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오랜만에 일기 / 까먹지마!

조아진 2022. 11. 25. 21:08

오랜만에 일기 / 까먹지마!

오늘 하루는 뭔가 계속 바빴다.. 아니 이번 주 내내 바뻤다.
매월 말은 전 직원들이 바쁘고 인력도 부족해서 서로서로 서포팅을 해줘야 그나마 원활하게 회사가 돌아간다.

암튼 대충 일을 마무리하고 일곱시 즈음 퇴근을 하려는데 뭔가 그냥 집에 가면 안 될 것만 같은 찜찜함이 발걸음을 붙든다.

출입문 손잡이를 붙들고서 잠시 고민을 한다.

내가 잊은 게 뭐였더라...?

순간 번뜩! 그래! 길고양이 밥!!

어제 밤에 준 사료가 마지막이어서 오늘 꼭 사료를 사러가야지 하고 다짐했었던 것이 생각났다.

오늘 하루종일 고양이 사료, 고양이 밥 사야돼를 중얼거렸던터..  다행히도 집에 가기 전에 찜찜함의 원인을 떠올릴 수 있었다.

사실 지난 주에 회사에서 쓰는 방석을 세탁하려고 집에 가져갔었는데 세탁 후에도 다시 회사로 가져가는 것을 계속 깜빡해서 이번 주 내내 엉덩이가 불편했었다.

오늘은 반드시 방석을 안 잊어버리고 가져가겠다는 단호한 결심으로 아예 방석을 내 방 책상 위에 두고 그 위에 지갑이랑 출입문 키를 올려뒀었더랬다. (음.. 사실 어제도 똑같은 짓을 했는데 지갑만 챙겨서 출근을.. ㅡㅡ;;;;;)

아무튼 오늘은 방석도 잘 챙겨서 출근했고 퇴근 전에 길고양이 사료를 사야한다는 기억도 떠오른 꽤 괜찮은 날이다.

길동 복조리 시장 쪽 방향에 있는 다이소에가서 넉넉하게 사료 네 포대와 통조림 네 개를 샀고 오랜만에 시장에 나온 김에 시장 안 작은 빵집에 들러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단팥빵을 싹쓸이 해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뒷마당에 나가 텅텅 비어있는 밥그릇과 물그릇을 수거한 뒤 깨끗이 세척을 했고 불금이니까 오늘은 고기랑 사료랑 같이 먹으라고 통조림과 사료를 함께 비벼서 다시 뒷마당으로 나갔는데 아까는 안 보이던 녀석이 어느새 밥 내놓으라고 마중나와 있다.

운 좋은 녀석.. 맛있냐? 물론 맛있겠지, 많이 먹어라~ 담배 한 대 피면서 녀석이 밥 먹는 걸 구경하는데 허겁지겁 반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뭔가 알 수 없는 뿌듯함 같은 게 차올라 씨익 미소 지으며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길 건너편 미용실 간판의 xx헤어가 눈에 들어와 박힌다.

아차! 오늘 머리 깎으려고 했었지!!! (그래.. 사실 이 짓도 몇 주째 반복하는 중이다.. ㅜㅜ)

하지만 오늘은 귀찮으니 내일은 꼭 머리를 깎으러 가자고 되뇌이며 산발이 되어가는 머리를 긁적여 본다.

머리 깎아야돼, 이발 해야돼, 까먹지마.. 미용실.. ㅡㅡ 까먹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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