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용서한다.
아침 출근 시 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며
본의 아니게 걷기 경쟁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분의 출근 복장이 코트에 청바지, 운동화인지라 금세 각인이 되었었지요.
그런데 그분 지하철역을 나가자마자 항상 담배를 물고 불을 붙입니다.
뒤 따라 가는 저로선 담배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
어떤 때는 역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아... 나도 모닝 담배 한 대 피우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금연한지 2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담배는 의지로 끊는 것이지 결코 싫어져서 끊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그 분 보다 먼저 앞질러 가려고 종종 걸음을 칩니다.
제가 걸음이 남들보다 빠른데 그분은 저보다 기럭지가 좀 길어서 그런지
한 번 선두를 빼앗기면 계속 앞지르기가 힘들더군요.
전에는 속으로 막 개념없다고 욕하면서 종종 걸음을 쳤습니다만,
오늘 지하철에서 오두막이란 책을 읽으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종교적인 책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저로선 ‘치유의 서’로 부르고 싶네요.)
나는 너를 용서한다. 나는 너를 용서한다. 란 이 문장이 가슴을 때렸습니다.
하루에 한 갑 반에서 두 갑 정도 피웠던 저도 저렇게 사람들에게 민폐였겠구나 하는 회개심이 들고...
그래서 오늘은 ‘당신도 언젠가는 저처럼 금연하시길 바랍니다’ 하면서 종종 걸음을 쳤습니다.
욕으로 마음을 채웠을 때 보다 훨씬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네요.
여러분도 한 번 해보세요. 마음속으로 하는 거라 별로 안 민망합니다.
‘나는 너를 용서한다, 나는 너를 용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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