라도 남겨야겠다 싶어서 민원 접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위에서 언급했던 행사장 특수상황과 더불어 이렇게 행사를 진행하는 건 굉장히 안일한 대처다, 안전 불감증이다, 이런 건 당장 행사를 취소한 뒤 선제적 선별검사 안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견을 말씀 드렸고 정상적으로 민원 접수를 한 뒤 코엑스 역학조사팀으로 연결되는 번호도 추가로 알려 주셔서 받았다.
전화를 마친 뒤 다시 코엑스 역학조사팀에 항의 전화를 하기 위해 열심히 통화 시도를 했는데 역시나 통화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 다시 행사 개최사로부터 안전을 위해 행사취소를 결정했다는 문자가 왔다.
그렇지만 앞서 오락가락 했던 개최사의 메시지를 보면 개최사나 강남구 보건소가 안전을 위해 결정했다기 보다는 이후로도 다른 참가사나 관람객들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아서 취소 결정을 한 것이 아닌 가 추측해 본다.
아무튼 다행히 행사는 취소되었지만 더 나아가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양일간 코엑스를 방문한 시민들에게 안내문자로라도 해당소식을 알려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이제 7월 12일 월요일부터 25일 일요일까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실행된다.
이런저런 미디어나 뉴스에서 자영업자들, 예비부부, 20~30대 청년들이 정부의 방역실패에 울분을 토한다고 기사들을 쏟아내는데 서울시 확진자 폭증이 어느 한 기관이나 일부 시민들의 책임으로 전가할 순 없겠으나 서울시장이 서울시 전담 역학조사 TF를 해체한 것은 확실히 안전에 불감한 안일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선제적으로 검사하고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해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K방역의 핵심이라고 전제한다면 전화 한 통 연결하기 어려운 이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비둘기 한 마리가 찾아왔을 때 안일하게 대처하다 비둘기 네 마리가 떼로 찾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코로나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앞두고 있다.
질병재난을 마주했을 때 가치에 중심이 생명의 존중이냐 경제의 복구 혹은 활성이냐를 두고 어느 한 쪽만을 고집 할 수 없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어야 그 다음에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부디 이 2주간 모두가 위기의식과 경각심을 갖고 생명과 안전을 중심으로 판단하길 바란다. 더불어 이 어려운 위기를 모두의 힘으로 잘 극복해 내길 간절히 바라본다.
#안전불감증 #거리두기4단계 #서울시코로나역학조사TF #수도권거리두기4단계 #수도권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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