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원근법

조아진 2021. 8. 8. 18:06

원근법

 

 

 

오랜만에 일기

 

오늘 너무 일찍 눈이 떠져서 7시 반쯤 출근을 했다.

 

어제까진 회원작품 홍보 글을 마무리 했고 오늘부터는 이번 달 미술교재 개발을 할 예정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교재실 책장 부서진 것들도 고치고 모자란 교재도 채워 넣고 부족한 교재 점검도 하고나니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갔고 바로 교재개발 본업을 시작했다.

 

몇 달 전부터 좀 쉽게 원근법을 가르칠 수 있는 교재를 만들려고 했었던 터였고 아이디어도 대충 머릿속에 그려놓은 상태로 작업을 시작했는데 생각 외로 하루 종일 걸렸다.

 

오후 다섯 시쯤 되어서야 끝이 났는데 서너 시쯤부턴가 계속 멀미가 났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회사에 위기감이 좀 있어서 최근 한 달 동안 좀 무리해서 일을 한 것도 있는 것 같고 하루 종일 집중하면서 뭔가를 하다 보니 그런 것도 같고 어쩌면은 원근법이라는 까다로운 주제의 교재를 붙들고 있어서 그랬을는지도 모르겠다.

 

원근법에 대해서 가장 처음 배운 건 대학시절이었던 것 같은데 뭘 배웠는지는 역시나 기억이 안 나고...

 

투시 원근법에 관해서는 오래 전에 송파문화원에 강의 나갈 때 공부를 좀 했었는데 어르신들을 가르치는 강의여서 난이도를 최하로 하고 강의 준비를 했었는데도 서로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번에도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자 했는데 흠... 모르겠다.

 

원근법을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사실처럼 보이도록 하는 일종의 속임수 기술인데 선원근법과 대기원근법이 있고 인상파가 등장하면서... 아니 됐다. 원근법을 잘 사용하면 그냥 좀 작품이 멋져 보인다. 단지 그뿐이다.

 

여하튼 원근법 교재개발을 마치고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 땀을 뻘뻘 흘리며 사무실 청소를 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머리가 다시 맑아졌다.

 

때때로 단순노동이 사람을 참 건강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을 하다보면 멀리도 봐야하고 가까이 있는 것들도 놓치면 안 되고 그런 순간들이 참 많다.

 

나만 생각해선 안 되고 우리의 영역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뒤는 잘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라 개인적으론 나에겐 현재가 더 중요하고 지금의 현재가 모여 또 내일의 내가, 우리가 되는 것이니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자는 마음가짐이었는데 요즘은 좀 내가.. 틀에 박힌 혹은 꽉 막힌 사람이 되가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은 다점 투시로 돌아가는데 나만 일점 투시인건가 싶은 거다.

 

이럴 땐 쉬거나 여행을 가라고들 말하겠지만 잘 쉬는 법도 모르고 당장의 눈앞의 일들 때문에 여행 같은 건 갈 생각도 없다. (그리고 만약에 혼자서 여행을 간다 해도 정작 나는 잘 쉬는 법을 몰라서 멍이나 때리고 있을는지 모른다.)

 

잘 쉬는 것도 스스로를 잘 챙기는 것도 경험이 필요한 영역같다.

 

앞으로의 목적을 무엇으로 해야 할까, 어떤 시점, 시각으로 세상과 나를 바라봐야 할까.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인생 참 어렵다.

 

집에 가서 씻고 시원한 맥주나 마시고 자야지 뭐.

 

 

#원근법 #일기 #인생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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