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그림 그리는 법 / 마주하기와 거리두기

조아진 2022. 3. 13. 20:29

그림 그리는 법 / 마주하기와 거리두기



어제와 오늘 오랜만에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좀 더 그리려고 했는데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작업을 했더니 목이랑 허리가 아파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하고 붓을 내려놓았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자리에 누워 딱히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좀 더 그림을 그릴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몸이 안 따라주니 어쩔 수 없는 일..

문득 그림을 그리는 요령이 정치를 마주하는 태도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아서 몇 자 남겨 본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무엇을 그릴 건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밑그림을 그린 뒤 채색을 한다. 과정만 보면 아주 단순하다.

그런데 위 세 가지 단계 중에 밑그림만 떼어서 자세히 보자면 그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

머릿속에 추상적으로 자리잡고 있던 것을 평면의 화폭에 구체화를 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땐 캔버스와 가까이 마주앉은 자리에서 그리고 몇 발자국 멀리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보기를 수시로 반복한다.

가까이서 볼 땐 썩 괜찮은 그림으로 보이다가도 몇 걸음 뒤에서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땐 또 먼저 한 생각과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까이서는 세부적인 묘사를 하고 멀리서는 균형과 조화를 점검한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땐 적절한 때에 앉았다 서기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멀리만 두고 봐서는 그림이 그려질 일이 없고 가까이에 붙어만 있어선 균형과 조화가 깨질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이 그림을 대하는 태도와 정치를 대하는 태도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정치가 조화와 균형을 잘 이루며 제대로 돌아가나 지켜만 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와 마주앉아 세부적인 밑그림을 그리는데 좀 도움이 되어야 하는 때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 더불어민주당 복당신청서를 제출했다.

예전에 정청래의원의 공천 배제에 항의하는 뜻으로 탈퇴를 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입당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복당 사유란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고 주권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욕하는 글도 많이 보고 심지어는 문재인 대통령님까지 싸잡아서 갈라치기 하는 글도 가끔 보인다.

그런데 민주당은 욕 먹어도 싸다쳐도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 안 하시겠다는 분을 억지로 시대의 부름이라는 명목으로 끌어 들였고 지난 임기동안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을 너무나도 안정적이고 훌륭하게 이끌어 오신 분인데 도대체 뭔 생각으로들 저러는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더군다나 저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짓을 나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복당 신청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치적으로 무언가를 열렬히 하겠다는 건 아니다.

앞에서 얘기했듯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마주하기와 거리두기를 제때 제때 수시로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민주당은 쳐다도 안 보겠다는 분도 있을 것이고 혹은 정치랑은 상종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그러면 대한민국이라는 그림은 완성되지 못한다. 아니 그림이 완성되어도 균형과 조화가 깨진 이상한 그림이 되어 있을 것이다.

세상사 정치가 아닌 일이 있던가? 그리고 산에서 허우적거리는 배를 다시 강과 바다로 띄우지 않고 끊임없이 사공탓만 하고 있을 텐가?

우리를 대신해 연필을 들고 붓을 들 그들에게 여러분들도 그들과 직접 마주앉아 부디 각자의 이야기 거리를 끊임없이 풀어 놓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잊지말자.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끊임없이 때에 맞춰 마주하기와 거리두기를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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