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아주 가끔은...

조아진 2021. 8. 21. 17:52

아주 가끔은...

 

 

 

회사에서 일하던 도중 갑자기 오늘 새벽에 꾼 꿈이 떠올랐다.

 

아마도 아까 올린 글에서 대학 동기가 오랜만에 천안에 내려갔다가 12학번을 봤다는 이야기를 해서 그런 듯 싶기도 하고 어쩌면 어제 오랜만에 연락 해온 죽마고우 때문에 그런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다.

 

꿈 속에서의 집은 좀 난장판이었고 난 구석구석을 짐정리며 청소를 하던 중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회사 회식시간이 다가왔음을 깨닫고 어딘가로 나섰는데 순간이동처럼 회식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회식 장소는 작은 동네 음식점 비슷한 곳이었는데 한쪽에서는 공사장 인부로 보이시는 서너 명의 아저씨들이 흰 쌀밥을 밥통 채 놓고 드시다가 나가시는 모양새였고 음식점의 주인으로 보이시는 아주머니가 우리들을 환대해 주시는 한편 인부 아저씨들에게 좀 더 드시다가 가셔도 되는데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식당에 있었던 회사 사람들은 대충 열 명 정도 되어 보였는데 계속해서 한두 분씩 들어오고 있는 걸 봐서는 아마도 식당 전체를 빌린 것 같았고 식사를 하시던 아저씨들은 알아서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고 계신 것 같았다.

 

난 집을 청소하다 온 피로감 때문인지 의자에 거의 눕다시피 하고선 눈을 감고 있었는데 바로 앞자리에 앉은 사람 둘이 하는 이야기가 귀에 들렸다.

 

대표님 많이 피곤하셨나 보네~ 뭐 이런 이야기였는데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서 눈을 떠보니 작년에 고인이 된 친구가 회사 선생님으로 보이는 여자 분과 담소 중이었다.

 

그 순간 아... 꿈이구나 하고 바로 깨달았지만 그리 놀라거나 당황하진 않았다.

 

오히려 친숙하고 친밀한 느낌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 친구도 우리 회사에서 잠시나마 함께 일한 적이 있으니 회사 회식에 참석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먼저 떠난 동생도 꿈에 찾아 올 때까지는 수년이 걸렸는데 이 친구는 좀 빠르네 하는 생각 정도는 들었던 것 같다.

 

식당은 창문을 이중 천으로 거의 안쪽의 빛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막아 뒀는데 아마도 코로나 방역지침을 위반한 회사 회식 모임을 숨기고 영업을 하는 듯 했다.

 

(내가 이렇게 나라의 방역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회식을 하는 사람은 아닌데... ...)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오고 식당이 꽉 찰 무렵 주인 아주머니께서 막걸리를 내오셨고 회사 식구들은 저마다 잔을 채웠다.

 

그러던 중 한 선생님께서 대표님 이런 자리 마련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건배사 말씀해 주세요~ 하면서 내 잔을 채워 주셨다.

 

(내가 이런 모임을 계획하거나 식당을 예약한 기억은 없긴 한데... ...)

 

뭐 어쨌든 모두들 반짝반짝 환하게 웃고 있었고 다들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표정이어서 기분은 좋았다.

 

늘 하던대로 오랜만에 이렇게 모여서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네요. 그동안 고생들 많으셨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한 뒤 서로 잔을 부딪쳤다.

 

그리고선 반가운 마음을 담아 친구와도 잔을 부딪쳤는데 그 뒤로는 마치 과음으로 필름이 끊긴 듯 기억이 없다.

 

별로 꿈에 의미를 두지도 않고 잘 꾸는 편도 아니지만 뭔가 즐거우면서도 반갑고 아련한 느낌이 들었던 감정은 남아있다.

 

사실 어제 오랜만에 부탁이 있어 연락해온 친구한테 일 끝나고 같이 한 잔 할래? 라고 말하려다가 그 친구가 멀리 김포 끝자락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나 그만두었다.

 

요즘, 가끔. 아주 가끔은 가까운 곳에 소주 한 잔 함께 기울일 친구 하나 있었으면 참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 늙어서 그런가... 비가 와서 그런가... ... 일이나 마저 하자.

 

추신. 사진은 내용이랑은 상관없는 어제 밤에 찍은 우리 집 앞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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