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공원묘원 5

애꿎게도 어여쁘기만 하다.

애꿎게도 어여쁘기만 하다. 2000년 8월 15일은 내 동생 한진이가 하늘로 떠난 날이다. 매년 기일이나 전후로 경춘공원묘원에 있는 산소에 방문했었는데 올해는 어쩌다 아이고전에 참여하게 되어 일본에 가게 되는 바람에 오늘에서야 가족들과 산소에 다녀오게 되었다. 새벽 6시에 기상하여 30분에 출발. 비 소식이 있어 좀 걱정했지만 먹구름만 잔뜩 끼고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고 다니는 차도 거의 없어서 막힘없이 산소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할머니와 남동생이 있는 산의 오른편 산은 정확히 반을 깎아내려 또 다른 주검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는데 보기가 우습기도하고 영 사나워 보이기도 했더랬다. 할머니와 동생이 산꼭대기, 그 중에서도 가장 오른쪽의 가장자리에 모셔져 있는 관계로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다 숨이 찰랑말..

Memento mori 2023.09.17

사람을 찾습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어머니께서 명절 기간 중이라 막히기 전에 빨리 산소에 다녀오자고 하셔서 아침 일찍 출발. 한 시간 반 좀 안 걸린 것 같은데 대략 7시 반쯤 경춘공원묘원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해가 쨍쨍했고 좀 더웠다. 지난번에 내가 나무들은 잘 다듬어 둬서 보기 괜찮았는데 우리 쪽 산소 외에도 다른 산소의 잔디들이 많이 자라 있었다. 그래도 성묘 시즌인데 관리자들이 관리 안 하나? 싶었고 특히 봉분 위에 작은 나무까지 자라고 있던 다른 고인의 산소가 눈에 띄었다. 아부지가 그 작은 나무가 자라는 묘의 묘비 뒤에 새겨진 유가족들의 관계도를 보시고는 와이프랑 아들 둘이 있는 것 같다고 하시며 “사람이 안 찾아오면 다 태가 나는 거”라며 안타깝다는 투로 말씀하셨고 덧붙여 아버지께서는 “여자들은 시집가면 시댁..

Memento mori 2022.09.11

8월 15일의 의미

8월 15일의 의미 8월 15일 광복절. 빛을 되찾은 날이란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 8월 15일은 둘째의 기일인지라 올해도 경춘공원묘원을 찾았다. 오전 8시에 출발을 했는데도 가는 길이 내내 막혔다. 묘원에는 추모객이 거의 없었고 해가 몹시 뜨거워서 땀이 줄줄 흘렀지만 이따금씩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강원도 산이라서 서울과는 좀 다른가보다 싶었다. 묘원에서 정오 12시 반쯤 출발해서 서울 집으로 도착한 게 2시 반 정도인데 서울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적당히 막힌 정도였지만 서울에서 춘천방향으로 나가는 차량들은 그 시간까지도 줄지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 운전하는 내내 아니 놀러들 갈 거면 금요일 저녁 늦게나 토요일 일찍 출발들 하지 일요일 오후까지 도로 위에서 저렇게 시간 낭비하고들 싶나? ..

Memento mori 2021.08.15

급피곤

급피곤 아침 일찍 가족들과 함께 춘천에 있는 경춘공원묘원에 추석 전 미리 성묘를 다녀왔다. 산 밑은 쌀쌀했는데 산꼭대기까지 올라오니 햇볕도 따갑고 무척 더웠다. 모두들 사무실 인생들이라 이참에 비타민 D합성을 하자고 농담도 하면서 꽤 오래 있다왔다. 여동생 부부내외는 어린 조카들용 텐트도 준비해 왔는데 텐트 안에선 조카들이 휴대폰으로 온라인 게임을 하느라 삼매경... 산 정상에서도 휴대폰은 참 잘 터진다. 내 원래 계획은 성묘를 다녀 온 뒤 다시 사무실로 가서 그림샘 홍보 글 2건과 여행 기록 2건을 편집해서 올리려던 계획이었으나 그림샘 홍보 글 하나 올리고 나니 급피곤... 운전을 해야 하는 날은 전날에 일찍 자는 편이고 술도 안 마시는데 저질 체력이 된 것인지 나이를 먹은 것인지 뭐 아무튼... 오늘..

Memento mori 2020.09.20

벌써 20년

벌써 20년 경춘공원묘원에는 할머니와 남동생의 묘가 있고 동생의 기일은 8월 15일인데 지난주부터 계속 폭우가 내려서 산소엘 못 갔다. 사실 어제도 다녀오려고 했는데 또 춘천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서 못 갔다. 그래서 오늘은 오후부터는 갠다고 해서 무작정 오전 일찍 출발했다. 다행히도 하늘은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꽤나 열심히 하나님과 예수를 믿었던 동생이 의료사고와 의사들의 파업으로 하늘나라로 떠난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지금의 난 헌혈은 하지만 병원 가는 것을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고 신이나 예수는 믿지만 기독교는 믿지 않는 사람이 된 듯하다. 몸이나 정신에 난 상처는 의사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고 영혼이나 마음에 난 상처는 종교에 의지해야 할 것이겠으나 지금은 그런 생각들조차 나에게는 부질없..

Memento mori 2020.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