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월요일에 일본 아이고전에 가져갈 작품들을 포장했다.

조아진 2023. 8. 12. 17:00

월요일에 일본 아이고전에 가져갈 작품들을 포장했다.

 

 

 

A3부터 50호 크기의 캔버스 천과 종이로 된 작품들이고 가져가기 쉽게 둘둘 말았는데 한지 작품도 포함되어 있어서 딱딱한 종이 재질의 긴 통에 담아서 가져가기로 했다. 그런데 뚜껑이 따로 없어서 한 개 통을 적당한 크기로 쇠톱으로 잘라 뚜껑처럼 끼웠고 통과 통 사이를 종이테이프로 감아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마감을 했다.

 

이게 여러 작품인데다가 통 자체도 가볍지는 않아 무게가 꽤 나가는 관계로 공항에서부터 숙소, 전시장까지의 이동을 고려하면 그냥 들고 다니는 건 영 불편할 듯 싶어 어깨 끈을 만들기로 했더랬다.

 

우리 회사 사무실의 옆 호실이 미술교재장과 미술재료장으로 채워져 있는데 만물상처럼 다양한 재료가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테이프로 둘둘 말아서 없어보이게 어깨 끈을 만들기 보다는 혹시 괜찮은 재료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곳곳을 뒤져보던 중 딱 안성맞춤의 물건을 발견했다.

 

이른바 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 테이프!! 흘러내리지 않도록 위아래 두 줄로 타이트하게 고정시킨 뒤에는 어깨 끈으로 사용할 끈이나 줄 종류를 찾아보는데 이건 마땅한 게 없었더랬다. 그러던 중 창고에서 부직포 가방묶음을 묶어둔 부직포 천으로 된 포장 줄을 발견했고 벨크로 테이프와 함께 어깨가 들어갈 정도로 줄을 벌린 뒤 묶었더니 그럭저럭 괜찮았다. 좀 더 넓은 사이즈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라도!

 

그 다음은 일본 현지에서 픽업을 해줄 분이 안 계신 관계로 일본에 도착해서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지 검색하기 시작했다. 길치, 방향치라 서울에서도 낯선 곳엘 가면 길을 헤매는데 하물며 영어도 일어도 안 되는 내게는 가장 중요한 준비과제였더랬다. 다행히 이것도 현지 목적지 근처에 다녀오신 어떤 분이 블로그에 상세하게 글을 올려놔서 얼추 동선을 그려볼 수 있었다.

 

몇몇 분들이 잘 쉬다 오라고 덕담을 해주시는데 내 경험상 그러긴 힘들 듯 싶다. 한 십여 년 전에 재일동포 캐리커쳐 해주러 갔을 때 입국심사 때 까칠하게 굴던 일본 공항 경찰이나, 숙소, 식사, 언어, 교통편 등 모든 것이 엄청 불편했던지라 사실 일본에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또 가게 되었네...

 

그때 느낀 일본의 낙후된 동네들은 한국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고 오사카 같은 번화가도 결국 서울의 잠실이나 명동 같은 느낌이라서 굳이 관광하러 올 일은 없겠다 싶었는데... 관광이 아닌 전시회 때문에 결국엔 또 가게 되네... 이번엔 요코하마라는 점만 다를 뿐.

 

이메일 티켓 인쇄도 끝냈고 이제 남은 건 다이소 가서 멀티 콘센트를 사는 일과 내일 킨텍스 행사를 다녀온 뒤 여행 가방을 싸는 일만 남았다. 공항에서 출국 전에 도록을 50권씩 나눠 가져가기로 해서 짐은 최대한 적게 가져갈 예정. 14일 오전에 출발해서 19일 밤쯤 집에 도착할 거라 당분간 SNS를 안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평안들 하시길. 오늘은 아부지 생신이라 이만 퇴근~!!

 

#아이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