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걷기가 귀찮아서 택시를 탔다.
"나는 할 일이 많아"
죽음은 쉽게 택시를 탄 이유를 찾았다.
죽음은 일을 하다가 일보다 우선 한 잔 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기 전에 우선 한 잔 하고
한 잔 하다가 취하면 내일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무슨 충신이라고"
죽음은 쉽게 내일 생각해 보기로 한 이유를 찾았다."
술을 한 잔 하다가 죽음은
내일 생각해 보기로 한 것도 귀찮아서
내일 생각해 보기로 한 생각도 그만두기로 했다.
술이 약간 된 죽음은
집에 와서 TV를 켜놓고
내일은 주말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건강이 제일이지-"
죽음은 자기 말에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
"그래, 신문에도 그렇게 났었지"
하고 중얼거렸다.
<오규원의 이 시대의 죽음 또는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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